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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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인간 genome이 해독되었습니다. 30억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염기쌍을 읽어서 어디에 어떤 유전 정보가 있는지를 십 수 년에 걸친 국제 프로젝트로 풀어냈습니다. 그 결과, 인간 genome 전체 가운데 무려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고 추정되는 염기 배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이러스 유래로 생각되는 염기배열은 두 종류가 있으며, 레트로바이러스가 역전사해 끼워 넣었다고 여기는 배열이 레트로 트랜스포존’, DNA 바이러스가 인간 genome에 남겼다고 여기는 배열이 ‘DNA 트랜스포존입니다.......포유류가 탄생했을 무렵부터 레트로 트랜스포존이 극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500만 년 전, 레트로바이러스 일부가 어떤 포유류 그룹에, 그도 생식세포에 감염했습니다. 결과, 그 그룹은 유태반류선조가 되었습니다.......

 

과감하게 줄여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선조가 감염되었던 그 레트로 바이러스 덕분에 우리는 태반을 가진 포유류가 되어 지구상에 번성할 수 있었다.’ 하기는, 인간 genome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 유래라고 한다면, 인간은 온갖 어중이떠중이 바이러스 유전자 집합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198~200)

 

어중이떠중이는 여러 방면에서 모여든, 탐탁하지 못한 사람들을 통틀어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사실 이런 관지에서라면 의당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인간 genome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에서 왔다고 할 때, 나머지는 또 어디서 왔을까? 박테리아, 곰팡이, 말무리(조류), 지의, 식물, , , 마침내 침팬지.......에서 유래했을 테니 대체 인간 고유 genome은 얼마나 될까?

 

이치상 모든 생명체가 어중이떠중이 집합체다. 하여, 共生하고, 和諍하는 无㝵 존재, 곧 양자들이 얽히고 엉겨 어우러지는 인 세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중이떠중이 집합체다. 모두 어중이떠중인데 탐탁지 못할 일은 뭐고 낮잡아 이를 일은 뭔가. 당최 인간이 이런 잡스런 개념과 언어 따위를 만들지 않았던가. 어중이떠중이야말로 평등한 생명들이기에 더불어 어우러져 절대 경이와 무조건 如如를 창조하는 존재다.

 

차별은 모독이다. 심지어 신성모독이다. 신은 소소해서 소소한 존재들에게 소소하게 스미는 모든 존재들의 하이핑hyphaeing-‘네트워킹이 언어 인플레에 걸려 있어 내가 새로 만든 말로서 곰팡이 균사들이 자유롭게 얽히고 엉겨 어우러지는 상호행동을 묘사함-이다. 인간이 온갖 어중이떠중이 바이러스 유전자 집합체라는 말은 오히려 우리 무릎을 꿇게 한다.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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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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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관한 상식이 21세기 들어설 무렵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계기가 된 사건은 2003거대바이러스발견이었습니다.

  애초에 바이러스는 대단히 작은 개체인데 거대라니, 무슨 뜻일까요? 조사해보니 세균만큼 크고(12).......진핵생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어쩌면 거대바이러스는 옛날에는 생물이었는데, 필요 없는 물질을 벗어버려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154)

 

생물 진화는 반드시 구조가 복잡해지는 사건이 아닙니다. 간단해지는 일도 진화입니다. 말하자면 진화란 변화해가는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퇴화라 불리는 사건도 사실은 진화의 하나입니다.......점점 작아지거나 단순해질 수도 있습니다.......원래 세포였던 생물이 쓸데없는 부분을 차츰 버리고 다른 생물 세포에 감염해서만 살아가는 형태가 되는 일도 진화입니다.(188)

  그 원 생물이야말로 제4도메인입니다. 세균과도 고세균과도 진핵생물과도 다른 그룹을 형성하던 생물이 진화해 지금 보이는 거대바이러스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154~155)

 

온전한 지식 하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오류와 전복이 되풀이되는지 돌아볼 줄 아는 인간은 겸손해진다. 지금도 그 과정 한가운데 있는 줄 아는 인간은 더 겸손해진다. 끝 날까지 그럴 줄 아는 인간은 더없이 겸손해진다.

 

일부 근본주의자 빼고 진화 지식은 기본에 해당한다. 기본이 잘못되면 그 위에 무엇을 쌓든 지식은 폐단으로 영락한다. 더군다나 진화를 진보로 번역하면서 인간이 저질러온 범죄 행위는 필설로 형언하기 어렵다. 더 진보를 더 우수로 인식할 때 인간 교만은 제 영혼마저 살해한다.

 

저자는 기본에 역습을 가한다. “퇴화라 불리는 사건도 사실은 진화의 하나. “원래 세포였던 생물이 쓸데없는 부분을 차츰 버리고 다른 생물 세포에 감염해서만 살아가는 형태가 되는 일도 진화. 기어이 생물이 진화해.......바이러스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있다, 까지.

 

역습당한 진화: 퇴화, 생물: 무생물 이분법은 무너진다. 저자를 넘어 나는 계도 가로지르고 도메인도 가로지른다. 존재는 스펙트럼이다. 통속한 도식 자외선, , , , , , , , 적외선에 각각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지의, 식물, 동물, 인간, , 문화를 짝짓는다.

 

경계선은 없다. 모호한 중간색들로 파동 연속이 형성된다. 끝과 끝은 비틀며 맞물린다. 뫼비우스 띠로 휘돈다. 클라인 병으로 드나든다. 존재는 실체가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 존재는 명사를 찰나로 지나갈 뿐 항상적 동사다. 움직임이 홀가분한 존재란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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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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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행병을 일으키는 것은 요괴 짓이며 초자연적 힘이라고 믿었던 시대가, 적어도 대중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요괴와 바이러스는 비슷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점은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와 요괴는 접점을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 심정이 되어본다면 병원체는 그야말로 요괴였습니다.

  생물 몸속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괴 짓이 아님을 알고 있어도 해명되지 않는 점이 너무 많습니다.(103~104)

 

본 리뷰<3-이름이 문제다>에서 간단히 말한 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는 시시한 존재가 아니라 신성한 존재다. 작은 생명은 하찮은 나부랭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이 진실에 터하면 인간은 야훼든 알라든 인간 관지에서 붙인 신명 앞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신관은 마치 소아마비를 요괴가 가져다주는 병이라 믿은 몽매와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참된 신은 박테리아며 바이러스다.”

 

이를 좀 더 말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코로나19는 사탄세력 음모라 백신 맞으면 안 된다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하나님 심판이니, 구원받은 사람은 대면예배 나와도 병에 걸리지 않으며,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여전히 옛날 사람 심정을 지니고 있다. 사탄이라 하든 하나님이라 하든, “요괴와 다른 점이 전혀 없다.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자기 신앙을 미신 아니라 뻐기지만 그야말로 근자감일 뿐이다.

 

저들이 몽매하다고 비웃는 일은 쉽다. 저들이 매판수구세력 핵심으로서 무시 못 할 사회정치적 힘을 구사한다는 사실에 대응하는 일은 어렵다. 이 어려움 때문에 우리사회가 저들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저들을 이용해 권력과 부를 불리는 지배층에게 먹잇감 던져주는 꼴이니 말이다. 정치, 사법, 언론, 재계 과두엘리트가 저들을 조종해 공동체 파괴행위를 계속하는 한, 진실을 천명하고 기억하며 지키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아 불가사의하다고 해서 요괴나 신에게로 건너뛰는함정에 빠져 우리는 잃을 만큼 충분히 잃었다. 그 상실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은 지식과 지혜로 해명되지 않는진실을 향해 우리는 곤두박질쳐 다가간다. 우리 곤두박질은 낭/풀에서 지의류를 거쳐 곰팡이와 박테리아, 그리고 마침내 바이러스에 가 닿는다. 바이러스 전방위정삼각형 20개가 그려내는 얼기설기entangled 세계 진실에 요괴는 없다. 요괴 동급 하나님은 더욱 없다.

 

얼기설기 세계가 빚는 창발이 참 신이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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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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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지 않습니다.......감염되어도 죽지 않고 바이러스와 공존 공영하는존재가 숙주입니다.......높은 치사율은 원래 숙주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80~8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리 같은 물새에 깃들어 사는 바이러스며,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 깃들어 사는 바이러스다. 코로나19 역시 인간이 숙주가 아니다. 이들이 인간 몸으로 들어오게 된 일 자체가 괴이한 사건이다. 괴이한 사건이 되게 만든 장본인이 인간이다. 원래 숙주를 식용으로 해서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인간 가까이 노출시켰건 인간이 그들을 숙주 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한 인과 사슬은 인간 자신이 만들었다. 그래 놓고는 바이러스와 그 공포를 희생양 삼아 떠들고 또 떠든다. 권력은 그 쇼로 민중 명줄을 조이고, 자본은 그 사이 민중 호주머니를 턴다. 진실을 비틀어 바이러스가 소비되는 현 상황에 대한 간결한 소묘다.

 

악마적으로까지 묘사되는 영리함을 지닌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찌 자신이 깃들어 사는 숙주를 죽인단 말인가. 그러면 저도 죽는데. 그런 짓은 인간만 저지른다. 인간 또한 기생생물이다. 심지어 숲은 원래 인간 숙주다. 제 원래 숙주인 숲을 잔혹하게 죽이는 주제에 바이러스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악마로 만들수록 인간은 깊숙한 투사로써 중증 정신병에 침륜될 뿐이다. 인류는 종적으로 이미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가 일으킨 국가, 문명, 과학이 지구를 엎어버리고 있는 이 상황이야말로 팬데믹이다. 팬데믹을 두고 하느님 코로나19에게 사탄 바이러스인간이 내기를 거는 중이다. 이 내기에 욥은 있는 걸까.

 

원래 인간은 숲을 죽이지 않는다. 아무리 불태우며 베어내도 죽지 않고 인간과 공존 공영하는 존재가 숲이다. 수많은 숲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원래 인간 숙주가 아니라는 증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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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생산 설비는 갖지 않고 단지 설계도만 가지고 다니는.......‘최고 미니멀리스트’........(73~74)

 

20대 법학 공부할 때 각별히 좋아한 과목은 헌법학이었다. 통치구조와 기본권으로 이루어진 비대칭 대칭 구조가 주는 단단한 형식미와 예컨대 인간의 존엄’ ‘민주적 기본질서같은 큰 개념이 주는 역동적 내용미 때문이었다. 이 형식미와 내용미가 한 국가에 헌정된 설계도여서 지니는 장엄미로 수렴될 때 청년 초기 나로서는 웅숭깊이 감응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감응은 유신헌법 해석인 사시 공부를 그만두게 한 한 요인으로 작동했지만, 유신헌법에 대한 반감이 헌법학 자체에 대한 내 애정을 흔들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내가 사시를 전격적으로 그만두기 직전 2차 시험 헌법학 점수는 합격자 평균보다 무려 15점이나 높았다.

 

헌법은 국가 설계도다. 모든 설계도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예컨대 비정상국가가 돌출시킨 기괴한 조항 따위 잡스러움이 제거된 최고 미니멀리스트로서 설계도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권위를 스스로 지닌다. 어떤 특정 설계도가 악을 구조화한다고 해서 설계도 전체를 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가 혹시 현존하는 생명 네트워킹 전체 설계도는 아닐까? 바이러스가 혹시 현존하는 생명 네트워킹 전체 창조자는 아닐까? 저자가 도발적으로 던지는 질문이자 가설이다. 바이러스가 점한 생명과 비생명 사이 경계 위치도 그렇고, 무색투명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지니는 결곡한 정이십면체 구조도 그렇게 이 질문이자 가설을 향해 눈길 주고 있다. 바이러스 하면 질병과 죽음부터 떠올리는 의료 매몰 인간이나 창조주 신앙 지닌 미신 매몰 인간에게는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이보다 더 꼭 똑 맞아떨어지는 설계도도 창조자도 있을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허구가 아니며, 낱낱이 특수한 개체지만 온이 보편적인 전체다. 그러하다.


바이러스는 생명 설계도다. 모든 설계도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예컨대 질병을 유발하는 기괴한 유전자 따위 잡스러움이 제거된 최고 미니멀리스트로서 설계도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권위를 스스로 지닌다. 어떤 특정 설계도가 질병을 유발한다고 해서 설계도 자체를 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40년 훨씬 지난 지금도 곡진한 공부로 단권 텍스트화해 지니고 있었던 김철수 교수 헌법학 책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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