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바이러스는 생산 설비는 갖지 않고 단지 설계도만 가지고 다니는.......‘최고 미니멀리스트’........(73~74)

 

20대 법학 공부할 때 각별히 좋아한 과목은 헌법학이었다. 통치구조와 기본권으로 이루어진 비대칭 대칭 구조가 주는 단단한 형식미와 예컨대 인간의 존엄’ ‘민주적 기본질서같은 큰 개념이 주는 역동적 내용미 때문이었다. 이 형식미와 내용미가 한 국가에 헌정된 설계도여서 지니는 장엄미로 수렴될 때 청년 초기 나로서는 웅숭깊이 감응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감응은 유신헌법 해석인 사시 공부를 그만두게 한 한 요인으로 작동했지만, 유신헌법에 대한 반감이 헌법학 자체에 대한 내 애정을 흔들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내가 사시를 전격적으로 그만두기 직전 2차 시험 헌법학 점수는 합격자 평균보다 무려 15점이나 높았다.

 

헌법은 국가 설계도다. 모든 설계도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예컨대 비정상국가가 돌출시킨 기괴한 조항 따위 잡스러움이 제거된 최고 미니멀리스트로서 설계도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권위를 스스로 지닌다. 어떤 특정 설계도가 악을 구조화한다고 해서 설계도 전체를 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가 혹시 현존하는 생명 네트워킹 전체 설계도는 아닐까? 바이러스가 혹시 현존하는 생명 네트워킹 전체 창조자는 아닐까? 저자가 도발적으로 던지는 질문이자 가설이다. 바이러스가 점한 생명과 비생명 사이 경계 위치도 그렇고, 무색투명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지니는 결곡한 정이십면체 구조도 그렇게 이 질문이자 가설을 향해 눈길 주고 있다. 바이러스 하면 질병과 죽음부터 떠올리는 의료 매몰 인간이나 창조주 신앙 지닌 미신 매몰 인간에게는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이보다 더 꼭 똑 맞아떨어지는 설계도도 창조자도 있을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허구가 아니며, 낱낱이 특수한 개체지만 온이 보편적인 전체다. 그러하다.


바이러스는 생명 설계도다. 모든 설계도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예컨대 질병을 유발하는 기괴한 유전자 따위 잡스러움이 제거된 최고 미니멀리스트로서 설계도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권위를 스스로 지닌다. 어떤 특정 설계도가 질병을 유발한다고 해서 설계도 자체를 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40년 훨씬 지난 지금도 곡진한 공부로 단권 텍스트화해 지니고 있었던 김철수 교수 헌법학 책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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