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29 월. `양파공동체` - 손미시집 한권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이 이토록 힘들 줄이야...시적 감성이 너무 사그러들어서인지.복잡미묘한 심리를 너무 난해하게 표현해서인지... 시 한편 한편이 벽에 부딪히는 느낌, 발을 헛딛는 느낌.시 한편이 아닌 이 한권의 시집이 하나의 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음수, 바깥, 가짜, 귀신. 그리하여 생의 이면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이의 눈에 비친 또다른 세상. 이방인의 시선과 가슴. 그런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손미의 시를 보기는 하였으나 진정한 인연을 맺지는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순간을 영원으로 묘사하고자 한 그녀의 시,실루엣 정도를 보고 난 서둘러 돌아선다.# 손미...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여주인공의 이름. 배두나가 연기한 그 캐릭터. 영화 속 손미와 손미의 시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함과 자신만의 수억광년 깊은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이....
2014.12.28 일. `The Reader - 책 읽어주는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2009년 영화로 제일 먼저 만나고 2010년 원작 책으로 다시 만났던 `The Reader - 책 읽어주는 남자` 그리고 4년이 지나 세 번째 만남. 처음 만난 영화에서는 서른 여섯 한나와 열 다섯 미하엘이 나눈 사랑, 그 에로티시즘에 흠칫 놀랬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관계 그 내밀하면서도 농밀한 관계가 부러웠다. 이번 세 번째 만남에서는 그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물들인 수치심을 보았다. 슐링크의 소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탄탄한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많은 작품을 읽지는 못했으나 `The Reader`가 그러하고 `귀향`이 그러했다. 그 이후 만난 독일 소설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느껴졌다. 독일 소설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에 불을 당겨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다음엔 그의 초기작, 서른 초반 시절의 지성과 감성을 만나보고 싶다. #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미하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상상된다. 발음할 때 목구멍까지 ㅋ,ㅎ 소리가 들락날락 거리는 독어의 느낌이 오묘한 향수를 자아내며... 귓가에 맴돈다. 그리하여 책을 읽던 가운데 독일어 초급 교재를 덜컥 사버리는 기행을 저질렀다.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일단 꿈은 이 책 독일어판 원본을 읽는 것으로 ^^
2014.12.26. 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사랑.. 그 덧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아니었다면....사랑이 없었다면...사랑에 내 자아를 내어주지 않았다면...얼마나 허망한 인생이란 말인가. 서른 아홉, 애인을 둔 이혼녀 폴.이제 자신은 너무 늙어버린 것 처럼 느껴진다던 폴을 사랑한 스물 다섯 눈부신 청년 시몽. 그가 말했다.˝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하지 말 것...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할지 말 것...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가지 말것...어제의 나이기도 한 시몽이 오늘의 나이기도 한 폴에게 그렇게 당부하고 당부한다. # 내 서른 아홉, 마지막 금요일 오전을 스물 넷의 사강과 온전히 함께 하다. 문학만이 지닌 힘으로 삶의 생동감과 미묘한 감정 기류를 느껴보게 한 사강, 내 인생 가장 적절한 날 적절한 순간 그녀를 만난것 같아 기쁘다.
인근에 새로 생긴 호텔 라운지가 북카페 컨셉이라 해서 궁금한 마음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다.평소 호텔과 그리 친할일은 없는데....이 곳. 아 . 이 멋들어진 공간, 들어서면서부터 반해버렸다.호텔스럽지않게 편안한 분위기와 아트북 위주의 감각적인 책 셀렉션... 독특한 바다전망이 펼쳐진 창밖 풍경... 집에서 십여분 거리이긴 하나 휴가를 온다면 정녕 이 곳으로 이 분위기 속에서 책과 뒹구는 휴식취하러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책과 어우러진 공간은 언제 어디서나 곱절로 정이 듬뿍 간다. ^^
2014. 12.22. 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영하 30도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하루.추위와 배고픔, 고된 노역.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몫의 멀건 스프와 빵, 몸을 누일 거친 잠자리만으로도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라는 주인공 슈호프...1984는 가상세계에서 온 살떨리는 메시지라 고개라도 저으며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이 작품은 실세계에서 걸어나온 거부할 수 없는 진실, 작가의 회고록인지라 도망치기도 힘든 이야기이다...힘없는 약자의 삶을 통째로 뒤흔든 지배권력의 잔혹사는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이 많기만 하구나! -.-.....----- 암울한 이야기의 책들을 연달아 읽던 가운데...문득 보니 2014년의 100번째 책. 내 한해, 바쁜 일상 그 빈틈을 메꾸고 나를 지탱해준 100권의 책들...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