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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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8. 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 야기사와 사토시 / 37

자질구레한 것 없이 손만 뻗으면 책이 바로 거기 있는 곳.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 곳, 모리사키 서점.
네 장의 음악 앨범과 함께 모리사키 서점에서
2016년 3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을 보내다.

허물을 벗듯 쓸데없는 것을 벗고 가벼운 내가 된 기분.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게다가 서점이 배경인 소설 속에 들어 앉아 음악과 이야기에 빠지자니...
어느새 내 안에 봄 기운이 감돈다.
아~ 봄바람타고 서점 가고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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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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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4. 목.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35

책장을 펼치고 곡괭이와 산투리를 함께 다룰 수 있는
그의 손을 마주잡고 있는 내내 가슴이 설렜다.
삶의 무게에 휘청거리던 요즘 나의 몸짓도
그이와 함께 추는 인생의 춤이라는 생각에 내 몸이 달떴다.

피가 덥고 뼈가 단단한 사나이.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하고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채로 거르느라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는 조르바 그 자체였던 조르바.
세상 모든 것에서 영혼을 느끼며 인간은 곧 자유라고 말하는 그 이, 조르바의 품이 때때로 그리울 것 같다.

난 이렇게 또 한 명의 멋지고 든든한 의지가 되는 애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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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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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7. 목. `꽃의 나라` - 한창훈 장편소설 / 34

˝처음 대면은 그 어떤 것이라도 강렬했다. 맨 처음 맞아본 주사, 매질, 처음 본 여자의 알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끔찍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기억에는 없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우는 것을 봐도 그렇다. 태어났다는 것은 그전의 세상이 죽어버렸다는 뜻이므로 그것은 삶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내가 맛본 죽음의 공포는 그 어떤 주먹이나 매질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의 떨림은 저 깊숙한, 맨 처음의 시작점에서 왔다. 죽어 있다는 것을 본다는 것. 죽어버린 생선, 죽어버린 나무, 죽어버린 새. 그리고 죽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세계가 정지되고 곧바로 소멸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에게 찾아온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노고에 비하면 죽는 순간은 너무 짧았다. 하다못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 수태가 되고 분열을 하고 아가미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어미의 몸을 통해 빠져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그 정도만큼은 죽어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눈이 들어가고 호흡이 가빠지며 관절이 어긋나고... 그래야 죽음도 탄생만큼이나 중요한 게 될 것 아닌가.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버둥거리는 시간이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좀처럼 그런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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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감옥을 탈출해서 세상의 단맛 쓴맛을 겨우 조금 맛본 소년이 온 몸으로 겪은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
쓰나미처럼 밀려온 참혹한 전쟁에 휩쓸리고
또 살아남아 부르는 노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음에도 작가는 나를 마냥 웃게 했고 그렇게 웃다가 울게 했고 그러다 울음보다 깊은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폭력의 대물림 속에서 폭력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답을 찾으며 성장해 가던 소년이
세상 가장 끔찍한 폭력의 현장을 경험하고 살아남아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 세상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가진 슬픈 어른으로 한 생을 살았을 것 같은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

꽃피는 계절 5월에 꽃의 나라로 갔을 그네들의 넋을 기리며.
그리 멀지않은 그 시절의 비극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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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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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4. 월  `대위의 딸` - 알렉산드르 뿌시낀 / 32 
 
 
18세기 러시아 농민봉기를 배경으로 그려진 철없는 청년군인 뾰뜨르의 성장과 사랑, 반전의 반전.
러시아 대문호 뿌시낀의 작품은 의외로 가벼웠고
블랙 코미디면서 또한 동화같은 재미도 느껴졌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전의 신선한 즐거움이라 놀라웠다. 
 
피로 얼룩졌을 폭동의 시기, 민족의 비극을 시인의 감성으로 바라보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역사의 한 장으로 기록했구나 싶은 생각에 감탄이 터진다.
역사의 시련이든 개인사의 시련이든간에
무엇보다 인간다움이라는 소신을 지키는 것.
그것이 시련을 극복하는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전문학은 정말이지 꼭 한번 만나야 하는
오래된 지혜, 오래된 꿈 그리고 오래된 미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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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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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6. 금. `빛의 제국` - 김영하 장편소설 / 26

... 그러나 처음 맞닥뜨린 자본주의적 권태에는 무게와 질량이 있었다. 그것은 삶을 짓누르고 질식시키는 유독 가스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두려움이 생겼다. 가끔 어떤 종류의 인간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아,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원초적인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p.87

...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 p.315

이 책을 읽고 그리고 어제 햄릿을 보며.
인간의 삶은 결국 자신의 역할에 몰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오가는 가운데 가끔 그 경계에 서서 자족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역할이란 것 대부분이 내 의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지고 난 비교적 자잘한 것들에 대해서나 계획하고 결정하는 가운데...
어찌되었든 삶이라는 무대 위에 올랐으니 막이 올라있는 동안 나름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몰입하는 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그 역할 자체가 되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그 말처럼 내 생각은 몰입한 역할의 그것으로 익어가게 되고.
그렇기에 몰입은 평온하고 순조롭다. 그리고 황홀하다.
하지만 그러나 몰입은 침잠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른채 점점 깊숙히 내려앉고 있는 것도 알지 못한다. 역할에 대한 고착은 행복인가 불행인가.

... 역할에 몰입할 수 없어서 혹은 어떤 외부의 이유에 의하여 내가 무대 밖으로 내려섰을 때.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인가.
내가 해야만 하는 그리고 하기로 한 역할들에 몰입할 수 없는 순간 순간 우리는 이방인이 되고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스스로를 어리석고 답답한 존재로 여기며 상심하고 또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빛의 제국`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며 어두운 마음과 세상 속으로 침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난... 내가 몰입하며 하루 하루 걷고 있는 이 삶 역시 그들이 향하던 그 어둠 속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꾸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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