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공주와 짐승의 왕 4
토모후지 유 지음, 이지혜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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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이 있고,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진 소녀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괴물이 소녀를 잡아먹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괴물은 소녀에게 자비를 베풀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아간다.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여러 동화와 소설, 영화 등에서 변주된 바 있는 이야기인데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건 왜일까. 


토모후지 유의 만화 <제물공주와 짐승의 왕>도 그렇다. 주인공 사리피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는 마족의 왕에게 99번째 제물로 바쳐진다. 하지만 마족의 왕 레온하트는 예상외로 자상한 성품의 소유자였고, 실은 반인반마라서 특정 시기에는 검은 장발, 어두운 피부를 가진 미남으로 변신한다. 이 사실은 오로지 사리피만이 알고 있는 듯하다. 


레온하트는 사리피의 밝고 강직한 성격에 반해 사리피를 왕비로 맞기로 결심한다. 단, 마족의 왕비가 되기 위해선 '왕비가 되기 위한 시련'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사리피가 도전하게 될 첫 번째 시련이 바로 인간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갈로아 공작의 왕궁 방문을 주관하는 것이다. 


사리피는 갈로아 공작을 맞이하기 위해 무도회에서 선보일 춤을 연습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요리 연습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갈로아 공작은 왕궁에 오기 전부터 왕비 후보가 누구이든 안 좋게 대할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보인다(이건 뭐 며느리 될 여자라면 누구라도 싫어하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ㅋㅋㅋ). 


사리피와 레온하트의 로맨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록 제물로 바쳐진 신세이지만 좋은 머리와 밝은 성격으로 왕비 후보까지 된 사리피. 마족의 왕이지만 알고 보면 성격도 자상하고 외모도 늠름한 레온하트. 서투르지만 천천히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며 가까워져 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살다 살다 사자처럼 생긴 마족의 왕이 멋있어 보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 ㅎㅎㅎ 


중세가 배경인 동화 느낌이 나는 전통 판타지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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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제붑 아가씨의 뜻대로 3
마토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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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제붑 아가씨의 뜻대로>는 2018년 10월 TV 애니메이션 방영을 앞두고 있는 인기 만화다. 장르는 '마계 판타지 러브 코믹 일상물'이라고 하면 되려나(잘 모르겠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만화의 무대는 일찍이 천계를 떠난 천사들이 악마로 타천하여 자리 잡은 마계 판데모니엄. 이곳의 주인인 대악마 벨제붑은 사실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외모의 청순한 미소녀다. 뮤린을 비롯해 벨제붑의 시중을 드는 신하들의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오피스물'의 성격도 가미되어 있다(그렇다면 장르는 '마계 판타지 러브 코믹 오피스 일상물'...). 


메인 커플인 벨제붑과 뮤린이 나오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 있다고 여긴 캐릭터는 재무부의 실세이자 아스타 로트의 오른팔 사르가타나스 언니셔(이하 사르가타나스)이며, 그의 비밀을 다룬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었다. 사르가타나스는 단정한 외모에 늠름한 태도, 쿨한 성격을 갖춘 '차마녀(차가운 마계 여자)'이다. 그런 사르가타나스에게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요즘 마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팬시 캐릭터 '수염 모코 프렌즈'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ㅋㅋㅋ 


동료들이 수염 모코 프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사르가타나스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왜? 이미지와 맞지 않으니까 ㅋㅋㅋ 체면 구길까 봐 ㅋㅋㅋ 하지만 기간 한정으로 수염 모코 프렌즈를 모티프로 한 요리나 한정 굿즈를 파는 카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니, 천하의 사르가타나스도 직접 가보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그리하여 최대한 신분과 정체를 노출하지 않는 차림으로 수염 모코 프렌즈 카페에 가는데, 하필 거기서 예상외의 인물을 만난다 ㅋㅋㅋ 


이 밖에도 웃음을 자아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여럿 실려 있다. 마계가 배경인 일상 치유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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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키스해도 될까요 1
하츠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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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콤(시스터 콤플렉스)인 오빠가 나온다고 해서 솔직히 읽기 싫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오빠와 여동생이 사랑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오빠와 여동생...이 아닌 오빠와 여동생 남자친구 사이의 케미가 더 터져서 '순정 만화를 가장한 BL'을 읽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주인공 쿠루미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아빠, 오빠와 셋이서 살고 있다. 고등학생이 된 쿠루미는 어느 날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 나기오와 재회한다. 만나자마자 끌어안지 않나, 시도 때도 없이 키스하지 않나, 몇 번이나 봤다고 고백을 하지 않나... 나기오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쿠루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결국 얼마 후 두 사람은 사귀기로 한다. 


쿠루미의 오빠 아타카는 귀여운 여동생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는 걸 결사반대하는 눈치다. 통금 시간을 지키라고 성화를 부리지 않나, 쿠루미의 데이트에 따라가지 않나, 시도 때도 없이 쿠루미와 나기오의 뒤를 따라다니며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애쓴다. 그때마다 나기오가 빠져나가는 방법이 걸작이다. "아타카도 좋아해." "아타카는 하나도 안 변했구나." (헌팅하러 온 여자들에게) "우리(아타카와 나기오) 사귀고 있거든요." ㅋㅋㅋ 이 정도면 내가 이 만화를 '순정 만화를 가장한 BL'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은지. 


아타카가 심한 시스콤인 걸 알면서도(사실 난 아타카가 그렇게 심한 시스콤인지 잘 모르겠다. 더 심한 시스콤도 많이 봐서...) 굳이 아타카 앞에서 쿠루미에게 애정 표현을 하며 '도발'하는 것도, 사실은 쿠루미를 원해서가 아니라 아타카를 원해서가 아닌지 ㅎㅎㅎ 뭐 이건 순전히 내 망상이고, 시스콤 성향이 있는 오빠와 소꿉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쿠루미의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봐도 재미있다. 쿠루미와 나기오의 애정 씬은 달달하기 그지없고, 나기오와 아타카가 대립하는 씬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빵빵 터진다(아무리 생각해도 쿠루미-나기오보다 아타카-나기오 케미가 더 좋단 말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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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사변 1
아이모토 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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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만화가 있다. 처음부터 독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만화와 시간이 갈수록 독자의 신경을 잡아끄는 만화. 아이모토 쇼의 신작 <괴물사변>은 전자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가축들이 잇달아 변사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해결 의뢰를 받고 도쿄에서 온 이누가미라는 사내는, 사건 해결을 하러 가는 도중에 '논귀신'이라고 불리는 마을 소년(카바네)과 만나게 된다. "별명이에요. 매일 논밭에서 흙이나 비료 범벅이 돼 있으니까 논귀신. 논에 사는 요괴 이름이거든요." 


이누가미는 사건 해결을 의뢰한 여관 주인에게 논귀신이라고 불리는 소년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여관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 아이는 매일 논밭에서 거름을 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비루하고 천박한 녀석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누가미는 소년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고, 여관 주인은 마지못해 이누가미에게 소년을 보낸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운을 뗀 이누가미는, 자연스럽게 소년이 이 마을에 살게 된 계기, 소년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의 정체, 소년의 진짜 본성 등을 하나씩 밝혀낸다. 소년의 정체는 인간과 시귀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半妖). 시귀의 특성상 심한 상처를 입어도 고통도 없고 죽지도 않으며 금방 재생한다. 


이누가미는 소년을 만난 지 5일째 되는 날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고, 그 결과 소년을 자신이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로 데려오게 된다. 소년은 이누가미가 하는 일을 돕는 한편,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괴물 소년들과 공동생활을 하게 되는데, 바로 거미 요괴 아라크네를 어머니로 둔 시키와 여자처럼 생겼지만 사실 남자인 아키라다. 선배랍시고 텃세를 부리는 시키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카바네의 대결이 1권의 재미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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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풍기장림 1 ㅣ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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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국내에 중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의 후속편 <랑야방 : 풍기장림>의 원작 소설이 정식 출간되었다.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을 드라마로 여러 번 보고 원작 소설도 읽은 나는 당연히 <랑야방 : 풍기장림>도 드라마로 봤다. 


<랑야방 : 풍기장림>은 <랑야방 : 권력의 기록>으로부터 50년 후가 배경으로, 임수와 정왕의 후예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전작과의 관련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 소평정의 별명이 '작은 임수'일 만큼 임수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적지 않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황실을 둘러싼 권력 투쟁 및 정치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상당해 전작을 보았든 보지 않았든 꼭 한 번 볼만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나라인 양나라다. 임수가 목숨을 걸고 지킨 북방 변경에선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지만, 정왕의 아들이자 현 황제인 소흠의 치세 아래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왕은 슬하에 아들 셋을 남겼는데, 장남은 어릴 적 임수에 의해 액유정에서 벗어나 훗날 정왕에게 입양된 소정생(장림왕)이고, 차남은 현 황제 소흠이고, 삼남은 죽은 래양왕이다. 소정생은 양나라의 국경을 수비하는 책임을 맡은 장림왕부의 총사령관으로서 현재는 장림왕이라고 불린다. 소정생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장남이 소평장, 차남이 소평정이다. 





소평정은 어릴 때부터 랑야각에서 공부하며 자라 정치에 관심이 없고 강호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아버지와 형의 든든한 비호 아래 자라서 철없이 굴 때도 많지만, 남다른 총명함과 무술 실력을 갖춘 실력자다. 랑야각에서 근심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소평정은, 어느 날 형 소평장이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위중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달려간다. 형에게 부상을 입힌 자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평정은 권모와 술수가 도사리고 있는 금릉으로 향한다. 


소평정의 형 소평장은 장림왕부의 세자이자 장남으로서 어려서부터 국정에 참여했다. 뛰어난 능력과 온화한 성품으로 세간의 존경과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아버지에게는 믿음직한 아들, 동생에게는 든든한 형, 아내 몽천설에게는 자상한 남편이다. 능력이 뛰어난 만큼 시기하는 이들도 많다. 태자의 어머니인 순 황후를 비롯해 수많은 내각 대신들이 소평장(및 장림왕부)을 경계한다. 평장도 이를 알기에 몸가짐을 조심하지만, 그의 목숨을 노리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위기가 커진다.





<랑야방 : 풍기장림>은 소설과 드라마 각본 모두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의 원작자 하이옌이 집필했다. 하이옌은 영문과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쓴 소설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경우, 원작자와 각본가가 일치하지 않으면 전체 줄거리는 같아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대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원작 소설가가 드라마 각본을 집필했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가 같은 것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과 대사도 대부분 일치한다. 배경이나 인물 심리에 관한 설명은 소설이 훨씬 자세하다. 


대표적인 예가 소평정의 천생연분인 임해다. 임해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드라마에서 봤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소설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훨씬 쉽다. 소평정에게 차갑게 군 건, 소평정이 싫어서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채 평생 의술을 추구하고 싶어서였다니. 이걸 소평정이 알았으면 마음고생을 덜했을 텐데... 


어려서부터 사부를 따르며 의술을 배운 그녀는 첫 번째 환자를 구해낸 뒤부터 제풍당 한곳을 맡을 능력이 생길 때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줄곧 정확히 알고 있었다. 부군을 모시고 자녀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요, 평온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의 즐거움과 보람은 오로지 의술을 추구하고 연구하는 것이었다. (1권) 


드라마에서 소원계는 소평장이나 소평정만큼 용맹하고 듬직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나름 지조도 있고 신념도 있는 인물로 보였는데, 소설에서 소원계는 훨씬 유약하고 미덥지 못한 인물로 그려진다. 





전작의 팬이라면 가슴이 설렐 만한 대목도 나온다. 전작에서 금위군을 통솔했던 '몽통령' 몽지의 뒤를 이어 금군통령을 맡고 있는 순비잔이 숙부 순백수와 대화를 나누는 대목인데, 순백수는 조카에게 소평정의 별명이 '작은 임수'라고 일러준다. "지난날 혁혁한 명성을 날리던 적염군의 소원수, 금릉성에서 가장 눈부시던 빛, 전장을 종횡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청년 장군...." 


드라마에서 소평정을 처음 보았을 때, 양나라 최고 군인 집안의 아들이라는 지위에 총명한 머리, 뛰어난 무술 실력, 활달한 성격까지, 매장소가 되기 이전의 임수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낀 건 우연이 아니었다. 작가는 혹시 전작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시퀄로 다듬어 쓴 건 아닐까. 여전히 궁금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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