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 : 풍기장림 1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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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국내에 중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의 후속편 <랑야방 : 풍기장림>의 원작 소설이 정식 출간되었다.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을 드라마로 여러 번 보고 원작 소설도 읽은 나는 당연히 <랑야방 : 풍기장림>도 드라마로 봤다. 


<랑야방 : 풍기장림>은 <랑야방 : 권력의 기록>으로부터 50년 후가 배경으로, 임수와 정왕의 후예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전작과의 관련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 소평정의 별명이 '작은 임수'일 만큼 임수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적지 않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황실을 둘러싼 권력 투쟁 및 정치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상당해 전작을 보았든 보지 않았든 꼭 한 번 볼만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나라인 양나라다. 임수가 목숨을 걸고 지킨 북방 변경에선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지만, 정왕의 아들이자 현 황제인 소흠의 치세 아래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왕은 슬하에 아들 셋을 남겼는데, 장남은 어릴 적 임수에 의해 액유정에서 벗어나 훗날 정왕에게 입양된 소정생(장림왕)이고, 차남은 현 황제 소흠이고, 삼남은 죽은 래양왕이다. 소정생은 양나라의 국경을 수비하는 책임을 맡은 장림왕부의 총사령관으로서 현재는 장림왕이라고 불린다. 소정생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장남이 소평장, 차남이 소평정이다. 





소평정은 어릴 때부터 랑야각에서 공부하며 자라 정치에 관심이 없고 강호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아버지와 형의 든든한 비호 아래 자라서 철없이 굴 때도 많지만, 남다른 총명함과 무술 실력을 갖춘 실력자다. 랑야각에서 근심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소평정은, 어느 날 형 소평장이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위중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달려간다. 형에게 부상을 입힌 자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평정은 권모와 술수가 도사리고 있는 금릉으로 향한다. 


소평정의 형 소평장은 장림왕부의 세자이자 장남으로서 어려서부터 국정에 참여했다. 뛰어난 능력과 온화한 성품으로 세간의 존경과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아버지에게는 믿음직한 아들, 동생에게는 든든한 형, 아내 몽천설에게는 자상한 남편이다. 능력이 뛰어난 만큼 시기하는 이들도 많다. 태자의 어머니인 순 황후를 비롯해 수많은 내각 대신들이 소평장(및 장림왕부)을 경계한다. 평장도 이를 알기에 몸가짐을 조심하지만, 그의 목숨을 노리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위기가 커진다.





<랑야방 : 풍기장림>은 소설과 드라마 각본 모두 <랑야방 : 권력의 기록>의 원작자 하이옌이 집필했다. 하이옌은 영문과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쓴 소설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경우, 원작자와 각본가가 일치하지 않으면 전체 줄거리는 같아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대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원작 소설가가 드라마 각본을 집필했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가 같은 것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과 대사도 대부분 일치한다. 배경이나 인물 심리에 관한 설명은 소설이 훨씬 자세하다. 


대표적인 예가 소평정의 천생연분인 임해다. 임해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드라마에서 봤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소설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훨씬 쉽다. 소평정에게 차갑게 군 건, 소평정이 싫어서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채 평생 의술을 추구하고 싶어서였다니. 이걸 소평정이 알았으면 마음고생을 덜했을 텐데... 


어려서부터 사부를 따르며 의술을 배운 그녀는 첫 번째 환자를 구해낸 뒤부터 제풍당 한곳을 맡을 능력이 생길 때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줄곧 정확히 알고 있었다. 부군을 모시고 자녀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요, 평온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의 즐거움과 보람은 오로지 의술을 추구하고 연구하는 것이었다. (1권) 


드라마에서 소원계는 소평장이나 소평정만큼 용맹하고 듬직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나름 지조도 있고 신념도 있는 인물로 보였는데, 소설에서 소원계는 훨씬 유약하고 미덥지 못한 인물로 그려진다. 





전작의 팬이라면 가슴이 설렐 만한 대목도 나온다. 전작에서 금위군을 통솔했던 '몽통령' 몽지의 뒤를 이어 금군통령을 맡고 있는 순비잔이 숙부 순백수와 대화를 나누는 대목인데, 순백수는 조카에게 소평정의 별명이 '작은 임수'라고 일러준다. "지난날 혁혁한 명성을 날리던 적염군의 소원수, 금릉성에서 가장 눈부시던 빛, 전장을 종횡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청년 장군...." 


드라마에서 소평정을 처음 보았을 때, 양나라 최고 군인 집안의 아들이라는 지위에 총명한 머리, 뛰어난 무술 실력, 활달한 성격까지, 매장소가 되기 이전의 임수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낀 건 우연이 아니었다. 작가는 혹시 전작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시퀄로 다듬어 쓴 건 아닐까. 여전히 궁금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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