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바나나 그림일기
이노우에 안나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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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만둬도 상관없지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지만, 

오늘도 23시에 책상 앞에 앉아버리는 딱 지금이 무척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안나 바나나 그림 일기>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노우에 안나가 3년 동안 그린 그림일기를 엮은 일러스트 화보집이다. 매일 23시에 그림일기를 그리기 위해 밤에 놀러 다니는 것도 포기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계를 신경 쓰지 않고 데이트하는 것도 포기했다는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그림일기는 사랑 이야기, 짝사랑 이야기,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두 사람의 이야기 등으로 나뉜다.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만으로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제멋대로 착각했던 기억, "난생 처음 꽃을 선물해본다"라는 말을 듣고 꽃보다 그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았던 기억, 사랑이 끝나고 그동안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싹둑 자른 기억 등 기록해두지 않으면 휘발되기 쉬운 기억을 짧은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겼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재능. 그것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노력에 달렸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저자가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일을 잘하는 것이 재능이 아니라 잘할 때까지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재능이다. 그리고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이 노력이다. 저자가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은 무엇일까. 천 일 동안 매일 23시에 그림일기 올리는 게 힘들었던 걸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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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방과 후 1
이치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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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주 광고 모델은 전부 예쁜 여자 연예인일까. 음주하는 여성의 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음주는 남성들의 문화이고, 많은 남성들이 예쁜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니 예쁜 여자 연예인이 소주(때로는 맥주) 광고를 찍는 게 아닌가 싶다. 


<어른의 방과 후>는 퇴근 후에 연예인처럼 예쁜 여성과 시원하게 한 잔 걸치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남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만화다. 청순한 매력이 있는 아마노 씨, 점장님을 짝사랑하는 타카기 학생,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하야카와, 막과자를 좋아하는 미즈노 씨, 음침해 보이지만 사실은 선량한 키리자키 씨, 총명해 보이는 인상의 소노다 씨 등 만화에 나오는 여성들이 모두 남심을 흔드는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다. 


퇴근 후에 근사한 사람과 한잔하고 싶은 로망은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다. 제목이 <어른의 방과 후>라면 어른 남성뿐 아니라 어른 여성의 로망도 채워줘야 할 텐데, 아쉽게도 이 만화에는 어른 여성의 로망을 채워주는 장면은 없다(여성은 어른이 아니란 말인가!). 이참에 퇴근 후 잘생긴 남자와 한잔하는 만화도 나왔으면 좋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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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쇼콜라티에 9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서수진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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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위해 쇼콜라티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실연 쇼콜라티에>가 드디어 끝났다. 


소타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후에도 걸핏하면 소타를 찾아와 소타의 마음을 뒤흔드는 사에코. 소타는 사에코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일에 몰두한다. 그동안의 레시피를 전부 수정하겠다는 소타의 말에 쇼콜라비 직원들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이다. 그런 소타를 보다 못한 카오루코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가볍게 대시해 보라는 사에코의 조언을 떠올리고 소타에게 데이트를 제안한다. 그러자 소타는 너무나 가볍게 카오루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동안 소타를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던 카오루코로선 들뜨기도 하고 살짝 맥빠지기도 했을 듯. 


요즘 한창 인기라는 갈레트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소타와 카오루코. 하지만 카오루코는 소타의 정신이 다른 데에 가 있는 걸 눈치채고 그동안 소타가 대답하길 꺼려왔던 질문을 한다. "저기... 카토 에레나랑은 이제 연락 안 해? ... 애초에 소타가 먼저 '사귀자'고 한 거잖아. 그럼 그 사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소타가 먼저 행동을 해야 하는 거 아냐?" 달리 말하면 얼른 사에코를 포기하고 에레나를 잡으라는 것. 카오루코 입장에서 보면 좋아하는 남자한테 나 아닌 다른 여자와 잘 되라고 등 떠밀어주는 건데, 이걸 말로 전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말하고 나서 그 마음이 결코 개운하기만 했을까. 카오루코를 응원해온 독자로서 심란하다(카오루코 힘내!!). 


덕분에 소타는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한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에레나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에레나는 그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소타에게 엄청 화가 나가 있는 기색이다(왜 아니겠어...). 과연 소타의 '진심'은 무엇일까. 소타는 대체 누구를 좋아할까. 에레나? 사에코? 결말 자체는 아쉽지 않았지만, 결말에 이르도록 소타의 수동적이고 미적거리는 태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은 아쉬웠다. 사에코나 카오루코나, 옆에서 여자가 옆구리 찌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남자라니... 답답해 답답해... 사에코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한 듯 보이는 결말도 찝찝하다(다른 여자에게 언제까지나 몇 번이고 실연당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남자와 사는 여자는 행복할까). 


카오루코의 사이다 같은 일갈만큼은 마음에 쏙 든다. 연애 하수였던 카오루코가 사에코의 코칭을 교훈 삼아 연애 고수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린 번외 편이 나온다면 읽을 의향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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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제방 일지 1
코사카 야스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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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걸 무서워하는 여고생이지만… 낚시 시작했습니다!' 


츠루기 히나는 방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바느질하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 여고생이다.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가 살고 계신 어촌으로 이사를 온 히나는, 어느 날 집 근처 제방을 산책하다가 낚시를 하고 있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 여학생으로부터 '제방부'에 입부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낚시에 1도 관심 없는 것은 물론이요, 살아있는 걸 잘 만지지도 못하는 히나는 제방부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거절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낚싯대를 잡아보라는 선배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낚싯대를 잡았다가 '손맛'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히나는 제방부에 들어가게 된다. 


제방부 부원은 히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이다. 제방부 부장이자 3학년인 쿠로이와 유우키는 얌전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아무 데나 드러눕고 양말을 훌렁훌렁 벗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다. 2학년 오노 마코토는 '여러 가지가' 커다랗지만 목소리만은 작고, 낚시면 낚시, 요리면 요리, 모든 일에 능숙하다. 히나와 같은 1학년인 호다카 나츠미는 히나가 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어울려 놀았던 소꿉친구다. 유우키와 마코토가 언니 같은 느낌이라면, 나츠미와 히나는 여동생 같은 느낌이다. 네 사람의 조화가 귀엽다.


인원수가 적어서 폐부 위기에 몰려 있는 제방부 부원들은 신입 부원 히나에게 엄청나게 잘해준다. 낚시 초보자인 히나에게 낚시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히나가 최대한 빨리 낚시의 매력에 빠져서 제방부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못 하게끔 온갖 친절을 다 베푼다. 덕분에 히나는 금방 낚시의 매력에 빠진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손맛'도 알게 된다. 하염없이 바다에 드리우고 있던 낚싯대에 물고기가 걸렸을 때의 묵직한 느낌! 이건 정말 느껴본 사람 아니면 모른다 ㅎㅎㅎ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성 좋은 청소년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아서 집에 가져갈 정도니 얼마나 많이 잡은 걸까 ㅎㅎㅎ 그러고 보니 일본에선 남녀 불문하고 십 대, 이십 대 때부터 취미로 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선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남성들이 주로 낚시를 하는 것 같다. 히나처럼 어린 여고생이 낚시를 하는 경우는 드물거니와, 어쩌다 낚시해서 물고기를 집에 가져간들 공부 안 하고 딴짓했다고 부모님께 야단맞을 듯. 


캠핑을 좋아하는 여고생들의 동아리 생활을 그린 <유루캠>도 그렇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농구를 하는 여자 농구부원들의 도전을 그린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도 그렇고, 학생들의 유쾌하고 발랄한 동아리 생활을 그린 만화를 보면 그저 부럽다. 나도 이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었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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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키쿠치 마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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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남이 안 보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남긴 말이다. 키쿠치 마리코의 만화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에는 어느 누구라도 남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 아버지가 나온다. 맨 정신일 때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소심한 성격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마작을 하고, 가족들에게 폭언을 하고, 심할 때는 손찌검까지 한다.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저자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녀인 저자는 하루아침에 집안 살림을 떠맡게 되었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살림을 하고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그 수발도 다 들어야 했다. 아버지에게 술을 끊으라고 온갖 방식을 동원해 부탁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자를 오히려 비난했다.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아버지가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아버지에게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게 아니냐고 타박했다. 중학생인데 집안 살림을 도맡고 아버지 술 주정까지 들어야 하는 딸. 중학생인 딸에게 술 주정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아버지. 대체 누가 나쁜 걸까.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저자는 자식으로서의 책임감 또는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성인이 되도록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을 지킨다. 그러는 동안 진학도 취업도 포기한 채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아버지와 비슷한 타입의 남자친구를 만나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저자가 장장 9년이나 사귄 이 남자친구가 정말 가관이다. 입만 열면 저자를 무시하지 않나, 걸핏하면 저자를 때리지 않나... 그런데도 저자는 그조차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여기며 좀처럼 그와 헤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뿐인 동생이 그런 남자와 사귀지 말라고 울면서 말리는데도 결혼까지 하려고 하는 장면에선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스라이팅이 이렇게 무섭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저자는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그러다 불현듯 깨닫는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고 어머니와 자신을 향해 폭언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나는 그때도 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지킬 것이다.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어리고 약한 나를 보호할 것이다. 


부모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것과, 나를 학대하고 방관한 것은 별개다. 부모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었다는 이유 때문에 나를 학대하거나 방관한 것을 무조건 용서하고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은 무조건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해야 하는 것일까. 가정은 누구에게나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일까. 가족이 준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과 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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