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키쿠치 마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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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남이 안 보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남긴 말이다. 키쿠치 마리코의 만화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에는 어느 누구라도 남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 아버지가 나온다. 맨 정신일 때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소심한 성격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마작을 하고, 가족들에게 폭언을 하고, 심할 때는 손찌검까지 한다.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저자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녀인 저자는 하루아침에 집안 살림을 떠맡게 되었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살림을 하고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그 수발도 다 들어야 했다. 아버지에게 술을 끊으라고 온갖 방식을 동원해 부탁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자를 오히려 비난했다.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아버지가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아버지에게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게 아니냐고 타박했다. 중학생인데 집안 살림을 도맡고 아버지 술 주정까지 들어야 하는 딸. 중학생인 딸에게 술 주정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아버지. 대체 누가 나쁜 걸까.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저자는 자식으로서의 책임감 또는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성인이 되도록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을 지킨다. 그러는 동안 진학도 취업도 포기한 채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아버지와 비슷한 타입의 남자친구를 만나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저자가 장장 9년이나 사귄 이 남자친구가 정말 가관이다. 입만 열면 저자를 무시하지 않나, 걸핏하면 저자를 때리지 않나... 그런데도 저자는 그조차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여기며 좀처럼 그와 헤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뿐인 동생이 그런 남자와 사귀지 말라고 울면서 말리는데도 결혼까지 하려고 하는 장면에선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스라이팅이 이렇게 무섭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저자는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그러다 불현듯 깨닫는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고 어머니와 자신을 향해 폭언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나는 그때도 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지킬 것이다.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어리고 약한 나를 보호할 것이다. 


부모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것과, 나를 학대하고 방관한 것은 별개다. 부모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었다는 이유 때문에 나를 학대하거나 방관한 것을 무조건 용서하고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은 무조건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해야 하는 것일까. 가정은 누구에게나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일까. 가족이 준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과 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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