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주점 노부 8
버지니아 이등병 지음, Kururi 그림, 세미카와 나츠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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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일본 신주쿠 뒷골목에 심야식당이 있다면, 이세계(異世界)의 고도(古都) 아이테리아 밤거리에는 '노부'가 있다. 세미카와 나츠야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이세계 주점 노부>는 아이테리아 사람들의 입과 배를 사로잡은 일본식 주점 노부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그린 힐링 요리 만화다.


8권에서는 노부에 새 식구가 두 명이나 들어온다. 한 명은 유리 장인의 아들이자 아이테리아를 지키는 위병 출신인 한스다. 오래전 노부에서 맛있는 오뎅을 먹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진 한스는 오랜 고민 끝에 위병을 그만두고 노부에서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한스는 타이쇼에게 "이곳에 오면 올수록, 노부의 요리를 먹으면 먹을수록 요리의 깊이를 느껴갔어요."라며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한다. 한스의 진심을 느낀 타이쇼는 한스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노부의 간판 아가씨 시노부의 표정이 흐뭇해 보인다.


다른 한 명은 얼마 전까지 용병으로 일했던 리온틴이다. 리온틴은 사실 뒤루브라는 귀족 가문의 아가씨다. 그런데도 용병이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우연한 계기로 아이테리아에 와서 노부의 음식을 맛본 다음 일본 음식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눌러앉게 되었다. 현재는 노부에서 홀 서빙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음식 맛에 어울리는 술을 추천해주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


이 밖에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열한 살,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은 맥시밀리언과 힐데가르드의 귀여운 러브 스토리가 펼쳐진다. 오뎅탕, 유자 셔벗, 방어 무 조림, 수제 뚝배기 두부, 오징어순대, 치즈 퐁듀 등 맛있는 요리가 줄지어 나와서 배고플 때 이 만화를 읽는다면 살짝 괴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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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3 - Volume 3 하얀 상처
사다모토 요시유키 지음, Khara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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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을 강타하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2019년 여름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것을 기념해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이 국내에 정식 발행되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은 TV판 애니메이션 내용을 만화화한 것으로,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작화를 담당해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2권이 신지와 미사토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 3권은 신지와 레이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아야나미 레이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미스테리어스한 인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에바 0호기에 탑승하는 파일럿인 레이의 나이는 14세로 신지와 동급생이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과거는 물론 출생도 불분명하다. 신지는 자신보다 앞서 에바의 파일럿이 된 레이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친아들인 자신에게는 냉랭하기 그지없는 아버지 겐도가 레이에게만큼은 한없이 자상하고 다정하다는 게 신경 쓰인다.


3권에서 신지는 미사토의 심부름으로 레이의 집을 방문한다. 인적이 없는 레이의 집에 무심코 들어선 신지는 레이의 서랍장 위에 아버지 겐도의 것으로 보이는 안경이 놓여있는 걸 이상하게 여긴다. 이때 마침 레이가 알몸 상태로 들어서고, 당황한 신지는 허둥대다 안경을 망가뜨리고 레이의 몸 위로 엎어진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신지는 레이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상과 달리 레이의 표정이나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예전처럼 냉랭하기만 한 레이의 표정과 행동에 신지는 점점 더 당혹감을 느낀다.


3권의 명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을 구조한 후 눈물 흘리는 신지를 본 레이가 "난 이럴 때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라고 읊조리는 장면이다. 이때까지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았던 레이가 이 직후 아주 약간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이때의 레이의 표정을 담은 만화판의 장면은 애니메이션판의 장면과는 또 다른 설렘과 감동을 선사할 거라고 장담한다(엷게 미소 짓는 레이가 아주아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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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2 - Volume 2 나이프와 소년
사다모토 요시유키 지음, Khara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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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봤고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 어젯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2,3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2권 '나이프와 소년'은 아버지 이카리 겐도의 부름을 받고 네르프로 온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가 조종법도 배우지 못한 채 생체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 되어 사도와의 첫 전투를 마친 직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신지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다. 신지가 에반게리온의 새 파일럿이라는 사실이 전교생 사이에 퍼지자 어떤 아이들은 멋지다며 흥미를 보이고, 어떤 아이들은 대놓고 적개심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지는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다.


또다시 출현한 사도와 힘든 전투를 치른 신지는 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미사토에게 비난을 듣고, 신지는 미사토가 자신을 동정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감시하는 것이었다며 반항한다. 애초부터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 없었던 신지는 결국 집을 나가고, 평소 밝고 활기찬 모습만 보였던 미사토는 신지가 가출한 동안 전에 없이 울적해 보인다.


1권과 2권은 신지와 미사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 된 신지와 그를 돌보고 관찰하는 역할을 하는 미사토. 두 사람의 조합은 어리숙한 남동생과 성숙한 누나 같기도 하고, 아직까지 부모의 관심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와 그를 감싸는 어머니 같기도 하다. 이제 겨우 14살인 데다가 그동안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신지는,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쏟는 어른인 미사토에게 어리광을 부리면서 진심을 내보이는 것 같다.


1권 마지막에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 메카닉 디자인 담당 야마시타 이쿠토의 인터뷰가 실린 것과 마찬가지로, 2권 마지막에는 제3,4,14 사도 디자인 담당 아사리 요시토, 캐릭터 디자인 담당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인터뷰에 따르면 신지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주인공 '나디아'의 캐릭터를 본떠서 만든 '남자 나디아'라고 한다. 레이는 사다모토가 이전에 <뉴타입>에 그린 만화 <무인도의 귀신>에 나오는 인물 중 '우키나'라는 캐릭터를 변형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비화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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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 - Volume 1 사도, 습격
사다모토 요시유키 지음, Khara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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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반게리온)은 성인이 되기 전과 후, 이렇게 두 번에 걸쳐 TV판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다. SF 만화나 메카닉물의 열렬한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은 제법 재미있게 보았고 지금도 몇 장면은 기억이 선명하다. 에반게리온은 작품 자체도 흥미롭지만, 90년대 세기말을 강타한 '에바 신드롬'이라든가 2000년대 이후 극장판이 새로 개봉될 때마다 벌어지는 기현상 등 작품 외적으로도 주목할 점이 많다.


최근에는 2019년 여름 넷플릭스 방영이 결정되면서 에반게리온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맞춰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화화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도 함께 출간되었다.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작화를 맡았고, 내용은 TV판 애니메이션의 전개를 따른다. 일반적인 단행본 만화책에 비해 판형이 넓어서 작화가 크고 시원해 보인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권 '사도, 습격'의 내용은 이렇다. 서기 2000년, 남극에 거대한 운석이 추락해 세계 인구가 반으로 격감하는 '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난다. 그 후 15년. 지구가 겨우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인류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온다.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거대 전투병기군단 '사도'다. 사도에 대항하기 위해 인류는 전천후 생체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을 개발해 실용화한다. 파일럿으로는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선발된다. 첫 번째가 에바 0호기의 파일럿 아야나미 레이, 두 번째가 에바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다.


주인공 신지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헤어져 10년 이상 삼촌 집에서 자랐다. 14세의 어느 날, 신지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름에 방위부 연합군 특무기관 '네르프'의 본부로 온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는 따뜻한 인사 한 마디 없이 신지를 독선적으로 대하고, 신지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과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에바의 파일럿이 된다. 그러나 조종법도 모르는 신지가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고, 사도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당한 신지가 의식을 잃고 모두가 포기한 그 순간 신지가 '폭주'해 가까스로 세상을 구하고 목숨을 건진다.


20여 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고 여러 번 봤는데도 만화판으로 읽으니 또 새롭고 재미있었다. 만화판은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인물들의 심리를 꼼꼼하게 보여주고, 주요 장면을 강조해서 제시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가령 1권에서는 10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냉대를 당한 신지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 카츠라기 미사토와 함께 살고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된 신지가 낯선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주로 에바와 사도의 전투 장면에 혹했기에, 만화판을 읽을 때는 인물 간의 드라마를 새로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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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ㅣ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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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시리즈 제5권이 출간되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상환이 집필한 <왜 칸트인가>이다.


철학사는 왜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뉠까.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꼽으라면 단연 칸트다. 서양철학사의 5대 천왕을 꼽으라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고, 이 중에서 단 한 명만 꼽아야 한다면 많은 경우 칸트 아니면 플라톤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칸트가 서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뜻이다. 칸트 이전과 이후의 철학은 어떻게 다를까. 이는 칸트의 3대 비판서와 이 저작들이 불러온 복수의 철학 혁명을 이해해야 알 수 있다.


칸트의 3대 비판서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이다. 먼저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전도시켰다. 칸트 이전에는 인식의 출발점에 대상이 있고 주체는 그 대상을 수동적으로 비추는 거울로 간주되었다. 반면 칸트는 인식의 중심에 주체를 두고, 인식을 주체의 능동적 종합의 산물로 보았다. 칸트는 인식의 발생 조건을 주체의 내면에서 찾았고, 마음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수립해 근대 과학에 부합하는 인식론을 구축했다. 이 모델은 오늘날의 인공지능이 설정하는 인지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실천이성비판>에서는 '덕' 윤리를' 의무'의 윤리로 전도시켰다. 덕 윤리란 선 개념이 중심에 있고 그 둘레를 도덕법칙이 회전한다. 반면 의무의 윤리에선 도덕법칙이 중심을 차지하고 그 둘레를 선 개념이 회전한다. 쉽게 말해 덕 윤리에선 착하고 올바르게 사는 게 미덕이다. 의무의 윤리에선 법과 규칙을 준수하며 사는 게 미덕이다. 덕 윤리는 고대 윤리를, 의무의 윤리는 근대 윤리를 대변한다. 덕 윤리는 종교에 한없이 가깝고, 의무의 윤리는 법적 추론과 유사하다.


<판단력비판>은 취미 판단과 목적론적 판단을 분석한다. 취미 판단이란 아름다움을 감식하고 향유하는 판단이다. 목적론전 판단이란 기계론적 자연관을 대체할 유기론적 자연관의 가능성을 정초하는 판단이다. 칸트는 세 비판서를 통해 근대 과학, 근대 윤리, 근대 예술을 정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시 말해 근대 이후의 과학과 윤리(법과 정치 포함),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칸트를 배우지 않고 넘어갈 수 없고, 칸트를 배우지 않았다면 사이비라는 뜻이다. ​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내게도 칸트는 친숙한 이름이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면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만나게 된다. 칸트는 1795년에 <영구 평화를 위하여>라는 저작을 발표했다. 이 저작에서 칸트는 역사 진보의 마지막 단계로서 세계적 단위의 영구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단일한 세계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상 불가능하므로 국제법과 세계 법정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실제로 칸트의 이런 주장은 국제연합(UN)이 창설되는 데 모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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