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의 목소리 4
나츠 미도리 지음, 치쿠야마 키요시 그림, 문기업 옮김, 스기모토 아야 협력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동물이 인간처럼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들려줄까. 인간을 욕하고 저주하는 말부터 하지 않을까. 나츠 미도리, 치쿠야마 키요시의 만화 <꼬리의 목소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이제까지 주로 개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면, 4권에서는 드디어 새로운 동물이 등장한다. 바로 토끼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 구석에 토끼집을 만들어놓고 토끼를 사육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토끼를 키우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라는 뜻일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비좁은 토끼집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토끼들. 불쾌지수가 높아진 토끼들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충격을 받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까지 토끼, 토끼집 하면 귀엽다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잘못 키우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니 놀라웠다.


한국에서도 종종 문제가 되는 동물 분양 사기 문제도 나온다. 호사카라는 여성이 인터넷에서 입양자 모집 글을 보고 보호묘를 맡아 기르게 된다. 얼마 후 보호묘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직장에 가야 하고 따로 부탁할 사람도 없어서 고민 끝에 원래 분양자에게 보호묘를 맡긴다. 병원에 다녀온 분양자는 호사카에게 수백만 원의 치료비를 청구하고 돈을 받자마자 종적을 감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악용하는 이런 범죄는 가장 악질이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한국은 법으로 동물권을 보호하지 않아 구제가 어렵다고 한다. 한숨만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꼬리의 목소리 3
나츠 미도리 지음, 치쿠야마 키요시 그림, 문기업 옮김, 스기모토 아야 협력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동물의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을 예찬하는 만화는 많아도,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반성하는 만화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츠 미도리, 치쿠야마 키요시의 만화 <꼬리의 목소리>는 참으로 귀한 만화다. 동물에 대한 만화로서는 드물게 동물을 대상화하여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고,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직시해야 할 문제들을 과감히 언급한다는 점이 그렇다.


<꼬리의 목소리> 3권에선 1권과 2권에 이어 살처분 문제를 다룬다. 버려지거나 돌보는 사람이 없는 동물은 어떻게 될까. 일단은 동물 보호 단체에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분양할 사람을 찾지만, 분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개체수 조절을 위해 살처분하게 된다. 만화에 나오는 시로미치 시립대학의 동물 보호 서클 '애니멀링걸'은 '살처분 제로'를 목표로 버려진 동물을 데려다가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분양할 사람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주의자인 시시가미는 그들의 활동에 공감하고 돕지만, 현실주의자인 야마하라는 그들의 활동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시가미와 야마하라는 '살처분 제로'라는 이상에 숨겨진 현실을 보게 된다. 인간이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되니 동물이 스스로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다. 동물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게 하지 않고 방치하는 의료 포기, 동물을 비좁은 우리 안에 가두고 먹이도 안 주고 산책도 안 시켜서 스스로 죽게 하는 사육 포기... 이런 행태를 보며 절망하고 분노하는 시시가미와 야마하라의 모습처럼 나 역시 절망하고 분노했다. 대체 이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책은 뭘까.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있기는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3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시즈카 신이치의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은 <슬램덩크>의 초반부를 닮았다. 기량은 부족하지만 힘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주인공이 동료를 모으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일본을 떠나 세계로 가라는 스승의 조언에 따라 독일에 도착한 다이는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동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지난 2권에서 다이는 마침내 첫 멤버를 영입한다. 키 작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힘 있고 열정적인 소리를 내는 베이스 연주자 '한나 페터스'가 그 주인공이다.


3권에서 다이와 한나는 처음으로 합주를 해본다. 뮌헨에 크리스가 있었다면 함부르크에는 보리스라는 은인이 있다. 보리스 덕분에 함부르크의 재즈 전문가들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은 다이와 한나. 과연 이 둘은 잘 해낼 수 있을까. 공연이 끝난 후 다이와 한나는 색소폰과 베이스만으로 공연을 하는 건 무리임을 깨닫는다. 결국 새로운 멤버를 찾아 베를린으로 향하는데, 짤막하게 소개된 새 멤버의 모습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언제 나오려나, 4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2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인 재즈 뮤지션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유럽에서 오로지 음악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을 읽고 난 후부터다.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은 <블루 자이언트>의 후속편이다. <블루 자이언트>의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는 우연히 재즈의 세계에 입문해 색소폰 연주자로 실력을 다진다. 다이에게 색소폰을 가르쳐준 스승에게서 유럽으로 가라는 조언을 받은 다이는 독일어 한 마디 못 하면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독일로 향한다. 유럽에서 그나마 독일이 가장 외국인에게 개방적이고 물가가 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은 독일에 도착한 다이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낯선 유럽에서 경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1권에서 다이는 독일 뮌헨에 도착해 가장 요금이 싼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연주할 만한 재즈 바를 물색했다. 운 좋게 크리스라는 착한 사내를 만나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 다이는 동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2권에서 다이는 우연히 '한나 페터스'라는 베이스 연주자를 알게 된다. 한나를 찾아 함부르크로 떠나는 다이. 서울에서 김 서방 찾듯이 아무나 붙잡고 한나 페터스를 아느냐고 물으면서 다니는데 그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다이와 한나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비슷한 점이 의외로 많다. 둘 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기술은 부족해도 힘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이 비슷하고, 다이는 일본인, 한나는 여성으로 독일 태생의 백인 남성이 주류인 독일 사회에서 둘 다 소수자라는 점이 비슷하다. 이제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은 냉대와 차별을 받아왔던 한나가 마침내 다이를 만나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좋았다(여성인 한나를 편견 없이 대하는 다이도 멋지다). 둘의 활약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는 여성에게 최적화된 노동이다. 억압받는 여성의 삶 속에서 비교적 물리적으로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 노동인 까닭이다. 이는 여성의 한계 그리고 동시에 가능성에 대한 명제이기도 하다.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 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 (이고은, <여성의 글쓰기>, 8-9쪽)


여성의 글쓰기와 남성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를까. 이고은의 책 <여성의 글쓰기>를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이다. 저자 이고은은 경향신문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에도 꾸준히 글을 써왔고,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창립에 함께하기도 했다. 현재는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서 기사를 쓰고 있으며, 각종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경향신문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경력단절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고치고 발표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여성이지만, 오랫동안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신문사에 입사해 남성 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할 때에도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비슷한 학력, 비슷한 경력의 남성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비슷한 장래를 살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믿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똑같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남성 기자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여성 기자는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결국 저자는 가정을 택했고, 힘들게 들어간 신문사에 '자발적으로' 사표를 냈다. 그제야 비로소 저자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했다. 그동안 자신이 받아온 교육은 '남성의 교육'이고, 자신이 해온 글쓰기는 '남성의 글쓰기'임을 자각했다. 여성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여성을 위해서는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음을 반성했다.


그때부터 저자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상황은 물론 열악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하다 보면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딸렸다. 신문기자 시절처럼 글을 쓰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글을 썼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녘에 혼자 일어나 글을 쓰기도 하고, 노트북 앞에 앉을 시간이 없으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쓴 글들이 조금씩 세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제야 글다운 글, 나다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필요하다. 사실 남성에게는 글쓰기가 필요 없다. 이미 세상이 남성 위주로 굴러가기 때문에 부러 사유하거나 힘들게 글까지 쓸 이유가 없다. 반면 여성에게는 글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여성을 음해하고 왜곡하는 온갖 선동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여성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여성들과 공유해야 한다. 저자 역시 글쓰기를 통해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깨달았고, 한국 사회에서 자신처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와 차별을 경험한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는 경험을 했다. 저자는 더 많은 여성들이 글쓰기를 통해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특별한 '선물'이 있다. 각 장의 말미에 실린 글쓰기 팁이 그것이다. 저자는 글을 쓸 때 제목부터 정하는지 본문부터 쓰는지, 문장은 짧을수록 좋은지 길수록 좋은지, 퇴고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 자세하고 구체적인 팁이 나와 유용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