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소개된 67인의 철학자들 중에 여성은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세 명뿐이다. 64인의 남성 철학자들이 죄다 훌륭한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례가 왕왕 보인다. 가령 루이 알튀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1980년에 자신의 아내를 교살하여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정신착란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임이 증명되어 풀려났다(23쪽). 제러미 벤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은 오직 결혼을 통해서만 사랑의 즐거움을 비롯해 풍부한 감정을 느끼고 이중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61쪽) 


에라스무스는 말했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로, 영국인은 영어로, 독일인은 독일어로, 인도인은 인도어로 말하듯 자신의 모국어로 복음서를 읊는 것이 왜 나쁘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무학자들과 여자들이 뜻도 모르는 라틴어로 앵무새처럼 시편과 주기도문을 웅얼거리는 모습이 훨씬 더 우스꽝스럽다." (114쪽) 내가 보기에는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자들이 인간, 철학 운운하는 것이 더 우스꽝스럽다.




책장을 쭉 넘기다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장에서 손이 멈췄다. 내가 알던 존 스튜어트 밀이 맞나. 이제까지 나는 존 스튜어트 밀 하면 <자유론>을 쓴 영국의 공리주의자로만 알았는데, 이 책에 적힌 소개글에 따르면 그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노예 제도의 철폐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사회적 자연적 조건들은 한결같이 여성이 남성의 권력에 맞서 집단으로 대항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여성의 처지는 종속 상태에 놓인 다른 계급의 하인들과는 전혀 다른데, 주인을 떠받드는 일은 물론이고 그보다 많은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여성의 복종만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남성은 여성이 자신의 감정에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실로 짐승 같은 자들을 제외한) 모든 남성은 같이 사는 여성이 노예로서 복종하길 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운 오달리스크가 되어주길 바란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의 영혼을 비천하게 하는 동시에 그녀의 육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다. - <여성의 종속> (199쪽)


영국인들은 여왕의 존재에 의문을 느끼지 않는데 이는 이미 그러한 상황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국인들은 여성이 군인이 되거나 의회의 의원 혹은 장관이 되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일이라 믿는다.


(자식을 예외로 하면) 여성은 법원에서 불의의 희생자임이 밝혀져도 또다시 부당한 폭력을 행사한 죄인에게 인계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여성 대부분은 매우 오랫동안 끔찍한 학대를 당해왔으면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호소하지 못한다. (201쪽)




버트런드 러셀도 새롭다. 영국을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로만 알았는데, 여성에 대한 인식은 현대인들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 "가 아니라 "그 대가는 여자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로.


남성들은 여성들이 비이성적인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 매력 있는 일이라 생각해왔다. 그들에게는 이 점이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여성들의 보호자를 자처할 기회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성들의 자식들은 어머니로부터 두려움을 이어받는다. 이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가 여성을 경시하기로 마음먹음으로써 초래된 결과인데,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 - <러셀의 교육론> (227쪽)




탈레스에 관해서는 전부터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들었는데 오늘 새로운 일화를 추가한다. 언젠가 써먹어야지.


어머니가 장가를 가라며 탈레스를 다그치자 그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몇 년이 흐른 뒤 더욱 다급해진 어머니가 한층 줄기차게 몰아세우자 그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대답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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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군감 4
오다 세리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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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권이다. 고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도맡아 했던 '노움' 일족의 일원으로서, 어려서부터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갇혀 지냈던 페이가 일족을 몰살 당하고 유일한 생존자로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나라면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생존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은...


어렵게 전투를 마치고 무사히 엘프 마을을 떠나게 된 페이 일행은 삼국 회담에 참여하는 라르스와 합류하기 위해 남쪽의 대국, 크세르크세스로 간다. 몰살당한 노움 일족의 일원이지만 제국군 병사들을 쓰러뜨린 공을 인정받아 가까스로 크세르크세스에 입성하는 페이. 회담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지만, 페이가 노움이라는 사실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번번이 페이의 의견을 무시한다. 


한편 동국과 서국, 남국이 한데 모여 회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국은 군대를 보내 전쟁을 선포한다. 그러자 페이는 일본의 유명한 군사(軍師)인 야마모토 칸스케가 타케다 신겐 군(軍)을 승리로 이끄는 데 사용한 '딱따구리 전법'을 사용해 성을 방어하고 제국군을 물리치자고 제안한다. 과연 페이는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우수한 능력을 선보여 인정받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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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는 맥과 악몽의 아이 2
쿠사카 미키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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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는 마물을 먹는다. 요괴인 시구레도 맨처음 아기 마물을 발견했을 때 먹어치울 생각부터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냥 마물이 아니라 아기 마물. 메어의 귀여운 외모에 마음을 빼앗긴 시구레는, 동료 요괴들을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메어를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그만 마물을 노리는 맹룡적에게 메어를 빼앗기고, 메어를 되찾기 위해 카구라 상회에서 일하는 옛 친구 나나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의외로 흔쾌히 청을 받아들이는 나나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다른 속내가 있어 보이는데... 


2권 초반에 나오는 시구레와 나나키의 옛날 에피소드가 2권 전체의 줄거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시구레는 모르지만 나나키는 오래전부터 시구레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어왔고, 이 때문에 맹룡적에게 잡혀간 메어를 구하는 위험천만한 일에도 관여하게 된 것이다. 


한편 시구레는 메어를 키우면 키울수록 맨 처음에 했던 - 메어를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결심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메어를 잡아먹지 않으면 살 수 없지만, 메어를 잡아먹어도 살 수 없다. 머지않아 이 같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시구레가 너무 가엾다.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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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소지 씨 2
와시오 미에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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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앵무 '이소지 씨'와 집사 '야에 씨'의 일상을 그린 만화 <새, 이소지 씨> 제2권을 읽었다. 이 만화의 재미있는 점은 인간인 야에 씨의 시점이 아니라 동물인 이소지 씨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외출하는 두 사람. 사람 많은 지하철에 타서 그런지 긴장한 듯 보이는 야에 씨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이소지 씨는 마음을 담아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당연히 야에 씨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에 대 패닉 ㅋㅋㅋ 하이고 귀엽다 ㅋㅋㅋ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야에 씨의 본가. 연말을 맞아 집을 비우게 된 야에 씨의 부모님 대신 야에 씨가 어린 두 동생을 돌보러 오랜만에 본가에 온 것이다. 야에 씨가 데려온 이소지 씨를 본 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사춘기로 보이는 큰 남동생은 관심 없는 눈치이고, 작은 남동생은 신기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편단심 야에 씨밖에 모르는 이소지 씨는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반가움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듯하다. 과연 이 둘이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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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란 3
암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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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외모면 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고등학생 '타카미네 란'은 어느 날 같은 반 남학생 '사에키 아키라'를 좋아하게 된다. 여느 남학생들과 다르게 꽃을 좋아하고, 란에게도 차갑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아키라에게 점점 마음을 열면서, 란은 아키라와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방법을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란은 아키라의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상황에서 자신이 아키라에게 사귀자고 하면 눈치 없는 짓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고백을 포기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아키라는 란의 태도가 갑자기 냉랭해진 게 이상하고 속상하다. 그렇게 어색해진 두 사람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사생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림 그릴 곳을 찾다가 예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을 발견하는 린과 아키라. 꽃을 보니 마음이 풀어졌는지, 두 사람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거리를 좁혀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무해하고 덜 자극적인(??) 로맨스 만화를 보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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