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에서 서민이 되어서 약혼을 파기당했습니다! 1
오오이와 켄지 지음, 쿠라모토 카야 그림, 타카나시 카오루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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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딸과 가난한 집 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면 드라마 <가을동화>가 떠오르는 나는 너무 옛날 사람일까... 이 만화는 부잣집 딸과 가난한 집 딸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같은데, 딸들이 바뀌는 계기가 다르고(드라마에선 산부인과의 실수, 만화에선 요정의 장난), 부잣집 딸과 가난한 집 딸의 캐릭터도 전혀 다르다(드라마에선 부잣집 딸이 쎈캐였다면, 만화에선 가난한 집 딸이 쎈캐). 


이야기는 13살 귀족 소녀 안나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귀족의 영애이지만, 가족들 가운데 자신만 외모가 다르고 마법도 쓰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고 있던 안나는 어느 날 우연히 요정으로부터 자신이 아기일 때 다른 아기와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가족들이 알게 되면 바로 버려질 거라고 생각한 안나는 그 때부터 서민으로 살 준비를 하면서도(요리를 배운다) 내심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지지 않았으면(그들이 나를 버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결국 안나와 바뀐 진짜 귀족 영애가 가족들 앞에 나타났고, 누가 보아도 자신들의 혈육임이 분명한 외모와 마법 능력을 확인한 가족들은 바로 안나를 버린다(아니 그래도 13년을 함께 살았는데 바로 딸을 버릴 수 있지?). 순식간에 사랑받는 귀족 영애의 신분에서 평범한 서민 소녀의 처지로 전락한 안나... 안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원빈 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돈을 준다고 할까?). 2권이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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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와 여우와 시골생활 1
쿠미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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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뻐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도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할머니가 사시는 치치부의 시골 마을로 이사한 26세 여성 야스하는, 이사를 마치고 한숨 돌리려고 뒷산에 올라갔다가 어린 여자 아이 두 명과 만난다. 각각 모모와 이치라고 이름을 밝힌 두 명의 소녀는, 야스하가 나눠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는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그 모습을 보고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 야스하. 먼저 깬 야스하의 눈에 보이는 건, 뜻밖에도 너구리와 여우인데...? 


알고 보니 모모와 이치는 인간이 아니라 너구리와 여우가 잠시 인간의 모습을 한 것이었고, 야스하에게 정체를 들킨 후에도 야스하가 나눠준 샌드위치 맛을 잊지 못하고 자꾸만 야스하의 주변을 맴돈다. 어차피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백수라서 달리 할 일도 없는 야스하는 그 후에도 모모와 이치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인간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보여주거나 관습을 알려주면서 소녀들과 점점 더 친해진다. (잘 놀다가도 '다 큰 어른이 애들과 놀면서 시간을 때워도 되는 걸까' 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 유머 포인트 ㅎㅎ) 


이런 식으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진행되는 만화일 것 같았는데, 1권 마지막에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2권에서 또 다른 전개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체 이 소녀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며, 이들과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야스하는 괜찮을까. 오랜만에 다음 전개가 몹시 궁금하고 기대되는 만화를 만나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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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신장판 2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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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신장판답게 두께가 상당한데도(일반 단행본의 2배 정도)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다 읽고 다음 권을 기다리는 나... 그만큼 재미있고(어떻게 11년 전에 나온 만화인데 유머가 지금도 웃길 수 있을까), 캐릭터들이 너무나 기발하고 강렬하고(노다메짱만큼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전무후무할 듯),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남는 만화는 <노다메 칸타빌레> 외에는 그 시절에도 지금도 많이 없는 것 같다. 


신장판 2권에선 치아키가 본격적으로 지휘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슈트레제만이 편성한 S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가 된 치아키. 하지만 치아키의 인기를 질투한 슈트레제만이 S오케스트라를 갑자기 탈퇴하는 바람에 치아키가 지휘자를 맡게 되고, 슈트레제만이 지휘하는 A오케스트라와의 대결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둔다. ('가볍게'라고 썼지만 이건 연주 당일의 결과가 그랬다는 것이고, 개성 강한 인물들로 이루어진 S오케스트라 멤버들을 연습시키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신장판과 기존 단행본의 차이점은 판형이 커지고 분량이 늘어났다는 것 외에도, 신장판 전용 새로운 표지로 교체되었다는 것과 신장판 독점 보너스 만화가 추가되었다는 것이 있다. 신장판 2권에 추가된 보너스 만화는 모모가오카 음대 학교 식당에 관한 에피소드와 학교 뒤편 중국집 '우라켄'의 특별 메뉴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두 에피소드 모두 <노다메 칸타빌레> 특유의 유머가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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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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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건 한때는 머물렀다는 뜻이다.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을 때 우리는 떠나고, 더 이상 떠날 수 없을 때 우리는 머무른다. 이승우의 소설 <캉탕>의 배경인 대서양 인근의 작은 항구 도시 캉탕은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서 떠나온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인공 한중수도 그렇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룬 한중수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이명 때문에 몸도 마음도 피폐한 상태가 된다. 보다 못한 정신과 의사인 친구 J가 휴양 차 캉탕에 가보라고 조언한다.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신의 외삼촌을 만나보면 도움이 될 거라면서 말이다. 


한중수가 캉탕에 도착해 보니 듣던 대로 캉탕은 어업을 주로 하는 작은 도시인데, 식당을 한다던 J의 외삼촌 핍은 오래전 식당을 접고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돌보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한중수는 핍에게 말 한 번 붙이기도 힘든 상황에 실망하지만, 이내 기운을 되찾고 자신의 방식으로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핍이 예전에 운영하던 식당에 가보기도 하고, 과거의 핍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핍의 사연을 듣기도 한다. 또한 한중수는 핍이 운영했던 식당에서 전직 선교사 타나엘을 알게 되고 오래지 않아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한중수와 핍, 타나엘은 어떤 이유로 원래 살던 곳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되어 캉탕으로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캉탕으로 오게 한 '세이렌(사이렌)'은 각각 형태도 내용도 다른데, 이들을 예정된 (것으로 여겨진) 삶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길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그 돌아감이 정말 예정되지 않은 일이었을까. 의도하지 않은 일탈이나 방황처럼 여겨진 우회가, 실은 각자의 삶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사명이자 의무였던 건 아닐까.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대한 인용이 많이 나와서, 언젠가 <모비딕>을 읽은 후 다시 이 소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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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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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건강해야 내가 건강하고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들도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숨을 쉰 것만으로도 전염이 되고 확진 판정이 나고 격리가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혹은 그러한 일의 당사자가 되면서), 나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손을 씻지 않아도 백신 주사를 맞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대단히 이기적이거나 무지하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율라 비스의 산문집 <면역에 관하여>는 팬데믹 이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팬데믹 이후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자신의 건강 문제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의학 이슈에 관심이 많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출산 후 아기들이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각종 백신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백신에 대한 다른 양육자들의 의견을 접하면서, 저자는 백신의 원리를 비롯해 백신을 둘러싼 찬반 양론과 그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백신의 역사는 사실 '백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다. 책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종두법과 유사한 민간 요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이렇듯 백신은 유서가 깊을 뿐 아니라 효과가 입증되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백신의 효과를 믿지 않고, 백신 접종을 하느니 차라리 진짜로 병에 걸리는 편을 택하겠다고 우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아킬레우스 신화를 비롯한 전설과 <드라큘라>를 비롯한 문학 작품 속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백신을 비롯한 공중 보건 문제는 힘, 권력의 문제다. 어느 나라 또는 문화권이나 여성, 빈민, 장애인, 외국인, 이민자,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는 근거로 '더럽고' '냄새나고' '병을 옮긴다'는 식의 수사를 사용한다. 이러한 수사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의학 또는 과학적 시도에 대한 탄압 역시 오래 되었다. 불과 몇 세기 전까지 유럽에서 병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마법사, 마녀로 매도하여 처벌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 역시 백신의 효과 자체에 대한 불신이라기 보다는 백신으로 얻게 되는 집단 면역, 사회 안정에 대한 불신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백신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나는 백신 비접종자들이 백신 접종자들에 의해 형성된 집단 면역의 수혜를 입는 것이 참 모순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원치 않은) 이로운 결과를 얻는 것는 것은 백신뿐만이 아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될까. 본능일까 환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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