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어 판판야 단편집
panpanya 저자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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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작가 panpanya의 단편집 <침어>를 읽었다. panpanya 월드를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단편집 <게에게 홀려서>도 함께 읽었는데, 세계관이 이어지므로 동시에 구입해 연이어 읽으면 좋을 듯하다.


표제작 <침어>는 제목 그대로 베개[枕] 역할을 하는 물고기에 관한 만화다. 몸에 맞지 않는 베개 때문에 고생하던 '나'는 몸에 맞는 베개를 구하러 규슈에 있는 가고시마로 향한다. 가고시마 현 '마쿠라[枕]'자키 역에 도착한 '나'는 '침어'라고 쓰인 간판을 단 가게에 들어간다. 소문대로 그곳에는 베개 역할을 하는 물고기가 여럿 있었고, 고민 끝에 '나'는 몸에 맞는 최적의 침어를 찾아낸다. 물고기를 베개 대신 베고 잔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친절라면>이라는 만화도 재미있었다. 장을 보다가 매대에서 '친절라면'을 발견한 '나'는 호기심에 한 번 사본다. 대체 무엇이 얼마나 친절하기에 '친절라면'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궁금해하면서 개봉한 '나'. 그때부터 시작된 친절의 퍼레이드. 과연 '친절라면'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했다. 이 밖에도 기발한 영감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이 있다. 새로운 감성의 만화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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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에게 홀려서 판판야 단편집
panpanya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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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panpanya의 단편집 <게에게 홀려서>를 읽었다. 명성대로 'panpanya 월드'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책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그림부터가 멜랑꼴리한 기분을 자아낸다.


표제작 <게에게 홀려서>는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유쾌한 작품이다. 평소처럼 통학로를 걸어가던 '나'는 골목 한구석에서 튼실한 대게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나'는 생물인 듯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게를 보고 황급히 따라간다. 싱싱한 대게의 뒤를 쫓아 난생처음 보는 거리를 달린다. 매일 다니는 길인데도 왜 몰랐을까 생각하면서. 마지막에 '나'가 의외의 '득템'을 한 것은 그날 오후 내내 열심히 달린 대가라고 해야 할까.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으면! ^^


<게에게 홀려서>처럼 유머러스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코코넛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공장의 비밀을 그린 <innovation>이나 전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내린 역에서 발견한 섬뜩한 풍경을 묘사한 <방황하는 바보> 같은 작품도 있다. 나도 한때 <방황하는 바보>의 '나'처럼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알지 못하는 동네에 내려서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꾸곤 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해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밖에도 다음 전개를 예측하기 힘든 기묘한 내용의 만화가 총 18편 실려 있다. 각 단편의 끝에는 작가 후기가 덧붙여져 있다.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이 책을 읽은 날 밤에는 평소와 다른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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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트리니티 4
아마이치 에소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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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도둑 루카와 의협심 많은 공주 노엘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왕궁의 트리니티> 4권을 읽었다. 지난 3권에서 서로 좋아하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헤어짐을 택할 것처럼 보였던 루카와 노엘은 이번 4권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로맨스 전개가 아쉬웠던 독자라면 이번 4권을 꼭 보시길.


한편, 고아원 출신인 루카의 어두운 과거를 잘 아는 인물이 등장해 새로운 전개를 예고한다. 갓난아기 때 고아원 앞에 버려진 루카는 어린 시절 내내 외톨이로 지냈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에 저지른 일 때문에 오랫동안 도둑이라는 오명을 지고 살았다. 마침내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만한 친구가 생겼다며 기뻐했는데, 알고보니 공주라서 헤어져야 했을 때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루카의 의지가 오래 오래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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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3
요시무라 츠무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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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인 채로 태어나 열두 살이 되면 성별이 정해지는 세상을 그린 만화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3권을 읽었다. 히나세는 18세가 되도록 성별이 정해지지 않아서 고민이다. 그런 히나세에게 어려서부터 단짝이었던 남사친 시오리와 여사친 리츠가 각각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온다. 두 사람을 친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히나세는 당황하지만, 고백을 받고부터 왠지 모르게 시오리와 리츠의 성적인 매력이 눈에 들어와 혼란스럽다.


히나세는 가능하다면 남성과 여성, 어느 쪽으로도 정해지지 않은 채 무성인 채로 살고 싶다. 하지만 열두 살이 넘으면 무조건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해지는 세상에서 혼자만 무성인 채로 사는 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전에 히나세는 무성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대로 영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무성이라서 고민하는 히나세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남성으로 살아가는 시오리와 여성으로 살아가는 리츠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시오리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지만 '남자라면' 집안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고민한다. 리츠는 늦은 밤에도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여자라면' 일찍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겹다. 이 밖에도 젠더로 인한 고민과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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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편하다
키쿠치 마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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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경험을 담은 만화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의 작가 키쿠치 마리코의 신작 <살기 편하다>를 읽었다. 전작에서 자세하게 그렸듯이, 저자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결국 저자는 여동생과 단둘이 아버지의 폭언, 폭력을 받아내며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저자는 이런 성장 배경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선 부모의 눈치를 보고, 학교에선 밝은 아이를 연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자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늘 가면을 쓰고 행동했다. 이 사람 앞에선 이런 사람, 저 사람 앞에선 저런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스스로 지쳐서 만남을 꺼리고 관계 맺기를 피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저자에게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남의 부탁을 거절 못 한다, 남에게 기대지 못한다, 불면증에 시달린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내지 못한다 등이 있다. 슬픈 뉴스를 들으면 남들보다 두 배 더 슬퍼하지만, 기쁜 뉴스를 듣는다고 남들보다 두 배 더 기쁜 건 아니다. 남한테 칭찬을 들으면 '속으로는 날 욕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애인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서, 연락이 없으면 차인 것 같다고 자책한다.


자존감을 높이라는 말을 들어도 뭘 어쩌라는 건지, 라고 생각하던 저자는, 어느 날 목욕을 하다가 하루 종일 고생한 발을 어루만지면서 이런 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감각임을 깨닫는다. 힘든 하루를 무사히 견뎌냈다는 것, 오늘도 잘 버텨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대견해 하는 것. 어릴 때 부모가 이런 감각을 길러주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나 스스로 해보면 어떨까.


부모에게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지 못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서밤(서늘한여름밤) 님의 책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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