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위한 사전 - 시는 어느 순간에도 삶의 편
이원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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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인이 '시 한 송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원래는 시 한 편이 있고 그 아래 산문을 쓰는 형식이었다는데, 이 책에는 시는 싣지 않고 산문만 실었다. 덕분에 산문의 토대가 된 시는 어떤 형태일까, 어떤 내용일까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시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이 책은 <시를 위한 사전>인 동시에 '시로 향하는 입구'이기도 하겠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산문인데도 시처럼 읽히는 문장들이 많다. "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에요. (중략) 시는 견고한 벽 아니고 바람 통하는 나무 울타리예요. 완강하지 않게, 안도 보이고 밖도 보이는 곳이에요." (8쪽) ""내 눈에 비친 것은 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에요. 그러니 내 다른 얼굴인 줄 모르고 그렇게 모질게 하지 말아요. 서로서로는 울음과 슬픔처럼, 눈에 비친 것보다 더 가까이 있어요." (125쪽) 이외에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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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로케 생각해 - 걱정도, 슬픔도 빵에 발라 먹어버리자 edit(에디트)
브라보 브레드 클럽 지음 / 다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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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너무 좋아해서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 알바로 취직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산딸기 맘모스빵, 초코 러스크 등 저자가 일하는 빵집의 대표 메뉴부터 단팥빵, 식빵, 파운드케이크 등 어느 빵집에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빵, 브라우니, 찐빵, 옥수수빵 등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의 빵, 마카롱, 크림 브륄레, 버터 프레츨 등 요즘 인기 있는 빵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소주와 빵 조합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설문을 올렸을 때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1위가 생크림 케이크라고 해서 놀랐다. '소알못'인 저자가 반신반의하면서 소주와 생크림 케이크를 함께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고(꼭 먹어봐야지!). 고종 황제가 커피 마니아였던 건 알았는데 까눌레, 와플, 쉬폰, 타르트 등 서양 디저트를 즐겨 먹었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창덕궁에서 사용하던 까눌레 틀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언제 한 번 확인해 봐야지. 


이 책은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빵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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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추는 춤 3
이연수 지음 / 호비작생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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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니 새끼 나도 귀엽다(줄여서 '니나귀)>를 듣고 알게 된 이연수 작가님의 책이다. 인스타그램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지만 나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일부러 단행본이 출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읽고 있다. 


3권에는 토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토로와 꼭 닮은 강아지 '소금이'를 새로운 식구로 맞이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동네 주차장에 전 주인이 버리고 간 소금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봄이라곤 해도 여전히 추웠고 무엇보다 토로를 보낸 후 한참 동안 쓸쓸해 했던 룸메가 너무나 소금이를 좋아해서, 소금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놓고 데려가자고 했을 때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식구가 된 소금이는 잘 먹고 잘 자더니 금세 무럭무럭 자라서 냇길이보다 훨씬 크고 씩씩한 강아지가 되었다. 스스로 포장지를 벗겨내고 햄버거를 먹을 만큼 먹성이 좋았던 토로처럼 이것저것 잘 먹는(심지어 벌레, 똥마저...) 모습을 볼 때는 정말 토로의 환생인가 싶었다. 토로가 있을 때는 귀염뽀짝한 동생이었던 냇길이, 소금이가 온 후 의젓하고 늠름한 언니 행세를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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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세계 -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 창비만화도서관 4
라일라 외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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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이동은+정이용, 글피, 김소희 작가가 참여한 청소년 성장 만화 앤솔로지북이다. 청소년 성장 만화라는 주제는 동일하지만 작가마다 선택한 주제나 표현하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서 흥미롭고 유익했다. 


라일라 작가는 청각장애인으로서 지나온 청소년 시절을 소개한다. 청각장애인의 세계에도 비장애인의 세계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서 고민하던 때,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를 읽고 큰 감명과 위안을 받았던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지난여름에 읽은 창비 만화책 <진, 진>의 작가이기도 한 이동은, 정이용 작가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혈육에게조차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해받지 못하고 교회 캠프를 통해 '교정' 받기를 강요당하는 남성 청소년은 바로 그 캠프에서 한여름의 사랑을 한다. 최근에 본 사랑 이야기 중에 가장 가슴 설레고 아름다웠던 이야기. 


글피 작가는 중, 고등학교 합쳐서 전교생이 세 명뿐인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도시 아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4컷 만화 형식인 점이 신선했고, 시골 학교의 일상과 장단점을 발랄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로 잘 표현했다. 


김소희 작가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 자란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분노와 우울을 배출할 통로를 찾고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만화 중에서 분위기는 가장 어둡고 묵직하지만 그만큼 감동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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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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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르 귄의 에세이 3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앞서 나온 두 권의 책 중에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읽었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이 나왔다. 어슐러 르 귄의 책은 소설도 그렇고 에세이도 마찬가지로 작가의 지적, 정신적 성찰이 많이 담겨 있는 높은 함량의 책이 대부분이라서 한 호흡에 후루룩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아직 다 읽지 않은 책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은 건, 그만큼 배울 점이 많고 돌이켜 생각해 볼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은 저자가 1976년부터 1988년까지 집필한 강연록, 에세이, 가끔 쓴 조각글,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각각의 글은 주된 성격이나 집필 목적에 따라 여성(페미니즘), 세계(사회적 책임), 책(문학, 글쓰기), 방향(여행) 등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분류표가 이 책 맨 앞에 실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특정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이 피해 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목적으로 실었다는데, 나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무엇이든 주는 대로 받으려는 독자"에 가깝기 때문에 분류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저자가 1988년에 쓴 '여자 어부의 딸'이다. 오랫동안 여자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와 가사 외의 일을 허락받지 못했다. 심지어 여성이 어엿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서 가정을 부양하는 경우에도 가욋일을 한다는 시선을 받았고 이는 이름난 여성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예가 루이자 메이 올콧,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등이다. 루이자 올콧은 대표작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 조와 마찬가지로 작가로 대성해 가족들을 부양했지만, 조처럼 결혼해 아이를 낳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출산 합병증으로 죽은 동생을 대신해 조카를 키웠고, 그동안 작가로서의 이력을 멈춰야 했다. <작은 아씨들>의 후속편 <조의 아이들>에서 조가 아이들을 다 키운 후 다시 작가로서의 이력을 시작하는 모습은 올콧 자신의 소망 혹은 현실이 반영된 장면일지 모른다. 


여성 작가들이 마주해야 했던 차별과 편견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이가 있든 없든 자유롭게 활동했던 남성 작가들의 경우와 대비할 때 더욱 분명하다. 심지어 어떤 남성 작가들은 창작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여성 작가들을 앞서서 공격하거나 조롱하기까지 했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황폐한 집>이라는 작품에서 글 쓰는 아내이자 엄마인 젤리비 부인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책상 앞에 앉아서 펜끝의 깃털을 깨물면서 우리를 노려보는,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하면서도 지치고 병약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385-386쪽) 참고로 젤리비 부인은 마흔에서 쉰 사이의 나이로, 결코 '소녀'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남자 일'과 '여자 일'을 구분하고 '남자 일'을 하는 여자를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남자를 과연 '대문호'로 우러러볼 까닭이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한 가지는 배짱이나 불알이 아니야. 아이가 없는 공간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자기만의 방조차 아니지. (중략)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한 가지는 연필과 종이야. 그거면 충분해. 그 연필에 대한 책임은 오직 작가 본인에게만 있고, 그 종이에 쓰는 내용도 오직 작가 본인 책임이라는 점만 알면 돼. 다시 말해서,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만 알면 돼." (420쪽) 나는 자유로운가. 자유롭게 살고 자유롭게 쓰고 있는가.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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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