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농담
이슬아 지음 / 헤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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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좋아하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상상만 해도 즐겁고 흥분된다. <창작과 농담>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작가 이슬아가 흠모하는 예술가 6인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유부녀 레즈비언 작가 김규진, 뮤지션 장기하, 배우 강말금, 영화감독 김초희, 밴드 혁오의 오혁 등 인터뷰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인터뷰이들이 모두 유명한 분들이라서 이미 아는 내용이 또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어가 이슬아라서 알게 된 것 같은 내용이 많았다. 가령 황소윤과 이슬아 모두 대안학교를 나왔지만 학교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 타입의 학생이었다는 사실이라든가(황소윤이 학교에서 이슬아를 만났다면 엄청 싫어했을 것 같다고 ㅋㅋㅋ), 강말금과 김초희, 이슬아 모두 일찍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덕분에 경제적 독립은 빨리 이룬 편이지만 정신적 독립은 나중이었다는 것. 애초에 인간에게 완전한 정신적 독립이란 게 가능할까.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지 않을까... 


2019년에 출간된 이슬아의 또 다른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과의 차이점도 보인다. <깨끗한 존경>의 인터뷰이-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는 이슬아와 마찬가지로 주로 글로써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데 반해, <창작과 농담>의 인터뷰이는 음악인도 있고 영화인도 있고 대기업 마케터(김규진)도 있다. 기존의 작업을 이어가되 새로운 시도를 더하거나 영역을 확장하는 식의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점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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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어딘(김현아) 지음 / 위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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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하미나 등을 배출한 글방이 있다니. 대체 이들 모두를 길러낸 스승은 누구이고 특별한 교수법이 있는지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읽어보니 저자인 어딘글방의 스승 어딘의 책이지만, 어딘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어딘글방과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어딘글방의 시작은 대안학교인 '하자센터'에 '창의적 글쓰기'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여서 함께 글을 쓰고 합평을 하고 토론을 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기에 TV나 영화, 게임 등 재미있는 것이 널려있는 시대에, 혈기왕성한 십 대 청소년들과 이십 대 청년들이 글을 쓴다고 매주 모였을까. 저자가 묘사한 글방의 풍경을 상상하니 과연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한 편의 글을 완성해 가져온다. 이 때의 주제는 일상적인 것부터 성적 취향처럼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것까지 다양하다. 한 사람씩 글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솔직하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이때 좋은 피드백을 받으려면 열심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재미없다는 말을 안 듣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글을 쓰는 훈련을, 그들은 이때부터 해온 것이다. 


제자들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작가였고 자신은 마중물을 부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글방에 오기 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어딘은 글을 너무나 잘 쓰는 작가이고, 배울 것이 많은 스승이고,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스승 어딘이 안내하는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 이상의 역사와 사회, 철학과 사상, 예술과 문학을 학습했다. 이런 가르침과 이런 배움이 가능한 장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었다니 놀랍고, 학생들이 부럽다. 


저자에게 배운 제자들이 차례로 작가 데뷔를 하고 글방을 차렸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글방도 천편일률적인 형태가 아니라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마도 저자에게 글쓰기를 배우면서 알게 된 자신의 특장점과 한계 등을 반영한 선택이 아닐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여전히 가치 있고 충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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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수업 - 컬렉션으로 보는, 황윤의 세계 박물관 여행 일상이뮤지엄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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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박물관에 가본 게 언제일까. 생각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오래 전의 일인 듯하다. 박물관은 사계절 내내 방문하기 좋은 곳이지만, 특히 여름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한가롭게 시간 보내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조만간 박물관에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인 황윤 작가의 책 <박물관 수업>이다. 


이 책은 형식이 특이하다. 교과서처럼 단순하게 박물관의 역사와 기능 등을 설명하는 대신, 저자가 살고 있는 도시 안양에 세계 수준의 뮤지엄을 건설한다는 설정을 취한다.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이, 재원 마련 등 박물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과정을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자가 세계 유수의 박물관의 역사와 종류, 각 박물관의 장점과 단점 등을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서울도 아니고 안양에 세계적인 수준의 뮤지엄을 만든다는 발상이 신선함을 넘어 엉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처럼 수도가 아닌 지방 도시에 뮤지엄을 만들고 세계 수준의 전시품을 유치해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다수 있다고 한다. 일본 하코네국립공원 내에 있는 폴라미술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있는 오하라미술관, 야마나시현립미술관, 나고야 보스턴미술관 분점 등이다. 


한국의 박물관이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제언도 몇 가지 나온다. 그중 하나가 세계적인 작품과 한국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추상화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한국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든가, 중국의 반가 사유상과 한국의 반가 사유상을 함께 전시하는 식이다. (334쪽 참조) 이런 전시가 열린다면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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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1 - 축하한다 세상아! 내가 왔어! 아테나 1
엘린 에크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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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문학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주인공 아테나의 캐릭터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십 대 소녀 아테나는 엄마가 막내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입원하게 되면서 오빠,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맡겨진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도 슬픈데 아빠는 바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다정한 타입이 아니라서 힘들기까지 한 아테나. 그나마 절친들과 함께 하는 환경운동 모임 '지구를 살리자 클럽(지클)' 활동이 아테나의 삶의 낙인데, 이마저도 여러 변수들로 인해 어려움에 부딪힌다. 


가족과 친구 문제로 갈등을 겪고 학업을 걱정하며 장래를 고민하는 모습은 여느 십 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아테나가 특별하다고 느낀 건 특유의 당당함과 솔직함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속 지혜와 전쟁의 여신의 이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아테나는, 자신의 똑똑함을 주저 없이 드러내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 이런 아테나를 불편하고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아테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 덕분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데, 이 모습은 스웨덴의 유명한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똑똑하고 당찬 아테나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문제가 환경 문제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테나의 부모는 페미니스트이고, 아테나의 조부모 역시 70년대 사회 운동의 주역이었던 진보적인 사람들이지만,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경각심이나 실천 면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아테나는 지적한다. "예컨대, 70세 이상의 스웨덴인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잘 안 알려져 있어요. 분리수거를 가장 덜 하고 비행기는 가장 많이 타고, 고기는 우걱우걱 먹어 대면서 유기농 식품은 가장 덜 소비하는 연령층이에요." (133쪽)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는 10대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지 않을까. 어른으로서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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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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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 잘하는 비결을 물어보면, 영혼 없이 일한다거나 부캐를 만든다거나 하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사람은 하나의 인격만으로 살기 힘들고,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의 인격이 다른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인격을 만들어놓고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연기하듯 살아가는 것이 가식적이고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신작 <나나>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버스 사고 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고등학생 수리와 류는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영혼 사냥꾼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학교 성적 우수하고 교우 관계 원만하고 SNS 관리까지 잘하는 모범생 수리는 하루 빨리 육체를 되찾고 싶어하는 반면, 어려서부터 몸이 아픈 동생을 위해 또래보다 일찍 철들어야 했던 류는 육체가 없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느낀다. 


주어진 일주일 동안 수리와 류는 육체만 있고 영혼 없이 사는 자신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수리는 그동안 자신이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만 중시한 나머지 정작 자기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류 또한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에게는 소홀한 부모님에게 미움과 원망을 느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왜 남들만큼 나를 알려고 하지도, 돌보려 하지도 않았을까. 둘은 그제야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자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영혼 없이 살고, 남들 눈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잘 챙기지 않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가혹하게 대하고 내 감정을 무시하니까, 남도 가혹하게 대하고 남의 감정도 무시하는 건 아닐까. 내 영혼이 온전하고, 내 감정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다면, 일할 때 영혼을 빼놓는다거나 부캐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게 어려우니까 당장 따라하기 쉬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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