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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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 잘하는 비결을 물어보면, 영혼 없이 일한다거나 부캐를 만든다거나 하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사람은 하나의 인격만으로 살기 힘들고,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의 인격이 다른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인격을 만들어놓고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연기하듯 살아가는 것이 가식적이고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신작 <나나>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버스 사고 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고등학생 수리와 류는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영혼 사냥꾼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학교 성적 우수하고 교우 관계 원만하고 SNS 관리까지 잘하는 모범생 수리는 하루 빨리 육체를 되찾고 싶어하는 반면, 어려서부터 몸이 아픈 동생을 위해 또래보다 일찍 철들어야 했던 류는 육체가 없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느낀다. 


주어진 일주일 동안 수리와 류는 육체만 있고 영혼 없이 사는 자신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수리는 그동안 자신이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만 중시한 나머지 정작 자기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류 또한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에게는 소홀한 부모님에게 미움과 원망을 느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왜 남들만큼 나를 알려고 하지도, 돌보려 하지도 않았을까. 둘은 그제야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자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영혼 없이 살고, 남들 눈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잘 챙기지 않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가혹하게 대하고 내 감정을 무시하니까, 남도 가혹하게 대하고 남의 감정도 무시하는 건 아닐까. 내 영혼이 온전하고, 내 감정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다면, 일할 때 영혼을 빼놓는다거나 부캐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게 어려우니까 당장 따라하기 쉬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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