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의 열매 7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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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플라타너스의 열매일까 궁금했는데 7권에서 답을 찾았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플라타너스의 일본식 이름이 주인공 마코의 성인 '스즈카케'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코가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몸이 병을 고치는 거다'라는 말을 덧붙이는데, 집에 환자가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위로가 되는 말이다 ㅠㅠ) 


7권에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하나는 6권에 이어 수간호사 소노 씨와 아들에 관한 일이다. 소노 씨의 아들은 현재 대학교 1학년인데,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요리에 흥미를 느껴서 대학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겠다고 한다. 이제까지 여자 혼자 몸으로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고 엄마 눈에는 아들이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데다가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그만둔다는 게 아깝기만 한데, 이런 상황을 마코의 조언으로 잘 타개하게 된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마코의 상사인 야나기 씨에 관한 일이다. 이제까지 마코만 형인 히데와 트러블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야나기 씨를 비롯한 다른 의사들도 고집불통인 히데의 태도에 불만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야나기 씨는 몸에 이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히데에게 자신의 수술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무리한 선택을 하는데, 환자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의사로서의 자존심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결되는지 8권을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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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 7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Number 8 스토리 디렉터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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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일까. <블루 자이언트> 시리즈를 읽으면서 종종 해온 생각이다.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올 인(all-in)'한 사람이다.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되기 위해 일본을 떠나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왔고, 재즈 외에는 하는 일도 없고(당연히 돈도 없다) 취미도 없다(애인도 없다). 만사를 재즈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재즈 앞에선 자존심도 없고 타협도 없다. 


이런 성격이라고 할지 인생 철학이라고 할지(성격이 인생이다, 라는 말도 있지만) 때문에 그동안 부딪친 사람도 부지기수다. 6권에서 만난 베테랑 드러머 조드도 그렇다. 재즈계에서의 인지도로 치면 다이보다 한참 위인 조드는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고향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 조드에게 나타나 "너 내 동료가 되어라"를 시전하는 다이. 매정하다고 할 수 만은 없는 것은 다이 또한 과거에 비슷한 일을 겪었고, 결국 현재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7권에서 조드는 결국 다이와 안토니오를 따라서 뉴올리언스로 가는데 아직 마음이 완전하게 다이 쪽으로 돌아선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재즈의 탄생지에 도착한 게 기쁘고 신기한 다이는 매일 같이 유서 깊은 재즈 클럽을 전전하며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까다로운 귀를 가진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블루 자이언트> 영화가 일본에선 진작에 개봉했던데 한국에선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이미 개봉했는데 내가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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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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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으로 2018년 부커상을 수상한 애나 번스의 첫 장편 소설이다. <밀크맨>도 좋았지만 <노 본스>가 훨씬 더 좋았는데, 이는 아마도 내가 북아일랜드 분쟁에 대해 잘 모르는데 <밀크맨>에 비해 <노 본스>가 북아일랜드 분쟁을 훨씬 더 자세히, 알기 쉽게 소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 본스>를 먼저 읽고 <밀크맨>을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1969년 북아일랜드에서 발발한 분쟁이 1994년 평화협정을 맺으며 일단락될 때까지 1~3년 간격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 소설 같은 느낌은 아닌데, 이는 작가가 분쟁 자체를 다루지 않고 분쟁이 일어나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인 '아도인'이라는 마을은 작가 애나 번스의 실제 고향이기도 하다. 


어밀리아는 일곱 살 때인 1969년 어느 날 저녁 처음으로 분쟁을 경험한다. 이 때만 해도 분쟁은 어밀리아가 마음대로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면 안 되는 정도의 'trouble'에 그친다. 그러나 점차 분쟁이 본격화되고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싸우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고, 사람들은 폭력을 일상으로, 평화를 비일상으로 여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여자 아이였던 어밀리아는 섭식장애, 알코올 중독을 앓게 되고 끝내는 조현병으로 추정되는 정신병을 얻는다. (가족과 친구, 이웃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자신 또한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환경에서 그토록 오래 산다면 정신이 멀쩡한 게 이상하다)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평화협정 체결 후 어밀리아가 처음으로 친구들을 데리고 동네 밖으로 나가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린 어밀리아의 친구들은 동네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사람들이 총부리를 들이대는 줄 안다. 하지만 (당연히) 막상 나가보니 그렇지 않았고, 그들의 동네 밖에 사는 사람들도 그들처럼 생각하는(동네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큰일 나는 줄 아는) 걸 알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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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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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콜카타에 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평범한 이십 대 여자인 지반은 인근 기차역에서 일어난 기차 테러 사건에 대해 SNS에 뭐라고 썼다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지반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영어 교육 봉사를 해준 성 소수자 러블리를 증인으로 부른다. 한편 지반의 고등학교 시절, 그를 가르쳤던 체육 교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계에 발을 들인다. 


지반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기 전까지 러블리는 지반에 비해 사회적 약자였고 체육 교사는 지반의 기억에 있지도 않았다. 지반이 테러리스트가 되면서 러블리는 증인으로서 일약 주목을 받고 타고난 끼를 활용해 스타덤에 오른다. 체육 교사는 지반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공적 분노로 연결해 지반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은 정계에서 승승장구, 결국에는 장관의 자리까지 차지한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야 좀처럼 드문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불행의 크기가 클수록 성공의 크기도 커지는 잔혹한 사회 구조인 것이다. 


황정은 작가님이 팟캐스트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누명을 쓴 사람이 벗어나는 일(지반), 천대받던 사람이 스타가 되는 일(러블리), 평범한 사람이 장관이 되는 일(체육 교사) 중에 무엇이 가장 불가능해 보이느냐고 물었는데, 스튜디오에 있던 다른 두 분이 첫 번째라고 답했다. 내 생각도 같고 소설의 결말도 같은데, 한국이나 인도나 대체 어떤 사회이기에 이런 비관적인 대답과 결말이 나왔을까. 생각할수록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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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 서울편 4 -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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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4권은 크게 강북편과 강남편으로 나뉜다. 강북편의 메인은 성북동이다. 성북동 하면 강북의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도 유명하지만 간송미술관, 수연산방, 길상사 같은 고즈넉한 장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책에는 후자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장소들과 함께 이태준, 김용준, 김환기, 김향안, 김자야, 백석, 조지훈, 최순우, 박태원, 한용운, 김광섭 등 한국의 근대 문화와 예술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강남편은 선정릉과 봉은사를 다루고,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과 허준박물관, 중랑구에 위치해 있으며 오세창, 유관순, 박인환, 이중섭, 조봉암, 한용운, 문일평, 방정환, 지석영, 김상용 등이 묻힌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모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위인들인데, 그동안 이들의 묘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파리의 페르 라셰즈 비슷한 공간이 서울에도 있고, 그곳이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옛 이름으로 오랫동안 알았던 곳이라는 사실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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