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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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콜카타에 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평범한 이십 대 여자인 지반은 인근 기차역에서 일어난 기차 테러 사건에 대해 SNS에 뭐라고 썼다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지반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영어 교육 봉사를 해준 성 소수자 러블리를 증인으로 부른다. 한편 지반의 고등학교 시절, 그를 가르쳤던 체육 교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계에 발을 들인다. 


지반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기 전까지 러블리는 지반에 비해 사회적 약자였고 체육 교사는 지반의 기억에 있지도 않았다. 지반이 테러리스트가 되면서 러블리는 증인으로서 일약 주목을 받고 타고난 끼를 활용해 스타덤에 오른다. 체육 교사는 지반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공적 분노로 연결해 지반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은 정계에서 승승장구, 결국에는 장관의 자리까지 차지한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야 좀처럼 드문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불행의 크기가 클수록 성공의 크기도 커지는 잔혹한 사회 구조인 것이다. 


황정은 작가님이 팟캐스트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누명을 쓴 사람이 벗어나는 일(지반), 천대받던 사람이 스타가 되는 일(러블리), 평범한 사람이 장관이 되는 일(체육 교사) 중에 무엇이 가장 불가능해 보이느냐고 물었는데, 스튜디오에 있던 다른 두 분이 첫 번째라고 답했다. 내 생각도 같고 소설의 결말도 같은데, 한국이나 인도나 대체 어떤 사회이기에 이런 비관적인 대답과 결말이 나왔을까. 생각할수록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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