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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뷰티풀
앤 나폴리타노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8월
평점 :
윌리엄 워터스는 완벽한 남자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외모와 농구 선수를 할 정도로 큰 키, 우수한 성적, 점잖은 성격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내내 외롭고 우울했다. 자신이 태어난 지 엿새 만에 누나가 죽고 그 여파로 부모가 우울의 늪에 빠지면서 윌리엄은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기는커녕 자신이 그런 관심이나 애정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도 못하고 자랐다. 그랬던 윌리엄의 인생은 대학 진학을 계기로 바뀐다.
농구를 잘한 윌리엄은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고 그곳에서 첫사랑 줄리아 파다바노를 만난다. 이탈리아계 부모 슬하에서 네 자매의 장녀로 자란 줄리아는 모든 일을 철두철미하게 계획하고 완벽하게 성취하는 것에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윌리엄은 매사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줄리아의 매력에 반해 결혼까지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 등을 뒤늦게 깨닫고 우울 속으로 침잠한다. 줄리아 역시 윌리엄이 자신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실망하고, 급기야 줄리아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자 도망치듯 윌리엄의 곁을 떠난다.
앤 나폴리타노의 소설 <헬로 뷰티풀>은 사이 좋은 네 자매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헬로 뷰티풀>의 파다바노 가(家) 네 자매는 <작은 아씨들>의 마치 가(家) 네 자매와 마찬가지로 성격도 취향도 전혀 다르다. 장녀 줄리아는 리더십이 강한 현실주의자이고 차녀 실비는 책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이다. 쌍둥이로 설정된 삼녀 세실리아는 타고난 예술가이고 사녀 에멀라인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일에 재능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은 아씨들>에선 로리를 두고 조와 에이미가 연적이 된다면 <헬로 뷰티풀>에선 윌리엄을 두고 줄리아와 실비가 연적이 된다는 점일까.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지만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상처다. 윌리엄의 부모는 물론이고 파다바노 자매들의 부모도 문제가 많다. 파다바노 자매들의 아버지는 사람은 좋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해서 아내와 딸들에게 부담을 주었고, 어머니는 남편을 대신해 딸들을 부양했지만 극단적인 종교적 신념과 관용 없는 태도로 딸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김영하 북클럽에 참여하기 위해 읽은 복복서가 책인데, 문제적 부모를 다룬 복복서가의 다른 책 <완벽한 아이>, <어머니의 유산> 등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