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인 김규림 작가의 두 번째 독립출판물이자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의 뒤를 이은 '규림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손글씨와 그림이 직접 인쇄되어 있다. 표지는 중국의 국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바탕에 금색으로 글씨가 인쇄되어 있는데, 책의 본문을 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중국의 어떤 인쇄물을 본딴 표지라고 한다(어떤 인쇄물인지는 책으로 확인하시길...ㅎㅎ). 규림일기 시리즈 리뷰마다 썼지만, 매번 표지 아이디어가 너무나 기발하고 절묘하다. 다음 규림일기 표지는 무엇으로 하실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연변을 여행지로 택한 이유가 재미있다. 저자는 예전부터 북한에 가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글의 멀티버스'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연변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연변 역시 한글의 멀티버스를 볼 수 있는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 한글의 멀티버스를 체험하기 위한 여행이라서 그런지 이번 책에는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과 다르게 사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연변에서 발견한 한글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간판, 표지판, 메뉴판, 상품 포장 등의 사진이 나오는데, 과연 신선하고 부지런히 기록한 저자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
문구인인 저자는 연변에 도착해서도 제일 먼저 문구점에 들렀다. 뉴욕이나 도쿄와 달리 연변은 문구로 유명한 이미지가 아니라서 만족할 만한 문구 쇼핑을 하셨는지 궁금했는데, 소개해주신 문구들을 보니 '문구의 세계는 넓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해주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저자의 여행기를 보면 문구점 외에도 서점,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문구를 구경하거나 구입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이번 여행기에는 연변대학에서 만년필을 구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식의 물건 구입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그 자체로 기념품이 되고 여행이 된다는 점에서 지불한 가격 이상의 효용을 주는 것 같다. 나도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