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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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목적은 뭘까. 내 생각에 나는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타인의 삶, 내가 해본 적 없는 공부나 직업, 내가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이나 상태를 간접적으로라도 알고 싶어서 책을 읽고,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읽기를 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적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책이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하마노 지히로가 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나는 이 책을 민음사 팟캐스트 <민음사 라디오> 중에서 '세영새벽의 물음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김세영과 신새벽, 두 분의 편집자가 입을 모아 이 책을 극찬하셔서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이 책은 '동물성애'라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낯선 개념을 소개하는 역할로서도 탁월하지만,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책 자체가 잘 읽히고 흥미진진하다. 저자 하마노 지히로는 (훗날 남편이 되기도 한) 애인에게 10년 동안 성폭력을 당했다. 저자는 사랑한다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섹스라는 행위가 고도의 행복과 쾌락을 준다는 말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건 그런 그를 떠날 수 없었던, 떠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랑과 섹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39세에 교토대학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해 섹슈얼리티에 공부하기로 했다. 어느 날 교수가 저자에게 연구 주제로 '동물성애'를 제안했고, 그렇게 저자는 동물성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연구를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일본에서 동물성애자를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일본에서 스스로 동물성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연구하고 싶은 동물성애자와 거리가 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저자는 독일로 가서 동물성애자 협회 '제타'의 멤버들과 접촉해 몇 년에 걸쳐 그들과 교류하며 '주파일'의 세계를 연구했다. 주파일이라고 하면 인간과 동물이 종 구분을 뛰어넘어 사랑하고 섹스하는 걸 떠올리겠지만, 저자가 만난 주파일들의 경우는 일반화하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 달랐다. 사람마다 욕망을 느끼는 동물의 종류가 다르고, 성관계 여부도 다르고, 역할(액티브-패시브)도 달랐다. 인간이 동물에게 욕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물이 먼저 인간에게 욕망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그런 동물의 욕망을 인간이 받아주면서(?)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나로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사례가 나오는데, 저자는 이 사례들을 직접 청취하고 분석, 고찰하면서 애초에 사랑이란 무엇이고 섹스란 무엇인가,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가령 어떤 주파일은 동물 파트너와의 대등성을 중시해 파트너(개)가 자신의 손을 물어 피가 철철 나도 화를 내지 않고 훈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와 달리 저자가 10년 동안 사귄 (DV 가해자) 애인은 저자를 사랑한다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욕하고 때리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며 저자를 (자신과 대등한 인간이 아닌)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운가.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고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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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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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촉망받는 작가 샐리 루니. 샐리 루니 하면 <노멀 피플>이 유명한데 읽지 못한 채로 신간 <인터메초>를 읽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이 차이가 있는 형제, 피터와 아이번. 형 피터는 삼십 대 중반의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동생 아이번은 한때는 촉망받는 체스 선수였으나 현재는 장래가 불확실한 대학 졸업반이다. 더블린의 각자의 집에서 사는 두 사람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계기로 오랜만에 만나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 피터는 여전히 미성숙하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동생이 탐탁지 않고, 아이번은 학벌도 직업도 좋은 형이 매사에 거들먹거리고 잘난 척한다고 느낀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몇 년 전 아버지와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반려견을 맡겨 놓은 상태라서 개의 거취 문제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표면적인 문제이고, 사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 못 할 비밀을 한 가지씩 품고 있다. 


피터는 현재 아이번과 나이가 비슷한 나오미라는 여자와 만나는 중이다. 피터와 나오미 모두 성인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피터에게는 나오미보다 훨씬 오래 만난 실비아라는 여자가 있어서 문제다. 피터와 실비아는 학생 시절부터 사귀었고 결혼도 약속했지만, 사고로 장애를 얻은 실비아가 피터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둘은 그 후로 그냥 친구 사이로 지냈다. 하지만 피터는 여전히 실비아를 사랑하고, 실비아가 아닌 여자와 결혼하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장애 때문에 성관계는 물론 임신, 출산도 어렵게 된 실비아는 피터가 하루빨리 자신을 잊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래서 피터는 나오미를 만났고(실비아도 안다), 나오미는 나오미대로 좋아하게 되었지만, 아쉬움인지 죄책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만 피터를 괴롭힌다. 


한편 아이번은 피터보다 나이가 많은 마거릿과 만나는 중이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지방 도시에서 열린 체스 행사에 참석한 아이번은 주최측 직원인 마거릿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거의 매주 주말 마거릿의 집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마거릿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번과 만나는 모습을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불안해한다. 아이번은 남들의 눈보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고 장래도 불확실한 자신이 마거릿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피터가 나오미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번은 피터가 (얼른 정신 차리고) 실비아와 재결합하기를 바란다. 아이번에게 사랑이 찾아온 줄 모르는 피터는 (여성 혐오적인 성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번이 누구와 연애를 할 수라도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한 무지,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 배려를 가장한 공격, 공격 뒤에 숨어 있는 진심 등등이 더해지고 합쳐지며 점점 더 큰 갈등을 빚는 전개가 (모순적이게도) 드라마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매력적인 두 남자(형제)를 중심으로 요즘 세대의 사랑과 이별, 갈등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라서 연애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나고, 그만큼 잘 읽히고 재미있다. 


작가가 현대의 남성, 남성성에 대해 고찰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 점은 좋았지만, 남성 캐릭터들에 중점을 둔 소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납작하고, 남성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체가 독특하고 매력적이라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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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고 콘텐츠 제작법 - 기획 카피부터 촬영 제작, 분석까지! AI 광고 제작 마스터하기
김남훈.임성희.황성연 지음 / 이은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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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고의 정의부터 다양한 활용 방법까지 풍부한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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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박문각 코칭 경찰면접 - 박문각 경찰 면접 전문 교재, 개정 3판
박용증.장민영 지음 / 박문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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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시험 전 총정리에 유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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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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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생일이나 입학식, 졸업식 같은 이벤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난 생일로부터 한 해가 지났으니까 다시 생일이 오는 건 당연하고, 학교에 입학을 했으니 졸업을 하고, 졸업을 했으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 또한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언제쯤이었을까.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교에 입학한 나와 달리 재수를 하거나 취업을 택한 친구들을 볼 때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게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몇 년을 취업 준비생으로 지내게 되었을 때에는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이벤트가 더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이희영의 장편소설 <이벤트>를 읽으면서 새삼 그 시절을 떠올린 건, 인생의 여러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 '슬목'의 모습으로부터 그때의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서른두 살의 직장인 '슬목'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더 이상 회사 생활을 지속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퇴사를 결정했다. 슬목의 새 직장은 지하철은커녕 버스도 드물게 오는 숲속에 위치한 '담야'라는 한옥 호텔로, 처음에 슬목은 워라밸이 지켜지고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에서 만족했으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갈수록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기업에 비하면 보수도 적고 업무 내용도 아리송한 데다가, 호텔에 숙박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잘 안 풀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너가 취미 삼아 하는 일이라고 해도, 담야는 숙박하는 손님이 적은 정도가 아니라 없다시피 해 직원들이 불안해할 정도다. 그래서 슬목은 맞춤형 이벤트를 원하는 고객을 초대해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고객의 사연을 홍보 콘텐츠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고, 어렵지 않게 통과가 되었다.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고 싶었던 슬목은 열심히 이벤트를 준비했고, 준비한 대로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떤 고객을 초대해도 예상대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고, 그 무렵 슬목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다. 갑자기 원인도 이유도 모를 혼수상태에 빠지고, 눈을 떴을 때의 '나'는 그전의 '나'가 아닌 것이다. 


알고 보니 슬목의 몸에는 서른두 살 현재의 자아와 스무 살 과거의 자아가 공존하는 상태. 더 자세히 말하면, 낮에는 서른두 살 현재의 자아로서 직장에 출근하고 열심히 일하다 집에 돌아와 잠이 들면 과거의 자아가 깨어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덕분에 슬목은 서른두 살 '현재의 나'가 아닌 스무 살 '과거의 나'의 시선으로 지금의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현재의 나'가 보기에 자신은 회사를 그만두고 숲속에 있는 호텔에 취직해 그마저도 주어진 일을 제대로 못 해내는 한심한 인간이지만, '과거의 나'의 시선으로 보면 지금의 자신은 어찌 되었든 대학을 졸업했고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있고 비바람을 피할 집도 있는 어엿한 어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가진 것이 전혀 없었던 재수생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미래다.


'현재의 나'로서 '과거의 나'를 다시 보기도 한다. 슬목은 자신의 삶이 태어날 때부터 잘못되었다고 믿었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다 못 채우고 나왔고,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했으며, 대학을 재수하고 대기업을 퇴사하고 서른이 넘도록 결혼도 못 하고 가족도 못 이뤘다고 생각하며 자책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막상 '과거의 나'와 한 집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되고 보니, 매정한 말을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바나나우유 하나라도 더 사주고 싶었다. 남을 대하듯 나를 대하면 이렇게 다정해질 수 있는데 그동안 왜 못 했을까. 내가 가장 사랑받고 싶었던 건, 나를 가장 사랑해 줘야 했던 건, 사실 나 아닐까. 


"막 스무 살이 된 그때에도,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콤플렉스 덩어리다. 나만 대입에 실패한 것도, 나만 회사를 그만둔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내가 가장 못난 사람으로만 느껴졌으니까. 부모님의 괜찮다는 말조차 고깝게 들을 만큼 나는 몸이 아닌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었다. 만약 스무 살의 조슬목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스스로를 위해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알지 못했을 터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존재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했겠지." (214쪽) 


소설의 제목인 영어 단어 '이벤트(event)'에는 뭔가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일상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이라는 뜻도 있다. 열심히 준비한 '행사'도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어그러질 수 있기 마련인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 때문에 인생에 제동이 걸리는 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입학 다음에 졸업, 연애 다음에 결혼, 이런 식으로 인생이 순조롭게 풀릴 거라고 믿는 편이 착각이며 오만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어떤 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해 하는 일뿐이다. 그러니 무사히 한 해를 지나 다음 생일을 맞이하는 건 너무나 특별한 사건이고, 이를 위해 매일 새로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건 더없이 중요한 이벤트다. 


손님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며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이벤트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슬목의 이야기가 나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부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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