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이야기 와이드판 10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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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야기 10권>은 오랜만에 주인공 부부인 아미르와 카르르크 이야기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열두 살 때 8살 연상인 아내 아미르와 혼인한 카르르크는 아내에게 남자다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당분간 처가에서 지내며 아미르의 오빠인 아제르에게 활쏘기와 매사냥 법 등을 배우기로 한다. 아미르는 그런 카르르크한테 고맙기도 하고, 카르르크가 무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중앙아시아를 여행 중인 영국인 탐험가 스미스의 이야기도 오랜만에 나온다.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침략한다는 예측이 점점 더 확실해지면서 신변이 위험해진 스미스는 터키 앙카라로 돌아가는 중이다. 스미스는 의사 행세를 했다가 발이 묶이기도 하고, 도적의 습격을 받아 대부분의 짐을 잃어버리는 일까지 겪으며 겨우 도착한 앙카라에서 오랜 친구인 호킨스와 재회한다. 


오랜만에 홍차를 음미하며 기뻐하는 스미스에게 호킨스는 곧 전쟁이 일어날 테니 하루 빨리 이곳을 떠나자고 한다. 스미스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기 전에 이 지역의 유물과 유적, 문화와 문명을 기록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호킨스의 권유를 물리친다. 이런 스미스에게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만남이 스미스의 이후 행로를 바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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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신장판 10
니노미야 토모코 저자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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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에서 노다메와 함께 살던 기숙사를 떠났던 치아키가 10권에선 파리를 떠나 이탈리아로 간다. 비에라 선생님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오페라 극장에 한동안 신세를 지면서 지휘를 더 공부한다는 계획이다. 노다메는 치아키가 점점 더 바빠지고 물리적 거리 또한 멀어지는 것에 대해 충격과 불안을 느끼는 듯한데, 의외로 크게 내색하지는 않는다. 성숙의 증표일까 아니면...? 


치아키는 노다메에게 새해를 맞아 1박 2일로 오스트리아 빈에 가자고 한다. 빈에는 R☆S 오케스트라에서 콘서트미스트레스로 활약했고 미네 류타로의 여자친구이기도 한 미키 키요라가 유학 중이다. 세 사람은 오랜만의 재회를 기뻐하지만, 미키는 잘 나가는(?) 두 사람에 비해 아직까지 연주자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다. 


한편 음대 졸업 후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던 미네가 깜짝 파리 방문을 한다.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줄줄이 만나서일까. 치아키가 바쁘게 지내는 동안 상대적으로 한가해 보였던 노다메가 돌연 콩쿠르에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느긋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노다메조차 유학하는 동안 뭐라도 남겨야 한다는 초조함을 느꼈을 줄이야. 유학이 참 힘들기는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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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쿠로가네 선생님
스가야 치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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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아사다 리카는 이과이지만 이과 과목이 전부 낙제점이다. 그래서 시험 결과가 나올 때마다 별명이 '냉혹 철가면'인 수학 교사 쿠로가네 레이에게 혼이 난다. 풀이 죽은 채 자취방으로 돌아온 리카는 오늘부터 정신 차리고 수학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 먹지만,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집중이 안 되어 홧김에 벽을 부순다(ㅋㅋㅋ). 


소음의 주범인 옆집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학 교사 쿠로가네 레이! 쿠로가네 선생님의 약점을 잡은 리카는 다가오는 기말고사 때 낙제를 면할 수 있도록 비밀 과외를 해주면 학교에 알리지 않겠다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그 다음 날부터 리카와 쿠로가네 선생님은 뚫린 벽을 사이에 두고 둘만의 비밀 과외를 하게 되는데... (참고로 과외를 안 할 때는 포스터로 가린다.) 


스가야 치요의 만화 <이웃집 쿠로가네 선생님>은 이과 과목 중에서도 수학을 특히 못하는 여학생과 수학 교사가 우연히 옆방에 살게 된 것을 계기로 친해지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날라리 같지만 사실 생각도 깊은 리카와 차가워 보이지만 교사로서의 열정이 대단한 쿠로가네 선생님의 이야기가 재밌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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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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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음식 평론가인 몰리 레인의 장례식에 두 명의 남자가 온다. 유명 작곡가 클라이브 린리와 중앙 일간지의 편집국장인 버넌 핼리데이다. 각자 다른 시기에 몰리의 연인이었던 클라이브와 버넌은 몰리가 부유한 출판업자 조지 레인과 결혼한 후에도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장례식에는 클라이브와 버넌 외에 몰리가 사귄 또 다른 남자가 와 있었다. 그는 바로 줄리언 가머니. 보수당 출신 외무장관이자 차기 총리로 예상되는 유명 인사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오만불손한 데다가 정치 성향도 안 맞고 자신들보다 훨씬 유명한 가머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버넌의 신문사 사주인 조지가 버넌에게 비밀스러운 자료를 건넨다. 생전에 몰리가 찍은 가머니의 사진인데, 사진 속 가머니는 여장을 하고 있다. 사진이 공개되면 가머니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 나고 신문은 날개 돋은 듯 팔려나갈 거라고 직감한 버넌은 신문사 내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특종 보도를 준비한다.


한편 클라이브는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한 교향곡을 의뢰받아 작업 중인데 좀처럼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골치가 아프다. 머리를 식힐 겸 호수 지대로 여행을 떠난 클라이브는 그곳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 순간 그토록 떠오르지 않았던 악상이 떠오르고, 여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렵게 떠올린 악상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 클라이브는 현장을 뒤로 하고 작업실로 돌아간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암스테르담>은 사회적 지위도 높고 경제적 안정도 이룬 엘리트 계급의 두 남자가 내면에 어떤 모순과 허위를 감추고 있고 그로 인해 어떻게 파멸을 맞는지를 보여준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직업적 성공을 위해 도덕적 의무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다. 클라이브는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고 버넌은 성소수자를 공격하는데, 이는 클라이브와 버넌으로 대변되는 이성애자 남성 집단이 여성과 동성애자 집단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희생해 왔음을 암시한다. 


소설의 제목이 <암스테르담>인 것은 소설 초반 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클라이브와 버넌이 한쪽이 사리분별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다른 한쪽이 암스테르담으로 데려가 안락사를 시켜주자고 약속한 것과 관련이 있다. (소설에 총이 등장하면 적어도 한 번은 총성이 울려야 하듯이) 결국 이들은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데, 절친했던 두 친구가 서로의 가장 큰 적이자 원수가 되는 과정이 우스우면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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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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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하는 민에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매물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임대인의 디지털 도어 비밀번호를 알거나 열쇠를 복사해 임대인이 없을 때 그곳에 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장소 중 하나가 수호를 만난 가구점이다. 오래된 쇼핑센터에 있는 폐업한 가구점에 종종 들러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곤 했던 민은, 그곳에 자신 말고 또 다른 침입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게 바로 수호다. 


수호는 가구점 주인의 아들이다. 가구점이 망하고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가 집에만 있게 된 이후로 수호네 가족은 전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라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중, 수호는 우연히 습득한 신분증을 이용해 쇼핑센터 옥상에서 운영하는 놀이동산의 피에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다 혼자서 놀이동산을 운영하고 있다시피 한 실장 연주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위조한 신분과 가난한 처지 때문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한다. 


조해진 작가의 <여름이 지나가다>의 초판은 2015년에 나왔고, 내가 읽은 버전은 2022년에 나온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리뉴얼 판이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에는 인물들이 같은 공간을 다른 시간에 점유하는 설정이 자주 나온다. <단순한 진심>에선 나나가 서영의 방을 빌려서 살고, <완벽한 생애>에선 시징이 윤주의 방을 빌려서 산다. <여름이 지나가다>에선 민이 수호의 방, 은 아니지만 가족과 관련이 있는 공간에 몰래 머문다. 


이에 대해 조해진 작가는 "도시에 살면서 느꼈던 거주지의 불안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쭉 따라 읽어온 내가 보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설 속 인물이 내 방보다 남의 방을 더 편하게 느끼는 마음은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사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고, 남의 방에 살면서 방의 주인이 어떤 사람일지 추측해 보고 확인하는 과정은 타인이 입장이 되어 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실제로 소설에서 민은 폐업한 가구점에서 지내며 자신의 과거를 천천히 돌아본다. 파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수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의 마음을 멈추고 자신의 현재를 살핀다. 가난하다는 핑계로 스스로 미래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추한다. 결국 각자의 잘못이 드러나고 또 다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놓였을 때, 이들은 두려워하기 보다는 차라리 속 시원해 한다. 마침내 한 시절이 끝났다는 듯이. 


민과 수호에게 폐업한 가구점에서 보낸 그 시절은 누구에게 쉽게 말할 수도 없고 공감을 얻을 수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각자의 삶에서 가장 고독하고 비루했던 시절에 모든 걸 내려놓고 자기 자신마저 잊은 채 온전히 쉴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은 더없이 소중하고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언제였는지, 그런 공간이 나에게는 어디였는지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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