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오 팬클럽 1
지구의 물고기 퐁짱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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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미와 나미는 외모도 성격도 극과 극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같은 반 남학생 키리오를 짝사랑한다는 점이다. 우연히 서로 같은 남학생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학교에서 내내 붙어다니며 키리오를 두고 경쟁한다. 키리오가 교실에 두고 간 교복 상의를 누가 가져다 줄 것인지를 두고 유치한 대결을 벌이거나, 수업 중 양호실에 간 키리오의 옆 침대에 눕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식이다. 


웃기는 건 꿈에 나올 정도로 키리오를 좋아하면서 둘 다 키리오에게 말 한 번 제대로 걸지 못한다는 것이다. 키리오의 꿈에 나온다면 어떤 꿈이기를 바라는지, 키리오의 여자친구가 된다면 어떤 데이트를 하고 싶은지 등을 주제로 망상을 펼치는 동안 키리오에 대한 동경과 애정은 점점 더 커지지만, 그 마음은 서로에게만 전해질 뿐 당사자인 키리오에게는 조금도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키리오는 항상 붙어다니는 두 사람을 절친으로 아는데, 아무리 붙어다니고 웃으며 떠들어도 이들은 어디까지나 라.이.벌.이다.


<키리오 팬클럽>은 와야마 야마의 <여학교의 별>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높은 확률로 좋아할 것이다. 일단 개그풍이 비슷하고 작화도 닮았고, 두 작품 모두 여고생들의 남자에 대한 망상과 바보 같은 일상을 그렸다는 점이 일치한다. 아이미와 나미가 키리오에 대한 애정(과 음욕)을 고백하는 장면들은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에게 날리는 주접 멘트와 비슷하다. 그래서 제목이 <키리오 '팬클럽'>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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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소녀 3
야마사키 나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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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모는 전설의 낚시꾼인 엄마에게 낚시를 배워 9살 때 세계 규모의 낚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엄마가 낚시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후로 마리모는 낚시에 대한 애정을 잃었고, 할머니가 먹고살기 위해 잡아달라고 할 때를 제외하면 낚싯대 근처에도 안 갔다. 그러다 마리모의 옛날 영상을 보고 낚시를 시작했다는 외국인 소녀 테트라와 직접 낚시를 하지는 않지만 낚시에 대한 정보는 누구보다 풍부한 절친 노리의 응원으로 낚시를 다시 시작한다. 


어릴 때 낚시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었던 마리모는 이제라도 그 꿈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낚시로 올림픽에 나가려면 일단 낚시 프로가 되어야 하는데, 프로가 되기 위해 일단 가장 가까운 대회인 배스 프로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대회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된 마리모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릴 적 함께 낚시를 배운 언니이자 현재 일본 낚시계의 여왕인 미쿠리와 올림픽 출전을 걸고 오랜만에 강 낚시에 도전한다. 


3권에서 마리모는 미쿠리와 제한 시간 안에 강의 터줏대감인 얼룩 물고기를 잡는 대결을 한다. 나는 그동안 낚시라고 하면 미끼를 끼운 낚싯줄을 강이나 바다에 드리우고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끝인 줄 알았는데, 이 만화를 보니 낚시하는 곳의 지형과 날씨, 어류의 양과 분포, 식성 등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낚시에 미치면 약도 없다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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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회춘하다 6
아라이도 카기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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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부부 쇼조와 이네는 고향에서 5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우고 지금도 오순도순 잘 살고 있다. 태풍 때문에 쓰러질 위기에 놓인 사과 나무를 기적적으로 구한 뒤 그 나무에 열린 금색 사과를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는데, 그 때부터 이들은 20대 시절의 몸으로 회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젊어진 몸으로 여태 못 간 신혼여행도 가보고 자식들 집에도 방문하며 즐거운 나날이 계속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회춘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춘 능력을 준 사과를 먹었을 때부터 이들의 꿈에 등장한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면 이들의 수명도 끝나는 거라고. 쇼조와 이네는 아무리 부부라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세상을 떠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네의 꿈에 나오는 모래시계가 먼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쇼조와 이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6권에 나오는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은 쇼조와 이네처럼 사과를 먹고 회춘한 부부가 또 있다는 것이다. 회춘한 부부들은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한편, 우리 부부가 너희 부부보다 금슬이 더 좋다며 경쟁한다 ㅎㅎ 그들을 지켜보는 손주들 사이에도 핑크빛 기운이 떠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노인이고 청년이고 사랑이 참 많은 것 같다(사과를 많이 먹어서인지 다들 미남, 미녀이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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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 플레이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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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험에 응시한 지 5년에 넘었지만 이번에도 불합격한 은미는 이제 그만 포기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운영하는 갈빗집에 나와 일하라는 말을 듣는다. 속이 상한 은미는 죽으려고 결심하고 죽는 방법을 알아보는데, 우연히 은미의 노트를 본 할머니가 은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할머니가 그동안 할아버지 몰래 모아둔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친구 민이와 함께 오래 전 미국으로 간 고모를 만나고 오라는 것이다. 


학창 시절 내내 이과 1등이었고 대학에서는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고모는 당시에는 드물었던 여성 과학자로서 장래가 촉망받는 인재였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 아버지가 되어주겠다는 미국인 남자를 만나 도망치듯 이민을 가면서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은미는 그 후로 고모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는데, 할머니만은 편지로 고모의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고모는 무려 NASA에 취직해 우주비행사가 되었다고! 


얼마 후 은미는 할머니 말씀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반, 취업이고 뭐고 다 잊고 놀고 싶은 마음 반으로 미국으로 떠난다. 은미의 여행 파트너인 민이는 은미의 오랜 남사친인데, 사실 요즘 은미와 민이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전에는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무엇이든 공유하며 노는 친구 사이였는데, 최근에 민이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트랜지션(성전환)을 결심하면서 은미는 민이와의 관계가 그저 친구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정한아 작가의 <달의 바다>는 2007년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16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5년째 낙방한 기자 시험을 계속 볼지 말지 고민 중인 은미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즘 청년들의 모습과 닮았다. 2대에 걸쳐 갈빗집을 운영하는 은미의 가족은 겉보기에는 화목하고 유복해 보이지만, 사실은 강압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가부장(할아버지) 때문에 식구들 모두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할아버지의 영향에서 벗어난 유일한 인물인 고모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이고, 이는 고모의 자식인 찬이 아니라 조카인 은미에게 전해진다. 고모와의 만남을 통해 어떤 이야기는 현실보다 아름다울 수 있고, 어떤 거짓말은 진실보다 참될 수 있다는 걸 배운 은미는 여행의 마지막에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깨닫는다. 결말은 다소 씁쓸하지만, 억지로 움켜쥐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놓아줄 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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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띵 시리즈 22
염승숙.윤고은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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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종종 듣는다. 모든 코너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소설을 소개해 주는 <소설 북클럽>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소설 북클럽> 코너지기 중 한 분이 염승숙 작가님인데, 윤고은 작가님과 염승숙 작가님이 함께 쓴 책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같은 음식도 소설가가 먹으면, 그것도 마감을 앞두고 먹으면 뭔가 다른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이 책은 공복, 차, 식탁, 펑크, 작업실, 전투식량, 냉장고, 만찬 - 이렇게 총 8개의 키워드에 대해 두 명의 작가가 각각 한 편씩 글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염승숙 작가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즐겨마시는 음료는 차, 그중에서도 보이차다. 보이차는 카페인 함량이 미미해서 물 대용으로 마시기에 좋고, 마시면 허리부터 아랫배까지 따뜻하게 데워져 오랫동안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도 이제 커피 대신 보이차를 마셔볼까. 


윤고은 작가가 아침에 거르지 않는 습관은 따뜻한 물 한 컵 마시기이다. 그다음에는 유산균, 홍삼, 들기름, 블루베리, 꿀, 오트밀 등등 그 계절에 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공복 친구' 삼아 먹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친구'는 포도다. 포도철이 되면 매일 아침 한 송이씩 먹는다. 무항생제, 유기농, 무설탕 같은 단어에 약하지만, 마감이 가까워지면 정크푸드도 잘 먹고 배달 주문할 때 디저트도 꼭 챙기는 모순적인 식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고...(작가님 저도요 ㅎㅎㅎ) 


염승숙 작가는 공복을 선호할 정도로 음식을 잘 안 드시는 분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건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고은 작가는 지방에 있는 맛집도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찾아가서 먹을 만큼 음식을 좋아하는 분 같은데, 웬만해선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아 큰맘 먹고 산 냉이를 냉장고에서 키웠을(?) 정도다. 비슷한 나이대의 같은 소설가라도 다른 점이 재미있다. 다른 소설가분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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