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자 꿈을 꾸자 여행을 떠나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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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스다 미리가 지금의 내 나이 때 발표한 에세이집을 읽었는데, 어제는 가쿠타 미츠요가 지금의 내 나이 때 발표한 에세이집을 읽었다. 마스다 미리도 가쿠타 미츠요도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데, 이때는 작가로서의 입지가 불안하다고 느낀 것 같다. 


이 책은 삼십 대 중반의 가쿠타 미츠요가 원래는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집이 너무 좁다고 느껴서 집 근처에 작업실을 구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혹시라도 수입이 줄어서 작업실 월세를 못 낼까 봐 걱정하거나 한 끼에 900엔 정도인 점심값이 비싸다고 푸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대목을 보니 가쿠타 미츠요 같은 유명 작가도 돈 걱정을 했던 때가 있구나 싶고, 일단 저지르고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응?). 


책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만큼 이성 간의 연애나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오지만, 그보다 나는 작가로서의 생활(꿈)이나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재능일까 노력일까. 데뷔 초기에는 저자도 재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길어질수록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누구나 감동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한들 10년 뒤, 20년 뒤에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어떤 분야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이 변하고 유행이 바뀌는데, 그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능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제 막 그 일을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평생 그 일을 해낸 사람에게 재능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제까지 접한 '재능관'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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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게 배웁니다 - 오늘이 좋아지는 마법 자기만의 방
임진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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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월세나 전세를 전전하다 보면 내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 벽지나 장판, 옵션으로 설치된 조명이나 가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지만, 그 밖의 것들(예를 들면 침구류나 식기류)은 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오롯이 내 취향인 것들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음이 더없이 기쁘다. 


임진아 작가의 에세이집 <사물에게 배웁니다>는 바로 이러한 기쁨에 관해 쓴 책이다. 책에는 저자의 일상을 채우는 물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게 도와주는 전기포트, 적절한 위치에 놓인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예쁜 그릇, 어디에 가든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티 코스터, 지난여름의 추억이 담긴 CD 한 장, 멋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종이봉투 등등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사물들. 


빵과 버터, 커피, 아보카도, 수박, 올리브유 같은 먹거리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일본에 가면 매일 밤 호텔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한국에선 팔지 않는 음식이나 생필품을 대량 구매했다는 이야기에 대공감. 나도 팬데믹 이전에는 해마다 두세 번은 일본에 가서 좋아하는 라면이나 과자, 차, 양념 등을 사왔는데, 팬데믹 이후로는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콩자반 이야기도 좋았다. 별생각 없이 먹었던 반찬인데. 안 먹어본 지 한참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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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 (리커버 특별판) - 마케터의 영감노트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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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기록을 하지 않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록에 관한 책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구입해 읽고 있는 요즘이다. <기록의 쓸모>를 쓴 이승희 작가는 6년 동안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중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치기공을 전공하고 졸업 후 병원에 취업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마케팅의 세계에 매력을 느껴 과감히 전직했다. 


이 책은 저자가 치기공사에서 마케터로, 한 회사의 직원에서 프리랜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도 처음부터 '쓰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다 상사의 조언으로 회의록을 쓰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기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업무일지를 수첩에 적는 정도였다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거쳐 현재는 브런치, 영감노트, 영감노트 인스타그램, 여행노트, 구글 문서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다.


책에는 구체적인 기록의 방법보다는 기록의 효용에 관한 내용이 많다. 기록의 효용은 기록이라는 결과물 자체다. 기록을 하면서 사람은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전보다 더 성실하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록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의 쓸모도 재발견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축적된 기록을 잘 갈무리하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한다. 


기록의 내용은 공부나 업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어제 읽은 책, 오늘 본 유튜브 동영상, 주말에 본 영화에 관한 기록도 괜찮다. 기록의 방식은 노트나 수첩, 다이어리에 써도 괜찮고, 글쓰기가 불편하면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서 SNS에 업로드하는 것도 괜찮다. 단, 기록한 것들을 정기적으로 다시 보면서 자신에게 온 영감을 체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 저자는 매일 밤 책상에 앉아서 하루 동안 받은 영감과 대화를 다시 정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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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제1부 EP1 BOX 동쪽의 바다 세트 - 전12권 - 1~12권
오다 에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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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어 일본 만화 최대 히트작으로 등극했고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1000화를 돌파한 만화계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원피스>의 박스판 <원피스 제1부 EP1 BOX 동쪽의 바다 세트 - 전12권>이 출시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박스판은 기존에 출시된 단행본 1권부터 12권을 포함하며 에피소드별로 새롭게 디자인한 호화사양 박스에 각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단행본을 담았다. 한정 2대 특전으로 주인공 루피의 캐릭터 아크릴 스탠드와 '밀짚모자 일당' 졸리 로저 + 명대사 PP 북마크도 포함되어 있다.










박스판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에피소드별로 새롭게 디자인한 호화사양 박스!! '동쪽의 바다'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시원하고 호쾌한 느낌으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박스의 양 옆에 그려져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무늬와 만화 속 명장면이 인쇄된 박스 뒷면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표지의 변색을 막기 위해 박스 뒷면이 앞쪽에 오도록 책장에 꽂아두는 경우에도 멋스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다. 







이참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원피스> 제1권(a.k.a. 전설의 시작)...!!! 그 유명한 '샹크스 백신' 짤의 오리지널 그림이 1권 앞부분에 나온다 ㅋㅋㅋ 이 시절 루피 참 귀여웠어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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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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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1920년 데뷔작.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에 비하면 재미가 덜한 편이었지만, 자산가의 죽음, 불완전한 유언장, 유족들의 갈등, 약물을 이용한 살인, 전쟁의 상흔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 대부분 나온다는 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가 데뷔 때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송환된 헤이스팅스가 지인인 존 캐번디시의 소개로 존의 양어머니 잉글소프 부인이 소유한 스타일스 저택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잉글소프 부인의 가족으로는 전남편(캐번디시) 소생의 두 양아들 존과 로렌스, 20살 연하의 현남편(잉글소프), 존의 아내 메리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잉글소프 부인의 심부름꾼이자 말동무인 에벌린 하워드, 잉글소프 부인이 보호하는 고아 아가씨 신시아 머독 등이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잉글소프 부인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사인은 스트리크닌이라는 약물 중독으로 밝혀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헤이스팅스는 때마침 근처에 와 있는 친구 푸아로를 부른다. 바로 이 장면이 애거서 크리스티를 대표하는 탐정 캐릭터 푸아로가 최초로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푸아로가 커플 메이커 역할을 하고, 전부터 내심 여성 캐릭터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헤이스팅스가 실망하는 설정도 이 작품에 이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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