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힘 - 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
윤석금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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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은 재계 32위(2011년 기준 자산 순위, 공기업 제외) 웅진 그룹의 창업주이자 우리나라 창업 부자 8위(상장사 주식부자 지분 평가액 8위, 2008년 재벌닷컴)에 오른 윤석금 회장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부모의 회사와 재산을 물려받아 자연스럽게 부자가 된 금수저 재벌들과 달리, 윤석금 회장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출발한 흙 수저 기업가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스물일곱 살에 들어간 브리태니커 한국지사에서 최고의 세일즈 실적을 올리며 판매 상무 자리에 올랐다. 윤석금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미래가 보장된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1980년 웅진씽크빅을 설립해 <헤임고교학습>, <어린이 마을>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후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코리아나 화장품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단지 사업을 확장하고, 이윤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있다. 내가 오늘 열정을 다해 새로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사람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그 힘의 가치를 믿는다. (14쪽)


이 책에는 윤석금 회장이 38년 경력의 기업가이자 세일즈 전문가로서 남다른 가치를 만든 비결을 담고 있다. 윤석금 회장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세일즈, 교육, 역발상, 조직, 리더십 - 이렇게 다섯 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가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며 '사람'으로 향한다. 윤석금 회장은 세일즈맨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런 만큼 세일즈의 어려움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세일즈는 최일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일이다. 기업이 가진 고민의 거의 대부분은 세일즈, 즉 영업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일즈는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개인의 역량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업무이다. 하지만 모든 세일즈맨이 세일즈맨으로서의 재능이나 매력을 타고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뛰어난 세일즈맨이 될 수 있는 조언을 10가지로 추렸다. 윤석금 회장이 정리한 세일즈맨을 위한 10가지 조언은 끊임없이 공부하라, 습관을 바꾸어라, 정신력을 키워라, 긍정적으로 보라, 불만보다 개선점을 이야기하라, 정직하게 영업하라, 고객이 추천하게 만들어라,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라, 제품을 스토리텔링하라, 꿈을 꾸어라 등이다. 


윤석금 회장은 1984년 <어린이 마을>을 발간했을 때부터 여성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고학력 주부를 여성 판매인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엄마들의 지혜와 인맥, 정보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여성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성 직원들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복지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켜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공식적인 미팅 시간이나 교육 시간을 오전 8시에서 10시로 늦추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당시로는 드물게 여성인 최정순 전무를 남성들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경영기획부장으로 발령했다. 판매원, 평사원 급의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팀장, 지역장 급의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에도 힘썼다. 그 결과 웅진은 2003년 노동부 남녀 고용 평등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윤석금 회장은 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들의 과외가 전면 금지된다는 뉴스를 듣고 '과외 잘하는 사람을 뽑아 카세트테이프로 강의를 만들어서 공부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전국 최고 강사의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헤임고교학습>이다. 웅진코웨이도 창의적인 발상으로부터 탄생했다. 1990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윤석금 회장은 정수기 사업이 뜰 것으로 예상했다. 정수기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렌탈 서비스'를 창안했고 '코디'를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창조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금을 얻으려면 금이 묻힌 곳을 찾아서 파내야 하지 않겠는가. 창의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찾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금맥을 찾아내는 것이다. (161쪽) 


이 밖에도 38년 경력의 윤석금 회장의 영업과 세일즈에 대한 애정과 철학, 구체적인 방법론이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이다. 영업맨, 세일즈맨은 물론 마케터와 기업가,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으로 경영하고 싶고 사람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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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더 퓨처 -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팀 오라일리 외 지음, 김진희.이윤진.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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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드론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놀랍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렵고 불안하다. 컴퓨터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점점 도태되고 배제된 것처럼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 역시 사회에서 점점 도태되고 배제되지는 않을지, 신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지금과 전혀 다른 미래를 맞닥뜨리고 당황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펼치는 새로운 미래를 소개하는 책 <왓츠 더 퓨처>의 저자인 미래학자 톰 오라일리에 따르면, 미래는 이미 일어난 과거와 현재의 사건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미래에 심취한 인물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보편화되기에는 힘들다고 여겨졌던 인터넷, 네트워크, 플랫폼 기술 등이 어떻게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같은 기술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를 자세하게 예측한다.


일자리 없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한목소리로 쏟아내는 의심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던 목소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중략) 어떤 것이 일용품이 될 때 다른 무엇이 가치를 얻는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한다. 오늘날 하는 어떤 일이 상품화될 때 무엇이 가치를 얻을까? (460쪽) 


신기술이 바꿀 미래 사회에 관한 고민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일자리 고민이다. 1차 산업혁명 때 방직기나 방적기 같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같은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빠른 속도로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저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대신 가치가 높아진 다른 업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보살핌'과 '창의성'이라는 키워드와 관련이 깊다. 인구 피라미드가 뒤집힌 사회, 그래서 노인이 그들을 부양할 젊은이보다 훨씬 많은 사회가 되고 노동 시장이 유연해지면 보살핌 노동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사, 강사, 의사, 간호사, 노인 간병인, 보모, 미용사, 마사지 치료사 등은 대표적인 보살핌 일자리이며, 이들 업종의 일자리는 신기술이 보급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신기술에 의해 대체되어도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극자유주의' 구독자와 '극보수주의' 구독자에게 보인 뉴스가 얼마나 다른지는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보수 성향의 지인이 알려준 이야기에 내가 보인 반응과 반대로, 내가 공유한 진보적 이야기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사실보다 감성이 더 많은 무게를 가지는 '탈 진실(post-truth)'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사는지도 모른다. (308~9쪽) 


알고리즘이 바꿀 미래 사회의 모습 중 하나는 현재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다. 예전에는 가짜 뉴스가 신문이나 텔레비전, 이메일 등을 통해 퍼진 반면, 요즘은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문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의 구독 여부나 '좋아요' 추천 수 등을 반영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콘텐츠만 갈무리해 보여줘 사용자의 신념이나 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인간 편집팀이나 사실 확인팀을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만, 저자의 생각에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저자는 가짜 뉴스가 19세기 미국에서 활개를 친 황색 저널리즘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보고, 황색 저널리즘을 구별해내고 물리친 건 결국 구독자(인간)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사실 확인이었듯이 가짜 뉴스 또한 같은 방식으로 구별해내고 물리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알고리즘은 이를 보다 쉽고 편하게 처리해줄 기술이며, 앞으로 알고리즘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관련 기업이나 언론을 보다 철저히 감시한다면 가짜 뉴스 문제 또한 종국에는 해결되리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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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살이의 기술 - 일잘과 일못을 가르는 한 끗 차이
로스 맥커먼 지음, 김현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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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행동이 빠른 반면, 과소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작고 행동이 굼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잘 포장하고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고, 능력 있고 성격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내쳐지고 사라진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스 맥커먼이 쓴 <직장살이의 기술>은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는 방법도 몰랐다. 대학 졸업 후 뉴욕에 있는 유명 언론사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나는 그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들었고, 뉴욕에서 결국 실패할 거라고 믿었으며, 한 달 안에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들통날 거라고 여겼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은 저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1978년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는 '가면 현상'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 현상은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의 감정을 말한다. 첫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 둘째, 자신의 성취는 순전히 운이 좋은 덕택이라는 생각, 셋째, 자신이 일군 성공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윈슬렛도 이런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감 없는 사람이 새 직장에 면접을 보러 갈 때, 직장에 첫 출근할 때, 미팅에 참석했을 때, 지각했을 때, 퇴근 후 술 약속이 잡혔을 때 등의 상황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지각했을 때는 왜 늦었는지 솔직하게 말하되 너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당신이 지각한 이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회의에 10분 늦었다면, 도착한 뒤 10분간은 질문도 하지 않고 발언도 하지 않는다. "제가 놓친 게 뭐죠?" 같은 질문은 회의 시간을 늘려서 사람들을 더 짜증 나게 만들 뿐이다. 물론 이런 팁은 당신이 아주, 아주 유능할 때만 통한다. 무능한 데다가 지각까지 상습적으로 하면... (끝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왕재수와 일하게 되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첫째,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셋째, 그들에게 맞서야 한다. 이도 저도 도움이 안 된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자.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이 질문은 왕재수가 자신의 왕 재수 없음을 해명하도록 종용하는 동시에, 재수 없음은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입을 다물게 되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 질문을 들은 왕재수는 백이면 백, 말을 더듬거리다가 끝내 입을 다물었다고. 


반대로 내가 왕재수 취급 당하는 경우, 즉 직장 내에 대놓고 나를 싫어하고, 경계하고, 내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는 첫째, 그들의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둘째, 왕재수에게 던지는 기본 질문을 똑같이 던진다.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셋째, 이들을 대할 때는 결코 쓸데없이 친절하고 착하게 굴거나, 울거나 화를 내선 안 된다. '길거리를 걸어가다 선원 복장을 하고 뒷다리로 걷고 있는 치와와를 본 것처럼'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적당하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에스콰이어지 편집장인 백인 남성이다. 별 볼 일 없는 직장에 다니는 한국 여성이 겪는 '직장살이'는 이보다 더 독하고 가혹하다는 뜻이다. 참고할 만한 팁은 참고하되 어느 정도 깎아서 듣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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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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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해 자기계발 관련 도서를 몇 권인가 읽었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성공도서도 있고, 돈 잘 버는 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도서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 <미운 나>였다. 이 책을 쓴 섀넌 카이저는 대학 졸업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기대한 것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퇴사와 이사,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 불운이 이어지면서 저자는 오랜 지병이었던 섭식 장애와 약물 중독, 임상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과 똑같은 30대 여성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라이프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알려주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다니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마침내 저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증상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고, 오랜 고민과 성찰 끝에 모든 증상의 원인은 단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에게 자기 자신은 고치고 부정해야 할 대상이었지,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한, 긍정적인 존재인 적이 없었다.





저자의 이런 깨달음은 어머니와의 대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말로는 저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어린 시절 저자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면 그만 먹으라고 타일렀고 살을 빼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위협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은연중에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 '사랑받고 싶으면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욕망하는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진짜 '나'로 존재하지 못했던 내가 불쌍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세상에 나를 맞추려고 너무 열심히 애썼기 때문이 아닐까. (24쪽) 


저자뿐 아니라 부모로부터 외모를 지적받고 체중을 관리당하는 딸의 경우는 왕왕 있다. 나의 지인은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체중이 부쩍 늘었다는 이유로 간장 종지에 밥을 담아줬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는 현재 모델 못지않은 날씬한 몸을 지녔지만, 자신이 체중에 강박을 가지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며 그때 품은 원망을 아직까지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체중 외에도 부모로부터 받은 지적이나 훈계, 잔소리 때문에 자기 자신을 폄하하고 멸시하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부모는 자식을 아끼고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자식도 인간이고 상처를 받는다. 더욱이 자식에게 부모는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니라 조물주, 절대자와 같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자식이 있다면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바꿀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는 있다. 저자는 총 3개월에 걸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실험에 도전했다. 첫 번째 달은 몸의 자유를 위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두 번째 달은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실험에 도전했다. 세 번째 달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연습에 도전했다. 자기애 실험을 마친 후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열다섯 가지 원칙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내게는 20년 동안 복권 당첨에 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복권에 당첨되면 새 차를 살 거야." 

"복권에 당첨되면 늘 듣고 싶었던 온라인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결제할 거야."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친구야, 그걸 지금 하는 게 어때? 왜 복권이 네 길을 막고 있는 걸 그냥 놔두는 거야?" (67쪽)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친 대목이다. 한창 시험공부를 하던 시절, 나는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일본 여행도 하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도 실컷 읽고, 은퇴하면 타샤 튜더나 베아트릭스 포터처럼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그것들을 팔며 살 거라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합격 소식은 요원했고, 도망치듯 떠난 일본 여행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나 자신이 되는 자유. 내가 나답게 사는 자유. 


시험공부를 접은 나는 디자인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 은퇴 후에나 하려고 했던 일을 5년 가까이 하고 있고, 해마다 일본 여행을 한두 차례씩 하고 있고, 책은 2천 권 넘게 읽었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벌이도 더 좋고 안정적이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삶이 되었겠지만, 시험을 포기한 대신 얻은 지금의 삶이 나로서는 더욱 마음에 들고 나다워서 좋다. 이따금 시험공부를 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만약 그 시간 없이 바로 취업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후회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자기애 실험 결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욕구, 욕망,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에 솔직하게 되었고 그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저자는 예전에 먹을 때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이로 인해 정량보다 많이 먹고 체중이 늘고 자기 자신을 비관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자기애 실험 이후 저자는 예전처럼 먹을 때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어차피 먹을 음식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자고 생각하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애 실험은 오히려 내가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놓아버리는 데서 시작됐다. 

자기애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솔직한 것이다. (102쪽) 


저자는 또한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을 그만두고 자신의 내면과 잠재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룹 SMAP의 대표곡 중에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한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작은 꽃과 큰 꽃, 무엇 하나 같은 건 없으니 NO.1이 되지 않아도 돼요. 원래 특별한 Only one.' 


꽃이 저마다 다른 씨앗을 품고 다른 꽃잎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품고 다른 삶의 모습을 발현해야 맞지 않을까. 내 안에는 어떤 씨앗이 있을까. 나는 어떤 색을 지닌 꽃잎을 피울까. 나를 미워할 시간에 이런 고민을 한다면 삶이 더욱 생동감 있고 윤택해질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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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키치 님의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예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인가? 책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리뷰 읽으면서 그 책 생각이 났어요. 자신을 사랑하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키치 2018-02-09 17:28   좋아요 0 | URL
저자의 솔직함에 저 또한 영향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쓴 것 같습니다 ㅎㅎ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참 어려운 일이지만 살면서 꼭 해내야 하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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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옵션 B의 삶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베스트셀러 <린 인>의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을 겪은 적이 있을까? 신작 <옵션 B>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저자는 2년 전 남편 데이브를 잃었다. 결혼한 지 11년 되던 해,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들을 친정 부모님에게 맡기고 부부만 오붓하게 멕시코로 떠난 날이었다. 풀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저자는 잠깐 눈을 붙였고 데이브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잠에서 깬 저자는 데이브를 찾아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서 저자는 데이브가 운동기구 옆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데이브가 생을 마친 후였다.


그때부터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아이들은 틈만 나면 울음을 터뜨렸다. 식사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하다가도 데이브를 떠올리며 눈물지었다. '데이브가 없는데도 세상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낼 수 있을까?' 회사에 복귀한 후에도 전처럼 업무에 몰입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회의 때는 '대체 모두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대체 이것이 왜 중요하지?' 같은 생각만 내내 떠올랐다. 


저자가 마음을 다잡은 건 아이들을 위해서이다. 저자는 아이들이 데이브의 죽음을 덜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랐고, 상실과 슬픔을 통해 보다 원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저자는 와튼스쿨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인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랜트에 따르면, 부모를 잃더라도 놀랄 정도로 뛰어난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은 아동기를 행복하게 보낼 뿐 아니라 사회에 잘 적응하는 성인으로 성장한다. 


회복탄력성이란 '개인이 역경에 반응하는 힘과 속도'를 의미한다. 부정적인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그대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뜻한다.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타인의 고백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난을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을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를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저자는 데이브의 죽음과 이후의 애도 기간을 겪으며 슬픔과 고통, 외로움과 후회를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 지 절실하게 느꼈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데이브에 관한 화제를 열심히 피하는 모습을 보고 더 큰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꼈다.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질병, 실직, 성폭행, 자연재해, 전쟁 등을 겪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외롭지 않다고 느꼈고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괜찮아지리라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나아가 역경에 부딪치고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격려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facebook.com/OptionBOrg).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이들을 배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가까운 사람이 사망한 경우 민간 부문 근로자의 60퍼센트만 휴가를 받고, 그것도 통상 며칠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다. 애도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은 미국에서만 연간 750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역경을 겪더라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또한 지적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소득이 적고 연금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이 2억 5800만 명에 달하는데 이중 1억 1500만 명 이상이 빈곤하게 생활한다. 이는 기업과 정부가 여성을 위해 임금 격차를 없애야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남성보다 여성이 연로한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돌볼 책임을 더 많이 부과 받고, 이로 인해 재혼의 가능성이 턱없이 낮은 현실 또한 놓치지 않는다(여성차별의 사례로 한국의 경우가 수차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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