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세대가 몰려온다 - 생산하고 소비하고 창조하는 새로운 10대의 등장
김경훈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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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식점에서 나보다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는 어린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작해야 서너 살 정도 되었을까. 말도 잘 못 하는녀석이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동영상을 열었다가 인터넷 창을 열었다가 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어찌나 낯설던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의 삶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부모님을 졸라 겨우 생애 첫 휴대폰을 마련하고 스물여덟 살 때 처음 스마트폰 유저가 된 나의 삶과 달라도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모모 세대 :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매체를 접하면서 자란 '모어 모바일(More Mobile) 세대'의 줄임말.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10대들을 가리킴.



한국트렌드연구소장 김경훈이 쓴 <모모세대가 몰려온다>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 세대를 이른바 '모모 세대'로 명명하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 새로운 수요층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성세대의 눈엔 이해할 수 없고 골칫거리로만 비쳐지는 지금의 1020 세대야말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지닌, 무궁무진한 기회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을 좋아하고 웹툰에 빠져 있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이들이 어떻게 기회의 대상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들을 자라면서 혹은 어른이 되어서 비로소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의 수혜를 입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인류로 구분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클라우드, 위치기반 서비스, 증강현실, 음성인식, 웨어러블 컴퓨팅 같은 신기술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생활 속에서 바로바로 활용해 온 그야말로 '신인류'. 저자는 이들의 모바일 활용 능력은 기성 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며, 앞으로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종래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모모 세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저자는 모모 세대가 머릿 속에 든 첫 번째 두뇌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를 활용하는, 소위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설명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제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검색해서 알아내고 잊어버리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지식이란 머리로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어온 기성 세대의 관념을 뒤흔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성 세대도 어느새 지도 대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고, 모르는 길을 배워서 가는 대신 검색해서 찾아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 모모 세대의 모습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이들은 또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감성을 지닌, 전형적인 '프로슈머(prosumer)' 집단이며, 무나(무료 나눔), 교신(교환 신청), 생정(생활정보), 중고거래, 알뜰소비, 구독소비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즐기는 전천후 소비자이다. 무나, 교신, 생정 같은 말은 물론, 중고거래, 구독소비 등에도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인 나는 이런 10대들의 이야기가 마치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허나 앞으로 기획자로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홍보를 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겠지... (왜 한숨이 나올까...)



이밖에도 핏에 목숨거는 세련된 취향을 지녔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협업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으며, 공부뿐 아니라 취미, 문화, 예술, 사회, 정치적인 영역에까지 발언권을 높이는 것을 모모 세대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1020 세대가 기성 세대와 다른 취향과 특성을 지니는 것은 과거에도 볼 수 있었던 현상이지만,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모모 세대가 처음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10대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만든 벽에 붙이게 한 16세 소녀 코라 호, 블로그를 통해 여성의 교육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17세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이 아닌 스마트폰, 즉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모 세대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 세대였을 줄이야. 이제 10대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혀를 차거나 곱지 않은 눈으로 보지 말아야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며,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행동까지 하는 이들이야말로 나를 포함한 기성 세대가 바라던 인류의 모습이 아닐까. 모모 세대가 어른이 되고 사회의 중심이 되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아울러,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더 이상 모모 세대와 같은 신세대로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10대 초반에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를 접한 '반(半)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기성 세대와 모모 세대의 중간자적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의 2030 세대가 유일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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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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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책은 커뮤니티가 생성된 채팅방과 비슷한 형태로서, 전국의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격렬한 토론을 하거나 헤드셋을 끼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과 비슷해질 것이다. 작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자의 역할을 하고 독자는 연주자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자들은 실제로 책 속에서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p.150)

 

리딩 2.0은 당신에게 그 책과의 대화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과의 대화도 제공할 것이다. 당신이 <해리 포터>팬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었지만 더 읽고 싶다. 해리와 볼트모어를 계속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럴 때 리딩 2.0은 다른 사람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그 책의 문화적인 의미에 관한 팬 픽션이나 에세이를 계속 읽을 수 있게 한다. 그 책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연결되면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222)

 

전자책 혁명은 엄청나게 많은 책으로 독자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대형출판사를 선택한 작가들에게는 더 많은 요구사항이 주어질 것이다. 출판사는 결국 작가들에게 책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 사이트는 작가가 쓴 특정한 장을 읽은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 어떤 페이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어떤 페이지가 가장 많이 공유되었는지에 대한 통계와 독자들이 지적한 철자법 오류나 잘못 표시한 연대 등을 보여줄 것이다. (pp.301-2)



이북 리더기를 세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곧 죽어도 종이책을 읽겠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전자책으로 갈아타는 걸 볼 때나, 인터넷 서점의 전자책 할인 쿠폰 공세를 볼 때마다 전자책으로 갈아타고픈 마음이 든다. 특히 서평을 쓰기 위해 책에 메모를 하거나 귀퉁이를 접는 게 책에 미안하거나, 오늘처럼 서평에 인용할 구절이 많아 일일이 타자를 치는 게 귀찮은 날에는 전자책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어떤 전자책은 읽은 구절을 따로 저장하거나 SNS서비스로 보내는 기능도 있다지? 종이책 or 전자책,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정말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개발책임자 제이슨 머코스키가 쓴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를 읽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전자책이 전체 출판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퍼센트 중반대. 한국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20퍼센트에 훨씬 못 미치는 3퍼센트대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종이책 시장을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자책의 개발, 킨들의 탄생과 발전, 전자책의 출현이 출판 산업 및 독서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마디로 전자책의 모든 것이랄까. 저자가 전자책 개발자라고 해서 디지털 문화를 숭배하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일 줄 알았는데, 아마존에 입사하기 전 책을 내기도 한 작가이며 지금도 자택의 한 층 전체를 서재로 쓸 정도의 책벌레라는 사실에 놀랐다. 저자를 보니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종이책을 사랑하는 또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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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보다는 읽지 못하는 이유, 읽을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찾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동네 서점으로 불리는 소규모 서점이 사라지고 신간과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 문화가 고착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일부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소규모 서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앞으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선정한 일부 신간과 베스트셀러 중심의 독서 문화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전에 나왔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소수의 독자들만 읽는 책은 점점 빛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전자책 시장의 확대가 작가의 창작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어떤 글이 가장 많이 읽히는지, 독자를 가장 많이 유입시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있다. 마찬가지로 전자책은 작가로 하여금 자신이 쓴 글의 어떤 대목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데이터화된 수치로 알려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의 창작과 상상력을 제한할 것이다. 잘 팔리는 책, 잘 읽히는 책을 쓰는 것만이 답이 되는 문학이라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밖에도 언어의 문제,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긍정적인 점도 물론 있다. 종이책을 제작하고 구입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잃어버리거나 변질될 걱정 없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며, 작가와 독자가 디지털 방식으로 참여함으로써 협동하거나 상호교류하는 현상이 늘어나며, 팬 픽션이나 에세이 등 2차 창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 등은 기대된다. 예전에 혼자서 책을 읽던 때에 비하면 인터넷 서점과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며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지금이 훨씬 더 즐거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쉽게 읽을 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전자책은 이런 활동을 더욱 쉽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건 아닐까? 언젠가 전자책을 읽게 되더라도 지금은 종이책의 매력에 더 푹 빠져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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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간의 자기사랑 연습
로버트 홀든 지음, 오혜경 옮김 / 지식노마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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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행복을 배울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백여 권이 훨씬 넘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었지만 나 자신이 얼마나 '계발'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업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것도 아니요, 이직이나 전직, 유학을 한 것도 아니고, 재테크를 잘해서 집이나 차를 마련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이득을 본 것이라면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글을 꾸준히 읽으며 동기를 부여받고 지금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직업적인 내공을 다지거나 삶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고는,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당신은 이미 행복하다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면서도 그 효과를 의심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 때문일까?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홀든이 쓴 <8주간의 자기사랑 연습>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이미 행복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행복을 단 8주 간의 연습으로도 배울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저자는 1992년 이래 일반인을 대상으로 행복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고 오프라윈프리 쇼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행복수업 참가자들은 행복수업을 통해 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던 것은 남들이나 사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당신이 자신의 존재와 기쁨을 부정하는 한, 당신의 에고와 성격은 절대로 세상에 완전하게 만족하고 기뻐하지 못할 것이다. (p.72)

8주간의 행복수업은 행복의 의미 생각해보기, 자기 자신 발견하기, 감사한 일들 나열해보기​, 가족과 대화하기, ​과거와 화해하기 등 여러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나는 '받음의 명상'이라는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하면서 수용, 사랑, 성공, 창의성 등의 지혜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수업인데,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편안히 수용하고 복종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그게 다다. - 도스토예프스키

돌이켜보면 20대에 나는 새로운 일을 제안 받거나 무언가에 도전할 기회가 왔을 때, 하다못해 이성을 소개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거절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면서도 할 일이 없다고,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남자친구가 없다고 스스로를 불행히 여겼다. 나의 행복을 막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는 일, 오는 기회, 오는 남자 막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볼 생각이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앞으로의 내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니, 나는 이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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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살, 까칠하게 용감하게
차희연 지음 / 홍익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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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의 생각 변화

20살 - 이제 10대가 아닌 20대구나. 10대에 비해 늙은 것 같다.

21살 - 밑에 새내기가 들어오네? 이제 나도 헌내기구나.

22살 - 3학년, 이제 나도 대학 늦깎이구나.

23살 - 20살 아이들을 보면 난 이제 졸업 앞둔 늙은이가 된 기분.

24살 - 꽃다운 20대 초반이 다 지나갔네. 25살부터 늙는다는데 이제 1년 남았구나.

25살 - 나 이제 꺾이는 나이인 건가. 이때 관리 잘해야 된다던데.

26살 - 이제 나도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겠구나.

27살 - 20대도 몇 년 안 남았다. 슬슬 결혼에 대해 진지해져야겠다.

28살 - 공포의 29살이 코앞이다. 29살 되면 우울해진다던데.

29살 - 영원할 것 같던 20대도 끝이구나. (p.74)

 

  

흔히 여자 나이 서른 살을 계란 한 판에 비유하는데, 막상 서른 살을 목전에 둔 스물아홉 살이 되고 보니 '그래서 뭐?' 라는 기분이다. 계란이 한 줄도 아니고 한 판이나 있으니 좋기만 하지, 랄까. 이런 쿨한(?) 태도는 20대 내내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며 쌓인 일종의 내공(!) 덕분인지도 모른다. 위의 우스갯소리처럼 20살엔 10대가 아니라서, 21살엔 헌내기라서, 22살엔 대학 늦깎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매일을 늙어간다는 기분으로 살았으니 이제 초연할 때도 되었다.

 

마침 만난 책의 제목도 <여자 서른 살, 까칠하게 용감하게>. 나이 같은 생물학적 기준이나, 결혼 적령기가 지났느니 어쩌니 하는 사회적 관념에 좌우되지 말고, 남들 눈에 까칠해 보이더라도 용감하게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이 되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 더욱 반가웠다. 까칠함이 용감함으로 보일 수 있는 것 또한 서른 살, 삼십대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이십대엔 자칫 버릇없어 보일 수 있다).     


 

저자 차희연은 대한상담심리치료학회 상임이사와 한국 기업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감정 조절 코칭 전문가이다. 감정 조절과 여자 나이 서른이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사실 여자의 서른은 남자의 마흔에 비교될 만큼 중요한 시기다. 결혼을 할까 말까, 직장에 남을까 말까, 아이를 가질까 말까 등 여자의 일생에서 중요한 정도로 1,2위를 다투는 선택들을 내려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스물아홉 살이 되고 보니, 전에는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먼저 내린 결정을 고치거나 바꿀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지 않고, 체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이미 들인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민한 시기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감정 조절. 감정 조절은 단순히 아무런 표현도 안 하고 꾹 참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고, 안좋은 상황에서 감정대로만 행동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다. 이십 대는 젊어서, 사회의 쓴 맛을 잘 몰라서 감정 조절을 잘 못해도 용서 받을 여지가 있었지만, 삼십 대는 어리지도 않고 사회의 쓴 맛을 모르는 나이도 아니다. 다가오는 큰 선택을 잘 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덜 실수하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삼십 대 커리어 우먼이 개인적인 행복과 직장에서의 성공을 동시에 성취하는 방법과 감정 조절을 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성들 스스로 약자의 삶을 택하지 말라는 것. 저자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 주부에게 "당신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라고 물으니 "저는 아들 둘을 둔 엄마고요,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요."라며 자기 자신이 아닌 남편과 자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사례를 소개한다. 비단 이 주부만이 아니라, 자기 소개를 해보라고 하면 직장이니 직위니 하는 사회적 지위로만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오롯한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찾아 가꾸는 것 또한 감정 조절 및 행복과 성공을 동시에 잡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십 대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서평 블로거 활동을 몇 년째 즐겁게 하고 있고, 천 권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다양한 관심사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 이십 대에 뿌린 씨앗들을 삼십 대에 무럭무럭 잘 키워서 사오십 대에 수확하면 된달까? 다가오는 서른 살, 삼십 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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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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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저자 아네스 안의 이전 책 <프린세스 라 브라바>와 상당히 유사하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도 그렇고, 이들 대부분이 주변의 도움이나 천부적인 재능 없이 자수성가했다는 점, 미술, 패션,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예술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린세스 라 브라바>는 제목의 '프린세스'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여성들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반면,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는 남녀 모두 나온다는 점 정도일까.

 

 

허나 이 책을 읽는 마음은 <프린세스 라 브라바>를 읽을 때와 전혀 달랐다.  

2010년 3월 <프린세스 라 브라바>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대학을 막 졸업했을 시점이라 (밥벌이의 어려움을 모르고) 책에 실린 인물들의 성공을 그저 멋있고 부럽게만 보았다. 반면 이번에 <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를 읽으면서는 책에 적힌 성공보다도 적히지 않은 실패와 좌절, 고생이 눈에 그려져 마냥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도 살기가 팍팍한데 이국에서 혼자 힘으로 성공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겪어보지는 못했어도 상상은 되었다.

 

 

그렇다고 이들처럼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거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성공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나에게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성공 스토리가 있을 터. 이들의 성공을 무작정 부러워만 할 필요도, 호기롭게 따라할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파고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나한테 잘 맞는 일을 전보다 잘 알게 된 덕분이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서가 아니다. 이런 류의 성공 스토리 모음담은 앞으로 잘 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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