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박스 2 (5~8권) - 전4권
다나카 요시키 지음, 미츠하라 카츠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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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요시키의 원작 소설을 미치하라 카츠미의 작화로 재구성한 만화 <은하영웅전설>의 애장판 박스2가 출시되었다. <은하영웅전설>은 1982년 발표 이래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작년에는 <공각기동대>를 만든 프로덕션 I.G가 <은하영웅전설>의 새로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의 제작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완성될 예정이며, 오는 4월 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2는 올해 초 출시된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과 마찬가지로 짙은 감색의 두툼한 외부 케이스와 내부 케이스, 단행본 네 권(5~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짙은 감색의 케이스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은색으로 코팅된 글씨가 세련되어 보인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에는 제국군의 지도자 라인하르트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반면, 박스2에는 동맹군의 지도자 양 웬리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박스 1에는 '나는 우주를 손에 넣을 거야. 함께 가자, 키르히아이스'라는 라인하르트의 명대사가, 박스 2에는 '민주국가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판하고 저항할 의무가 있다'라는 키르히아이스의 가치관이 적혀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2를 붙여 놓으면 이런 느낌이다. 제국군의 수장 라인하르트와 동맹군의 수장 양 웬리의 일러스트만 보아도 두 사람의 대립적인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라인하르트는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기 주관을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면, 양 웬리는 사방을 두루 살피고 때로는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타입이랄까. 


참고로 다나카 요시키의 원작 소설 <은하영웅전설>은 총 10권의 본편과 다수의 외전(4권의 장편, 5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박스1과 박스2는 본편 2권까지의 전개에 해당한다(이상 나무위키 '은하영웅전설' 편 참조). 미치하라 카츠미는 1부 연재 완료 후 2008년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2부 연재를 재개했다.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은 오는 4,5월 순차 발행 예정이며, 이는 국내 최초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5권은 은하제국 황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귀족들의 후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라인하르트는 이제 겨우 다섯 살인 적손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리히텐라데 후작과 손잡은 다음, 뒤로는 립슈타트 연합군을 자처하며 결탁한 거물 귀족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책략을 쓴다. 


한편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이 된 양 웬리는 자신의 부관인 프레데리카의 아버지인 그린힐 대장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프레데리카는 자신의 아버지가 상관인 양 웬리를 배신했다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의외로 양 웬리는 프레데리카에게도 그린힐 대장에게도 크게 실망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제6권과 제7권에는 동맹과 제국, 각각의 땅에서 일어나는 분열의 움직임을 그린다. 양 웬리는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쿠데타 세력에게 맞서던 시민들의 그들의 탄압 앞에 무너지고 그중에는 자신의 오랜 벗인 제시카 에드워즈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상심한다. 라인하르트는 제국령에서 귀족연합과 맞서다가 소울메이트인 키르히아이스와의 관계에 회복하기 힘든 금이 간다. 





<은하영웅전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물인 동시에 군주정과 공화정, 두 개의 정치 체제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치물이기도 하다. 군주정을 대표하는 골덴바움 왕조의 은하제국은 엘리트와 민중의 구분이 명확하고 신분 제도가 유지되어 사회 분위기는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역동성이 부족하고 인권이나 평등 의식은 낮다. 민중의 정치 참여는 물론 엘리트층으로 진입하는 길도 막혀있다시피 하다. 


반면 공화정을 대표하는 자유행성동맹은 선거 제도에 의해 사회 지도층을 선출하고 민중의 정치 참여도 활발한 편이지만, 쿠데타 같은 내란이 일어날 위험이 높고 사회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선전이나 이미지 세탁을 잘하는 정치인이 민중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 웬리가 자유행성동맹의 정치가 트뤼니히트와 악수한 후 구역질을 참으며 '이런 남자에게 정당한 권력을 주는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이런 남자를 계속 지지하는 민중이란 무엇일까' 회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은하영웅전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사나 문장이 자주 나온다. 나는 특히 양 웬리의 대사가 좋았다. '정치의 부패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그것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태를 정치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 9년이 떠오른다...! 





라인하르트의 부하이자 은하제국의 쌍벽으로 추앙받는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평민 출신으로는 드물게 제국군의 상층부에까지 진입한 미터마이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어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모자라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니게 된 로이엔탈의 이야기가 가슴 아팠다. 둘이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제국군의 핵심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조만간 출간될 <은하영웅전설 - 영웅들의 초상>에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8권에는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소년 시절을 그린 외전 '황금의 날개'도 수록되어 있다. '황금의 날개'는 미치하라 카츠미가 가장 최초로 <은하영웅전설>을 만화화한 작품이며, 1986년도에 선보인 작품이라서 그런지 작화가 고전적이다. <은하영웅전설> 애장판 제1권에 간략하게 나온 것으로 그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소년 시절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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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0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영웅전설」을 예전에 읽었을 때, 주인공들의 상반된 캐릭터는 「기동전사 건담」의 샤아와 아므로가 연상되었고, 투입되는 막대한 물량을 보면서「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떠오르게 만드는 여러모로 친근한 추억의 작품이었습니다. 키치님 덕분에 오랫만에 이름을 들어보게 됩니다.^^:)

키치 2018-03-08 07:36   좋아요 1 | URL
저도 <은하영웅전설> 보면서 <기동전사 건담>의 샤아와 아무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비슷한 점이 없지 않지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참 반가운 이름이네요. 저 또한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오래 전에 보았던 만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이지드 2018-03-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권이 2권까지 내용이면.... 끝까지 가려면 40권은 나와야한다는 건가요 ㅎㅎ 대단...

키치 2018-03-08 21:17   좋아요 0 | URL
자료를 찾아보니 만화가의 스토리 완급 조절이 들쑥날쑥해서 현재 2부가 총 4권까지 나왔고 원작 5권 중간까지 진도가 나갔다고 합니다. 제발 40권보다는 일찍 완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