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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가의 집 13
김상엽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평점 :
일본 만화를 읽을 때마다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지 놀랄 때가 많다.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 인간의 육신과 영혼의 한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한국 작가들도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데,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까닭인지, 아니면 내가 게을러서 그런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인지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김상엽의 만화 <복원가의 집>을 읽고 한국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복원가의 집>은 망가진 물건을 복원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가진 미소년 고교생 유성우를 중심으로 유물 복원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결되는 만화다. 사물이 지니고 있는 혼을 탐지할 수 있는 사이코메트러에 관한 만화는 많이 있지만, 사이코메트러가 나오는 한국 만화는 (나로선) 처음이기에 신선했다.
얼마 전 출간된 13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유성우가 친구 이민준의 집에 공부하러 갔다가 이민준의 배후령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민준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진지하게 야구를 해왔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성우는 어수선한 집을 피해 민준의 집으로 도망쳐 왔지만, 막상 민준의 집에 왔더니 민준의 등 뒤를 어슬렁거리는 영이 보여서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민준의 수호령이 선한 수호령이 아니라 악한 수호령임을 감지한 성우는 민준에게 부탁해 민준의 친가에 간다. 성우의 예상대로 민준의 친가에는 민준의 등 뒤에 있는 수호령의 본체인,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도자기가 있었다. 사연인즉슨, 오래전 사찰을 지을 때 수호의 의미로 파묻은 도자기를 왜인들이 도굴했고,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수호령이 인간에게 나쁜 마음을 먹고 민준의 곁에 머무는 것이라고.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일본 만화들과 달리 <복원가의 집>에는 한국의 역사와 유물이 등장해서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고 인물들의 심정도 이해가 잘 되었다.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뿐 아니라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유물을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금전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유물에 담긴 사연이나 (있을지도 모르는) 영혼 때문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