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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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PD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청소년을 위한 방송 아카데미 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좋은 PD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하셨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곳에 다니면서 PD의 꿈을 접었다. 텔레비전 보기를 좋아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멋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PD가 될 수 있는 건 아님을 그제야 깨달았다. 


MBC PD 김민식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며 일찍이 접은 PD의 꿈을 떠올렸다. 저자는 적성에 맞지 않는 공대를 졸업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대기업 영업 사원으로 일하다가 스물아홉 살 때 MBC 공채 PD로 입사했다. <뉴 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활약했으나, 온 국민이 알다시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가 급속도로 망가지면서 노조 집행부로 일하던 저자 역시 비제작부서로 발령받는 고초를 겪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게 일인데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니. 누구나 좌절하고 포기할 만한 상황이지만, 저자는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하루하루를 즐겁게 버티는 편을 택했다. 블로그를 개설해 매일 아침 육아 일기를 쓰고, 산행 일기를 쓰고, 서평을 쓰고, 영어 공부 비법을 담은 글을 올렸다. 글이 쌓이고 방문자 수가 늘고 입소문이 퍼지자 신문, 잡지 등 매체로부터 칼럼을 연재해달라는 연락이 오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와 이 책이다. 


그렇게 7년을 버티는 사이 정권이 바뀌고 MBC가 바뀌고 저자는 현업인 드라마 PD로 복귀했다. 그 사이 저자의 직업란에는 MBC 드라마 PD 외에 작가, 블로거, 강사 등이 더해졌다.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면 지난 몇 년 간 제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요. 매일 아침 글을 한 편씩 쓰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세상이 내게 일을 주지 않을 때, 난 뭘 할 수 있지?'라는 의문으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다니. 정말이지 PD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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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9-07-10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 보고 매일 글을 써보려고 결심했습니다ㅎ

키치 2019-07-11 09:17   좋아요 1 | URL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