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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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감독이 문학 전공자라는 것을 알고 나니 <너의 이름은>이 새삼 다르게 보인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낮도 밤도 아닌 시간을 일컫는 '카레타소도키', '카와타레도키' 같은 고어(古語) 들과 고전 시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만요슈)에 대한 언급 등이 맥락 없이 나온 게 아니었다. 


신카이 마코토에 대해 더 모르는 게 있나 싶어서 일본 위키피디아를 찾았다. 나가노 현 출신이고, 집안은 메이지 시대에 창업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하마터면 신카이 마코토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4대째 사장이 될 뻔했다. 미츠하가 도쿄에서 기차로 5시간 반 걸리는 시골에 살고 미야미즈 집안의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며, 미츠하의 친구 텟시가 지방 건설회사 사장 아들이라는 설정인 것 또한 맥락 없이 나온 게 아니었다. 


모르는 건 신카이 마코토에 대해서만이 아니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쓴 소설 <너의 이름은>을 읽다 보니 영화에 나오지 않은 설정이나 세부적인 심리 묘사가 더러 눈에 띄었다. 가령 영화에서는 타키가 처음 미츠하가 되었을 때 여성의 신체적인 특징을 체험하며 '감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설에서는 미츠하가 처음 타키가 되었을 때 남성의 신체적인 특징을 체험하며 '치욕'을 느끼는 장면도 자세히 나온다. 남성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묘사는 여성 독자로서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왜 생략된 것인지 아쉽다. ^^ 


미츠하가 처음 타키로서 긴 하루를 보내고 나서 텟시와 사야에게 "얘들아, 내가 이런 꿈을 꿨어, 대단하지?" 하고 자랑할 생각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자신이 실제처럼 생생한 꿈을 꿨다는 사실에 감동한 나머지 소설가나 만화가가 되어볼까 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도 소설을 읽고 알았다. 타키가 미츠하로서 생활하면서 요츠하, 할머니, 텟시, 사야 등 미츠하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작지 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미츠하가 가족과 가문, 친구와 이웃에 겹겹이 둘러싸인 생활에 갑갑함을 느꼈다면, 타키는 인간관계라고는 아버지와 친구 둘 정도가 전부인 것이 적적했던 것 같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영화 <너의 이름은>을 제작하는 도중에 소설 <너의 이름은>을 쓰게 되었고, 제작 일정상 소설을 영화보다 먼저 발표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작자가 같으니 줄거리도 결말도 같지만, 영화의 각본은 신카이 마코토가 영화 회사의 제작 팀과 함께 쓴 반면, 소설은 신카이 마코토가 전적으로 혼자서 썼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므로 신카이 마코토가 원래 작품에 담고 싶었던 장면이나 설정, 세계관 등을 알기 위해서는 영화만 보지 말고 소설도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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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0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키치 2017-03-07 14:2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