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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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가 이렇게 생겼나?'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촘스키 이름만 알았지 얼굴은커녕 사진도 본 적 없다. 그의 생애나 이론은 더욱 모른다. 이럴 때는 검색이 답이다. 위키백과를 찾았다. 


노엄 촘스키. 1928년 12월 7일생(내 생일과 하루 차이다!).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정치 운동가, 아나키스트, 저술가, 진보적 교수이자 좌파 학자이며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언어학과 교수다. 그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히브리어 학자이며 어머니는 벨라루스 출신이다. 그가 처음 접한 언어는 이디시어이고, 유대인 집단 거주 지역에 살면서 히브리어 문화와 문학에 노출되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과 독일계 가톨릭 그리고 반유대주의 등을 경험한 바 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한 것이 그를 언어학으로 이끈 것 같다. 


(잘 모르는 관계로) 촘스키가 언어학에 기여한 바에 대한 설명은 건너뛰고 정치적인 행보를 보았다. 촘스키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부터 미디어 비평과 정치적 행동을 활발히 했다. 그는 권위주의적인 국가에 비판적이며, 부시 정부 때 네오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자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2006년에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촘스키의 저서 <패권인가, 생존인가―미국의 세계 전략과 인류 미래>를 보이며 "미국 국민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했고, 그 다음날 이 책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는 촘스키의 책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두 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자유를 두려워하고 사상과 표현을 통제하려는 이들이 늘 있게 마련이며 (대한민국의) 국방부가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마도 국방부를 '자유,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국방부'로 개명해야 할 것 같다."라고 비판하며, 자신의 책들은 고르바초프 이전 소련에서도 금지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상 위키백과 '노엄 촘스키'편 참조) 


노엄 촘스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니 이 책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언어란 무엇인가'에서 저자는 언어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곧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것과 연관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각을 하고, 언어는 인간이 하는 무한한 생각 그 자체다. 


문제는 인간의 인지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장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논증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신체 능력과 유사하다. 신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인지 능력 또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이해는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역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3장에서는 '공공선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논한다. 언어를 논하다가 갑자기 공공선을 논하다니. 뜬금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당연한 전개다. 인간은 인지적 동물인 동시에 사회, 문화, 제도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사회적 존재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고 싶다면 언어와 인지능력만 살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도 함께 살피는 것이 지당하다. 저자는 아나키스트이지만 국가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로커가 말한 "공동체 이익에 부합하는 조직적인 관리"는 지지한다. 나아가 자치공동체와 일터의 폭넓은 연합도 지지한다. 저자가 반대하는 것은 공동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권력이며,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때에 따라서는 정치로부터 배제할 필요도 있다고 믿는 엘리트주의다. 저자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실상 귀족정치체제라고 본다. 이런 체제에서 대중의 처지는 노예와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혁명은 가격에서 임금으로의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다. 노먼 웨어는 생산자가 자기 상품을 일정한 가격을 받고 팔 때는 "그의 인격이 유지가 됐지만, 그가 자신의 노동을 팔기 시작했을 때는 그의 인격도 함께 팔렸다"라고 말한다. 그 결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노예, 흔히 말하는 '임금 노예'가 되었다. (147쪽) 


4장의 제목은 '자연의 신비 : 얼마나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이지만 실상 2장에서 논의한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고찰로 돌아온다. 저자는 4장에서도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는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역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철학과 물리학, 뇌 과학을 넘나들며 설명을 시도해도 결론은 동일하다. 인간의 사고, 우주의 작동,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인간 또한 어떠한 존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라니!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을 알기 위해 이만큼의 철학적 논고가 필요한가 싶지만 의의는 있다. 저자의 언어학, 정치학, 철학, 물리학, 뇌 과학적 성찰을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따라가면서 인간은 결코 완벽하거나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타인을 억압할 권리도 없고 타인에게 억압당할 의무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언어학자인 촘스키가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해온 것이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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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촘스키의 나이가 구순이군요. 리영희 선생은 촘스키 일년 동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