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첫 회부터 최근 회까지 빼놓지 않고 들었다. 빨책에 소개되어 읽은 책도 많다. 그중엔 <스토너>나 <속죄>처럼 취향에 딱 맞는 책도 있지만, 빨책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책도 있다.
<마션>이 그런 책이다. 공상과학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 유명한 <인터스텔라>, <그래비티>도, 심지어는 대작 중에 대작인 <스타워즈>, <에일리언> 시리즈도 본 적 없는 나에게 <마션>은 절대 볼 일 없는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빨책에서 두 임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걸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과학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하니 용기가 났다. 그래서 읽었고, 읽기 잘했다.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는 8세 때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을 읽으며 과학에 관심을 가졌고, 2009년 개인 웹사이트에 이 소설을 연재한 게 주목을 받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국 나사 '아레스3' 탐사대의 일원인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홀로 남겨진다. 다음 탐사대가 화성에 오기까지는 수백 일이 걸리는 상황. 호흡에 필요한 산소도, 물도, 식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와트니는 식물학자이자 공학자로서 자신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생존을 시작한다.
소설의 앞부분은 와트니가 물 한 방울, 감자 한 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전형적인 문과 인간이라서 중간중간 나오는 과학 지식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와트니가 스스로 부여한 미션을 하나씩 성공시킬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라면 과연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관광 목적이 아닌 한 화성에 갈 일도 없을 것 같다.
뒷부분은 가까스로 지구와 통신할 수 있게 된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흥미롭다. 사람 하나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자본과 자원, 기술,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 심지어는 한 사람을 구하려다 여러 사람이 희생될 수도 있는 딜레마에도 부딪힌다. 한국이라면 과연 마크 와트니를 살렸을까. 와트니를 구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이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많은 것(특히 자본)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람을 구할지 의문이다.
어쩌면 와트니는 자신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심지어는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있어도 대원들(조직)과 국가가 구해줄 거라는 '믿음' 때문에 산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효율성과 가성비로 따지며 조직과 국가가 나를 살려줄 거라는 믿음 따위 가질 수 없는 나라에서 <마션>은 차라리 판타지다. 공상과학 소설 속 세상이 더 나아 보이는 현실, 정상일까? 이래서 내가 이제껏 공상과학 장르를 즐겨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