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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5년 2월
평점 :
일본은 예로부터 평생 하나의 기술을 갈고 닦아 최고의 경지에 다다르려고 노력하는 '직인(職人)'을 숭상해왔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고해 온 언론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즈와이그는 신작 <인비저블>에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보상보다 내적 목표를 지향하는 '21세기 직인'들을 소개한다. 초고층 빌딩의 구조 공학자, 공항 길찾기 시스템 설계자 등 비교적 낯선 직업에 종사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조향사 데이비드 애펠과 UN 동시통역사 줄리아 윌킨스 아리다. 애펠은 20년 이상 조향사로 일하며 캘빈 클라인의 '에스케이프', 휴고 보스의 '휴고', 엘리자베스 아덴의 '선플라워' 등을 개발하고 제조했다. 애펠의 이름은 향수의 이름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그는 불만을 가지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충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7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아리는 유명 배우나 운동선수 못지 않게 노력하나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고된 일을 하다가 종종 황홀경의 빠지는 경험이 통역이라는 직업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부와 명예보다 일 자체로부터 얻는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부와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일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지도 못하는 나의 현실을 한탄했다. 그야 가끔 일이 잘 풀리면 기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요, 일이 잘 풀리는 게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아 실현에 도움이 되는지 확신이 안 든다.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자아 실현은커녕 상실되는 기분이다. 부와 명예가 직업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듯 일 자체의 만족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니면 내가 그저 일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천직'을 만나지 못했을 뿐인 것일까. 그렇다면 천직을 찾는 방법은 뭘까...
저자가 만난 이들을 과연 '인비저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유명하지 않은 직업,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소개했을 뿐, 직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될 정도면 대부분 업계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일 터. 업계에서 유명해지기는커녕 한 회사, 한 직장에서 지긋하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명성이나 인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비저블' 취급을 받는 건 부러운 소리다. 결국 이들 또한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적잖은 수입을 올리며, 몇몇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꿈꿀 수조차 없는 천부적인 재능(7개 언어 구사 능력이라든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다 읽고 나니 왠지 속이 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