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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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라니.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과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이었다.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 무료로 배포되던 주간지 <위클리 리더>에 실린 출판사 카탈로그, 그러니까 광고를 보고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하면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고등학교 때는 집 근처에 있는 단골 서점 '업스타트 크로 앤드 컴퍼니'에서 일하기 위해 2년간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겨우 취직에 성공했다. 그 후로도 10년 가까이 서점에서 일하고 7년을 더 출판사 외판원으로 일한 그는 은퇴한 지금도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은 서점에 갈 만큼 자칭타칭 서점 마니아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p.65)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내가 서점 그리고 책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나도 초등학교 때 소년중앙일보 같은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다. 그 때 책 광고를 봤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도서실에서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새로 들어온 책을 빌려 읽으며 독서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중학교 때는 문제집을 고른다는 핑계로 집 근처 상가의 헌책방에서 죽치고 있다가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책을 사들고 오는 게 낙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주말마다 학교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소설 또는 (그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훗날 전공이 되는) 사회과학 도서를 읽었다. 대학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 책을 읽었다. 학업을 마친 지금은 이렇게 서평 블로거로 활동하며 책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책은 어떻게든 그 사람의 삶을 넌지시 이야기해준다. (p.148)


책에 얽힌 저자의 추억담도 재미있지만, 저자가 열심히 찾아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했거나 혹은 알고 있을(나는 몰랐다) 책과 서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즐겨찾는 동네 서점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적어도 내가 사는 송파구에서는 그렇다). 이십대 후반인 나에게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동네 서점의 추억이, 요즘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옛사람의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이 무겁다. 노란 불빛의 서점을, 그네들에게 물려주지 못함이.


내 자식들에게, 그리고 그 아이들은 또 자기 자식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도 있는 400쪽짜리 소설 한 권이 고작 25달러에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짜릿하고 놀라운 일인가. 책은 결코 비싸다고 불평할 물건이 아닌 것이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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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3-1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책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군요. ㅎㅎ 예쁜 동네서점도 늘면 좋겠어요. ㅜㅜ

키치 2013-12-15 19:54   좋아요 0 | URL
닮고 싶습니다 ㅎㅎ
여울마당 님 말씀처럼 예쁜 동네서점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영... 대기업 서점도 겨우 볼 수 있는 실정이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