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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요즘 이십대는 십대 같다"는 말을 듣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잘보면 입는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비슷한 것도 있지만, 즐겨보는 영화와 TV프로그램, 좋아하는 음악과 연예인, 관심사, 화제 같은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십대들이 너무 조숙하다거나 이십대들이 미성숙하다는 뜻은 아니다. 삼십대도 옛날 이십대 같고, 사십대도 옛날 삼십대 같고, 오십대도 옛날 사십대 같기 때문이다. 온 세대가 젊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노화를 미루고 있는 것일까?

 

 

<타임>지 유럽 총괄 편집장이자 시사 및 사회 트렌드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는 저널리스트 캐서린 메이어의 신작 <어모털리티>는 "나이가 사라진 시대"라는 최근의 사회 현상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젊음을 유지하고 영원히 늙지 않는 현대인들을 가리켜 '어모털(amortal)족'이라고 명명했다. 어모털족이란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거의 대체로 똑같은 일을 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p.15)

 

 

저자는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사이먼 코웰, 우디 알렌, 메릴 스트립 등 수많은 유명인을 어모털족의 예로 들었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사정없이 독설을 날리는 심사위원으로 유명세를 얻은 음반기획자 사이먼 코웰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모든 것을 지금도 좋아합니다. 내 취향은 정말로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쭉 그래 왔어요." (p.18) 나는 그의 말이 매우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모든 것 - 책, 음악, 글쓰기, 외국어 등 - 을 지금도 좋아하고,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은 별로 없고, 이제까지 좋아했던 것을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비록 동안 소리는 못 듣지만, 나도 어모털족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어모털족이라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나이들어 보이는 게 당연하고, 전보다 늙었으니 늙어보이는 게 마땅한데, 왜 사람들은 젊어보이는 걸 좋아하는 것일가? 이것은 은연중에, 사람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노화에 대한 공포심 또는 차별하는 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어모털리티>의 저자도 이점을 지적한다. "나는 나이를 잊는 것이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중략) 그러나 나이를 잊는 삶에 대한 경향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눈을 감고, 나이에 대한 철지난 기대를 억지로 따르고 있는 친구들로 가득한 캔자스로 돌아가기를 바랄 수는 없다." (pp.86-7)

 

 

지금도 채용뿐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기왕이면 어려보이고 젊어보이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젊음을 찬양하고 노화를 기피하는 문화가 일반화된다면 노인 차별, 외모 차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화와 죽음에 대한 공포심으로부터 비롯되는 고민을 당연하게 끌어안지 못하고, 피하고 도망가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심리 상담에 의존하거나 치유 문화에 빠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노인 차별과 외모 차별, 치유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동안에 열광하고 몸 가꾸기에 혈안이 된 이유, 힐링 또는 치유 문화에 빠지는 이유는 어쩌면 어모털족 현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볼 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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