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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는 매달 단원들의 추천도서를 취합하여 그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 중에서 두 권이 선정된다. (출판사 사정에 따라 3순위, 4순위가 선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 두 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장르도 내용도 묘하게 겹쳤다. 먼저 읽은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행동경제학에 기반하여 인간의 심리와 경제학적 행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쓴 책이라면, <소비본능>은 진화심리학을 통해 소비라는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설명한 책이다.

 

사실 경제학에 다른 학문, 특히 심리학을 접목하는 추세는 최근 몇 년 간 아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는 2000년대 초에 벌어진 엔론 사태나 아직도 여파가 가시지 않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한 고전파 경제학과 수학 및 통계를 신봉하는 실증적 연구 흐름이 도전을 받았고, 그 대안으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게 된 덕이 크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하는 데 있어 비교적 사회과학의 성격이 강한 인지심리학이나 소비자심리학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 <소비본능>은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학에 가까운 진화심리학을 끌어들인 점이 특이하다. 진화심리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하여 인간의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p.21) 인간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배운 사회과학도의 눈으로 보기엔 진화심리학이 영 낯설게 보이지만, 과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보면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도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이고 다른 생물종과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지구의 역사에서 고작 몇 천 년을 살았을 뿐인 인간이 몇 십억년을 다르면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의식주 같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위를 비롯하여 구애와 구혼, 결혼생활, 가족 구성 등 관계적 행위, 스포츠, 음악, 패션 등 문화적 행위까지 다양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분석했다. 재미있는 점은 저마다 다르게 보이는 행위들이 근본적으로는 선택에 기반하고 있고, 선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곧 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를 이끌어내야 하는 마케터, 경영자들이 인간의 선택 행위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선택 행위의 본질인 진화심리학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남성은 수컷의 특성상 젊음과 번식력의 중요한 지표인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가요 가사만 보아도 남자 가수들의 노래에는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 등 여성의 외면을 칭찬하는 말이 많다. 반면 여성은 부와 직업, 학력 같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중시한다. 언뜻 남성의 선택과 다르게 보이지만, 남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가 여성의 번식력을 높이고 더 좋은 양육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근본은 같다. 그래서 여성 가수들의 노래에는 돈이 없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애인을 비난하거나, 칭찬을 하더라도 '착하다, 따뜻하다, 나를 감싸준다' 등등 성품에 관한 말이 많다. (pp.189-96 참조) 뮤지션들이 이러한 성별 특성을 이해하고 음악을 만든다면 대중의 마음에 더 호소할 수 있을 것이고, 자연히 노래의 인기도 높아질 것이다.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진화심리학을 통해 자신의 소비 행위를 돌아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왜 그 노래를 좋아하는지, 많은 제품 중에 왜 이 제품만 선호하는지, 왜 명품을 사는지, 짝퉁을 사는지, 가방을 모으는지, 비싼 시계를 사는지, 외제차를 사는지,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등등 이제까지 내가 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선택과 결정들은 어쩌면 모두 본능이 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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