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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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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 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마련이다 ... 하지만 일반 원칙인 이 가정으로 인해 우리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오해를 하고 있다. 시장은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제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소비하려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 결정 과정은 비용과 이익 분석에 능한 이성적인 계산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명하고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시장 거래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들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공할 뿐이다.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끔 자기 의도와 관계없이 자기 욕망의 대상이라며 주어진 재화에 대해 왜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가끔은 그 재화가 왜 자신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른다. (pp.31-2)
 


 

2011년 현재 인류문명은 참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백년, 아니 십년 전과 비교해도 발전의 정도가 상당하다. 나는 여섯살, 일곱살 꼬꼬마 시절 텔레비전에서 (당시 우리 집에는 없던) 무선 전화기 선전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여고생이 되었을 때 내 손에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휴대폰이라는 것이 들려졌고, 그 때로부터 또 10년 후에는 스마트폰 유저를 부러워하는 일반폰 유저가 되었다. ('스마트'하지 않으면 모조리 '일반'으로 치부하는 더러운 세상!)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다. 테크노마트가 갑자기 왜 흔들렸는지도 모르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이나 부품을 만드는 법은 알아도 그 전지를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천연 에너지로 충전할 방법은 모르고, 가볍고 날개도 있고 한방 향까지 나는 생리대는 만들어도 쓰레기는 덜 배출하면서 여성질환은 덜 일으키는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아마도 그것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가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수요와 공급, 더 정확히는 공급자의 의도. (아! 테크노마트가 흔들린 이유는 그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에두아르도 포터는 1990년부터 파이낸셜 리포터로 활동, 2004년 <뉴욕타임스>의 금융 경제부 수석기자로 입사, 2007년 편집위원으로 위촉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쓴 책 <모든 것의 가격>은 '가격'을 테마로 생명, 행복, 여성, 노동, 문화, 신앙 등 지구촌의 온갖 문제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신선한 시도이고, 글도 깔끔하고, 내용도 재밌다.

 

그는 많은 문제가 경제 원리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다처제, 지참금 문화를 비롯하여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 비싼 커피는 사면서 동네에 있는 허름한 카페의, 그렇지만 맛은 좋은 커피 값이 조금만 인상 되어도 펄펄 뛰는 이유까지 모든 것이 경제로 설명이 된다. 나는 이런 접근법을 참 좋아한다. 원래 전공이 있으면서 경제학을 복수전공을 한 것도, 점수가 잘 안 나오는데도 열심히 들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이 경제 원리로 설명된다는 명쾌함이 좋고, (타전공자로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비뚤게 보는 것도 재밌거든. (흐흐흐)

 

앞에서 한 얘기로 돌아가면, 새로운 휴대폰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정확히는 새로운 휴대폰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부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기업은 더 많은 사람, 정확히는 돈을 가지고 있고 쓸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을 공급한다. 그렇게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만들어진다. (친환경 생리대는 백날 가도 안 만들어질테니 직접 인터넷 뒤져서 만들어 쓰는 게 빠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움직인다는 것이 경제학의 좋은 점이다.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 가격이 형성될 것이고, 그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가 나타날 것이다. 애초에 생리대가 그렇게 생산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아예 그것조차 없지 않았던가. (조상들은 정말 대단하다!!!)

 

가격이 붙은 모든 것이 대단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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