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장 클로드 카리에르.다니엘 비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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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흔히 '소설 같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때로 현실은 소설을 능가하고, 사람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반으로 쓰인 책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 ​ 


1560년.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이 한 남자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남자의 이름은 마르탱 게르. 아버지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던 마르탱 게르는 8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반겼지만, 3년 후 그가 진짜 마르탱 게르가 아니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가 진짜 마르탱 게르인지 아닌지를 두고 재판까지 열린다. 


그가 진짜 마르탱 게르가 아니라면 마르탱 게르의 아내는 남편 아닌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잔 죄를 추궁당하게 된다. 마르탱 게르가 집을 나간 후, 마르탱 게르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르탱 게르의 몫으로 남겨놓은 재산을 탈취한 식구들 또한 입장이 난처해진다. 과연 그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가짜라면 왜, 어떻게 진짜 행세를 한 걸까. ​ ​ 


처음에는 아무리 옛날이라도 8년 전까지 알고 지냈던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을 통해 드러난 진실과 재판을 둘러싼 사람들 각자의 욕망을 알고 나니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그렇게 중요했나 싶고, 재판 결과가 과연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마르탱 게르의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행복했을까. ​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누구의 자식, 누구의 배우자, 누구의 친구, 이웃... 이런 것들로만 어떤 사람을 기억한다면, 이 책에서처럼 그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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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6-1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기어의 귀향 영화도 괜찮습니다. 함께 보시면 좋을 듯 해요. 베르뜨랑드가 젤 가여웠어요.

키치 2022-06-14 07:54   좋아요 1 | URL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베르뜨랑드가 너무 불쌍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