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조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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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조우리 작가님 편을 듣기 전에 구입한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묘하게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그동안 좋아해온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성희, 주현, 수영, 예리 등등) ㅎㅎㅎ 


이야기는 한 통의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발신인인 성희는 수신인인 일곱 조카들의 이모다. 이들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 조카로 부르는 사이다. 레즈비언인 성희는 친자식은 없어도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들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조카들이 어릴 때부터 그들에게 보탬이 되는 미션 편지를 보내고 그들이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보상을 제공했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또는 위기에 빠진 신데렐라에게 호박 마차를 보내준 마녀처럼.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는 조카들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하면서 그들 각자에게 마지막 미션을 제시한다. 폐업 위기에 놓인 가게를 구하라, 정성을 다해 유기된 거북을 돌보라, 장례식에 온 손님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라, 장례식 사회를 맡아라, 중학생 서퍼의 하와이 여행에 동행하라 등등. 갑작스럽게 미션을 통보받은 조카들은 당황하지만, 이내 성희 이모의 뜻을 헤아리고 미션 해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조카들은 이어달리기의 주자가 배턴 터치를 할 때처럼, 그동안 안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서 한결 가볍고 후련해지는 경험을 한다. 


조카들보다는 성희 이모의 나이와 입장에 가까워서 그런가. 다 읽고 나니 성희 이모와 조카들의 관계보다 성희 이모 자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성희 이모는 어쩌다 이렇게 좋은 이모이자 어른이 되었을까. 돈이 많아서? 친구가 많아서?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성희 이모 자신이 비혼 여성 성소수자로 오십 가까이 살면서 온갖 '후려침'을 당했을 테고, 그때마다 다른 여성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이 여성들을 결국 미래로 데려간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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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온갖 후려침을 당하면 오히려 더 악착같아 지거나 독불장군이 되거나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살필수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좋은 사람의 좋은 이야기를 읽는거 즐거울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