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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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같은 동네에 살아도 경험하는 세상은 각자 다르다. 하물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진영 작가의 소설 <일주일>의 단편 <일요일>에는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같은 성당을 다녔지만 각각 특성화고, 특목고, 일반계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특성화고에 진학한 '나'는 처음엔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주중 주말은 물론이고 방학에도 일만 하는 현실에 점점 지쳐간다. 현장 실습으로 가게 된 공장에선 어린 데다가 정식 직원도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만 떠맡는다. 이의를 제기하면 취업을 안 시켜주겠다, 앞으로 너희 학교 학생들은 안 받겠다 등등 협박 조의 말을 듣는다. 이런 직장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지만, 취업하지 않으면 다른 수도 없는 현실에 '나'는 점점 절망한다. 


이어지는 단편 <수요일>은 외국어고에 다니는 '나'가 실종된 친구 '지형'의 어머니로부터 추궁을 당하는 내용이다. 지형의 어머니는 지형이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인 줄 안다. 하지만 지형의 가까운 친구인 '나'가 아는 지형은 다르다. 지형은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자신을 루저 취급하는 부모를 경멸하지만, 어느샌가 자신도 부모처럼 친구를 성적에 따라 사귀거나 버리고 있음을 깨닫고 환멸을 느낀다.


마지막 단편 <금요일>은 자퇴를 고민 중인 일반계고 학생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혼한 엄마와 여동생,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나'는 학교생활이 너무나 괴롭다. 재미도 없고 왜 배우는지도 모르겠는 과목을 매일 몇 시간씩 공부하고 있는 현실이 지겹다. 차라리 이 시간에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서 그에 따른 준비를 하고 싶다. 그런 뜻을 전하자 엄마의 반응은 당연히 반대. 하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허락해 줄 듯도 한데... 


당장 생존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 <일요일>의 '나'에 비하면, 특목고에 다니는 '나'나 일반계고에 다니는 '나'의 상황은 일견 편하게도 보인다. 그러나 (특목고는 안 다녀봐서 모르겠고) 일반계고에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곳 또한 지옥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때는 대입만을 목표로 어찌어찌 견뎠다고 해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등록금 고민에 대출 빚에 취업 전쟁에... 이런 게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있다면 부럽습니다). 


처음 청소년 대상 소설을 썼을 때나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이나 별로 바뀌지 않은 현실에, 이제는 분노보다 미안함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나 또한 이제는 청소년이었던 시절에서 멀리 떠나온 어른이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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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2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