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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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밤마다 이 책을 아껴 읽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소란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제격이었다. 아마 이 책을 쓴 김소연 시인도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출장을 마친다'는 말로 대체할 만큼 여행을 자주 하고 좋아한다고 하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여행기가 아니라 '귀향기'라고 봐도 좋은 책이라서 그런가.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정답고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저자가 찾은 '고향'은 일본 오키나와, 홋카이도, 네팔, 볼리비아, 프랑스 파리, 터키, 인도, 몽골 등이다. 어느 곳도 내가 가본 곳이 아닌데 이상하게 친근하고 정겨웠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매번 좋은 사람만 만나고 매 순간 좋은 감정만 느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을 만나 불쾌한 일을 겪은 때에도,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좌절한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계속된다. 여행의 목적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좋았다는 식의 성찰.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잊기 쉬운 마음가짐이라 새삼 감동했다. 


시인이 쓴 여행 산문집답게, 이 책에는 저자의 시와 산문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짧은 호흡으로 가만히 읽게 되는 시와 긴 호흡으로 내처 읽게 되는 산문이 같이 있으니 읽는 맛이 색달랐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다수 실려 있어 눈도 즐거웠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일까. 그렇다면 실력이 대단하다. 좋아하는 시인이 쓴 산문집 리스트에 추가할 책이 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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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lbird 2022-05-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껴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