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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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운영하면 어떨까. 베스트셀러나 참고서처럼 잘 팔리는 책들만 잔뜩 있는 서점 말고, 나의 선호와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들로 가득한 서점을. 그렇다면 누가 나의 서점에 와서 책 한 권만 사주어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기분이 들 것 같다. 혹은 한 권도 팔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다 결국 서점 문을 닫게 되려나. 


갑자기 서점 생각을 한 건, 대학로에서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유희경 시인의 산문집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읽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시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집서점을 연 저자는, 2016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거의 매일 서점 문을 열고 닫으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클릭 세 번이면 책 한 권이 당일 배송되는 시대. 대형서점조차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대에, 시집만 파는 작은 서점이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책에서 종종 (실은 자주) 손님이 적다고 아쉬워하는 걸 보면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서점지기의 일이 참 근사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음악도 책상도 향기조차도 손님을 배려해 셀렉트된 서점이라니. 언젠가 읽고 기억에 남은 시구를 한 줄만 말해줘도 시집 제목을 알려주는 서점지기라니. 서점지기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책을 파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일보다 낫지 않을까. 


더욱이 저자가 파는 것은 다른 책도 아니고 시집이다. 시집을 사려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손님들, 시집을 사지 않아도 꽃이나 음식 같은 선물을 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그냥 서점이 아니라 시집서점이 필요한 이유를 납득했다. 여기는 단순히 시집을 팔고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구나. 그렇다면 저자는 매출과 무관하게 이미 성공한 것 아닐까(그래도 장사가 잘 되어서 서점이 더 오래 지속되기를...!). 멀지 않은 미래에 저자의 서점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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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트앤시니컬 주인장의 산문집이군요
왠지 반갑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공간. 이층 아래로 거리가 낮게 보여 소박한 느낌이었어요. 주인장이 소장하는 시집들을 위한 작은 코너도 있구요. 그래도 시집도 많이 팔리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