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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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팔 할이 흠모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나는, 지금도 책에서 흠모할 만한 사람을 찾고 그에게서 흠모할 만한 점을 배우려 한다. 이 책은 내가 흠모하는 독서가 중 한 명인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캘리' 님이 추천하셔서 알게 되었다. 내가 흠모하는 캘리 님이 흠모하는 전영애 교수님의 존함은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읽은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행히 이 책은 전영애 교수님을 잘 모르는 나 같은 독자가 읽기에 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편한 문장으로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전영애 교수님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괴테 연구자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을 수상했다. 현재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백서원'을 운영하며 괴테의 모든 저서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괴테가 60년을 쓴 작품 <파우스트>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한 문장이다. 저자에게 있어 인생 전체를 방황하게 한 지향은 단연 괴테였다. 학창 시절 공부하는 틈틈이 읽은 독일 문학에 이끌려 독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저자는, 군사 독재 정권이 학교를 점거하고 공부하는 여자는 "비극의 씨앗" 취급 당하는 사회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교수로 임용이 된다는 기약이 없어도 공부하고, 팔릴 가망이 보이지 않아도 책을 쓰고 번역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저자는 '10년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든다. 괴테의 책을 원어로 읽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독문학의 세계로 이끌었고,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는 괴테의 책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꿈이 그로 하여금 번역하고 책을 쓰게 했다. 이제는 한국에 괴테를 읽고 연구하는 배움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백서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10년 후'를 상상하게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저자. 앞으로 그를 따라 괴테를 읽어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나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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