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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이 사람이 추천하면 무조건 읽는다'라고 정해둔 추천자 중에 황정은 작가가 있다.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시절부터 황정은 작가가 추천해 준 책들을 따라 읽으며 책 고르는 안목에 깊이 감탄했는데, 최근에는 이주혜 작가의 소설 <자두>를 읽고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황정은 작가가 추천해 준 책을 계속 따라 읽을 거라고 다짐했다.
최은미 작가의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도 황정은 작가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읽고 보니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해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소설 <아홉번째 파도>, <어제는 봄> 등을 발표한 중견 작가라고. 이 책에는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대부분의 작품이 분노, 증오, 광기, 집착, 갈등, 죽음 같은 강렬한 감정 혹은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특히 <눈으로 만든 사람>,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때>로 이어지는 '폭력 생존기' 3부작은 어린 시절 친족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어른이 된 후에 겪는 일을 그리고 있어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눈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제목이 엄마가 겪은 고통이 딸에게 대물림되지 않음(혹은 않게 함)을 의미한다는 강지희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 밖에도 충격적인 작품이 많은데, 강지희 평론가가 해설에 "이번 세번째 소설집에 이르러 그 지옥의 알레고리는 이제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써서 '대체 이전 작품들은 어땠기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와 충격과는 별개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소설집이었고, 최은미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앞으로 나올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