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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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읽다가 이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 시절 <장미의 이름>을 읽고 첫눈에 반한 후 <푸코의 진자>, <바우돌리노>, <프라하의 묘지> 같은 책에 차례로 도전했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지 못해서 한동안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0호>를 읽고 다시 한번 움베르토 에코 전작 읽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야기는 1992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신문사. 출판사에서 대필 작가로 일하던 '나'는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닌 자가 준비 중인 신문사의 '제0호(창간예비호)' 준비 멤버로 합류한다. 사실 이 신문은 발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신문사의 '진짜 목적'은 신문 발행이 아니라, 유명 인사들의 추문과 비리를 폭로하는 신문이 곧 발행될 거라고 알려서 그들을 협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우연히 동료로부터 무솔리니의 죽음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가 된다. 


지금이야 가짜 뉴스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지만, 90년대에는 가짜 뉴스라는 말도 없었고 신문사의 권위나 영향력도 지금보다 훨씬 컸다.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리는 언론이, 실은 제1권력, 2권력, 3권력보다 더욱 광범위한 폐해를 저지르지는 않았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넘기는 신문의 별자리 운세 코너조차도, 사람들의 상식이나 관념을 조종할 목적으로 쓰였다는 대목을 읽고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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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3-10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세욱 번역가는 번역에 정성 들이는 걸로 유명하죠. 유려한 번역으로 지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기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