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 -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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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두 분야를 한 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다니. 이 기획을 생각해낸 사람도 대단하고, 이 기획을 이루어낸 저자들도 대단하다. 물리학자 김상욱과 그래픽디자이너,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인 유지원이 공저한 이 책은 과학과 예술, 더 정확히는 물리학과 타이포그래피의 관점에서 다양한 학문과 예술을 조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소통, 유머, 편지, 시, 결, 자연스러움, 죽음, 감각, 보다, 가치 등 추상적인 주제가 대부분인데, 각각의 큰 주제를 각자의 학문 분야로 풀어내는 솜씨가 놀라웠다. 


초현실주의와 양자역학은 어떻게 연결될까. 김상욱의 글 <원자가 실재라면 꿈은 현실이다>에 그 내용이 나온다. 1920년대 유행하기 시작한 초현실주의는 쉽게 말해 꿈을 그리는 미술이었다. 이는 당시 유행한 프로이트의 이론과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이성이 몰락하고 무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된 사회 분위기가 관련이 있다. 공교롭게도 1925년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뉴턴의 물리학 체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초현실주의가 이성으로부터 도피하고자 꿈을 그렸다면, 양자물리학자들은 원자의 세계가 초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러한 '대전환'이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밖에도 물리학과 현대미술의 관계를 분석한 글이 다수 실려 있어서 흥미로웠다. 


타이포그래피 연구자는 이상의 시를 어떻게 볼까. 유지원의 글 <이상은 '오감도 시제 4호'를 어떻게 제작했을까?>에 그 내용이 나온다. 이상이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발표한 이 시의 일부는 1930년대 신문 인쇄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든 방식으로 인쇄되어 있다. 저자는 1930년대 신문 인쇄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소장하고 있는 활자들을 이용해 이상이 사용했음직한 방식을 구현한다. 저자는 이상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인쇄술로 표상되는 '근대적 기계 문명'의 병리적인 이면"을 드러내고 "'정상과 비정상의 관념이 끊임없이 역전되는 활판의 앞면과 뒷면'"을 통해 자아 분열을 암시한 것으로 짐작한다. 이상의 시를 문학이나 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은 많이 봤지만 타이포그래피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은 본 적이 없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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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보고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는데 키치님 글을 보니 더더욱 관심증가입니다. 키치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도 듬뿍 받으세요. 그리고 좋은 책 소개도 많이 해주시고요. ^^

키치 2021-01-06 08: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