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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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피센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추억을 아직도 기억한다. <말레피센트>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알다시피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마녀는 공주의 탄생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주가 열여섯 살이 되면 물레 바늘에 찔려 잠들게 되는 저주를 내린다.


<말레피센트>는 원작의 설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마녀가 '고작' 갓 태어난 공주의 탄생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주를 내렸을까. 애초에 마녀를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여긴 건 누구일까. <말레피센트>를 보기 전에는 원작의 설정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레피센트>를 본 지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케이티 오닐의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또한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동화 속 설정들을 위트 있게 비튼 동화책이다. 금발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세이디 공주가 높은 탑 안에서 소리를 지른다. 때마침 근처에서 말을 타고 있던,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아미라 공주가 급히 말을 달려 세이디 공주가 있는 탑으로 간다.


마침내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세이디 공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왕위를 물려받을 자신이 없다. 아미라 공주는 '공주다운 공주'가 되기보다는 늠름하고 용맹한 전사가 되고 싶다. 과연 둘은 서로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 스포일러가 될까 봐 결말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느 동화에서 그런 것처럼 왕자가 '짜잔'하고 나타나 공주와 결혼하며 모든 문제를 해결(?) 해주는 식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언니와 단둘이 남은 세이디 공주는 왕위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공주다운 공주', '여자다운 여자'가 되라는 압박을 받던 아미라 공주는 남들이 살라고 하는 대로 살지,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살지 고민한다. 전통적인 동화에서는 공주를 구해주는 멋지고 늠름한 인물로 나오던 왕자도 이 동화에서는 외눈박이 거인을 피해 도망다니는, 약점 있고 유약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성 간의 로맨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을 계승하지 않아서 <말레피센트>가 좋았는데, 이 책도 같은 장점을 공유한다.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공주와 공주'가 만나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SNS 상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읽어보니 화제가 될 만하고,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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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2-1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제겐, 오늘의 문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