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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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중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다. 가장 많은 이혼 사유는 아마 외도가 아닐까. 에스터 페렐의 책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주제 중 하나인 외도, 불륜에 대해 다룬다.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상담실에서 수많은 부부, 커플을 만났다. 이들 중 대부분이 외도로 인해 고통받고 힘들어했다. 저자는 이들을 보면서 외도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인식했다. 외도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의와 충실, 욕망과 갈망, 질투와 소유욕, 고백과 용서 등이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


애초에 외도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도에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외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외도의 경계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한 직장에 다니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둘 다 배우자가 있다. 두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매일 단둘이 점심을 먹는다. 이것은 불륜인가 아닌가. 남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자의 아내는 생각이 다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외도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는 추세다. 남편이 음란한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하면 외도인가. 아내가 데이팅 앱에 가입하면 외도인가. 사람마다 각자 정의할 순 있어도 그 정의를 통일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외도의 양상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결혼이 경제적 합의 또는 가문 간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배우자를 더는 사랑하지 않아도, 부부 중 한 사람이(혹은 둘 다) 외도를 해도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결혼이 낭만적 합의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평생 사랑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가 결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외도는 가장 강력한 이혼 사유가 되었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배우자의 외도 혹은 불륜에 실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이혼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늘어나는 기대 수명 역시 외도 혹은 불륜의 가능성을 높인다. 어쩌면 평생 한 사람만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부터가 무모하고 허황된 것일지도 모른다. 책에는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사연이 나온다. 완벽한 결혼 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결혼 생활 전체가 거짓이고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애초에 인간은 왜 영원한 사랑을 꿈꿀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약속할까. 비혼인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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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