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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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여러 번 울컥한 책. 저자 정민지는 1982년 5월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방송사와 종합일간지에서 사회부, 경제부, 산업부 기자로 11년을 일한 후 2018년에 퇴사했다. 그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통과하고 유명 방송사에 입사한 그가 좋은 직장을 때려치운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계기는 어느 날 부서 회식자리에서 손가락이 부러진지도 모른 채 만취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껴서이지만, 돌이켜보면 취업 준비생 시절부터 쌓이고 쌓인 울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봐도 번번이 낙방했던 기억, 언론사 면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식상한 질문에 더욱 식상한 대답을 했던 기억, 압박면접을 빙자한 인신공격에 시달려도 그 자리에서 화내지 못하고 비굴하게 굴었던 기억 등이 오랫동안 저자를 괴롭혔다.


어렵게 회사에 들어간 후에는 더 큰 시련이 닥쳤다. 회식에 불참하면 사회성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선배들이 콧구멍으로 양주를 마시면 후배들도 따라서 마셔야 했다. 신입사원 시절 회식 2차로 노래방에 간 저자(참석자 중 유일한 여자였다)는 한 선배로부터 집요하게 노래를 부르라는 요구를 받았다. 참지 못한 저자는 "그렇게 노래를 듣고 싶으면 도우미를 부르세요! 이 XXX야!"라고 대꾸했는데, 이후 저자는 선배의 면전에 욕지거리를 한 싹수없고 사차원인 여자 신입으로 낙인찍혔다.


이때부터였을까. 여자라는 이유로 언어 이상의 폭력에 시달린 건. 여럿이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한 선배는 먼저 술에 취해 저자의 손등을 혀로 핥았다. 어떤 선배는 우산을 씌워준다며 저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저자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주변의 (남자) 동료들이었다. 동기 간의 우정이니 동료 간의 협력이니 하는 말들은 남자들 사이의 연대를 위한 구호일 뿐 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상사라는 강자 앞에선 더욱 그랬다.


저자는 "좋은 삶의 목표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언론인이 되고 싶었고 힘들게 언론인이 되었지만, 막상 언론인이 되고 11년을 일해보니 생각만큼 멋진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만둔 저자의 말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익숙한 직업, 안정된 직장을 벗어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는 저자. 부디 저자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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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3-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니, 당장 읽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