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1일차


도를 아십니까?

벌써 30여년 전에 일이다. 도를 아십니까 접근하는 사람을 따라 적이 있었다.

나를 보고 기운이 좋다고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자신과 함께 도를 공부하는 곳을 가보자고 권유를 했었다. 그때 정말 호기심에 따라 갔다.

알고보니 OO진리회라는 종교 단체였다.

사실 OO진리회는 증산교에서 파생된 종교단체라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대략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나의 할아버지가 증산교를 믿었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증산교라는 종교는 19세기 말, 강증산(본명: 강일순 1871~1909)이라는 사람이 자칭 천제 즉,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며 천지공사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신흥종교다.

특히 불교의 미륵사상을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천지 공사와 후천개벽을 주장하는 믿음을 가졌.

나도 알지는 못하지만 강증산 교주가 죽은 증산교의 세력은 사분오열되었고, 거기서 한 종파가 OO진리회가 되었다고 이해를 했다.

지금도 정확하게 이들 종교들에 대한 이해는 없지만 당시 우리나라 대표 신흥 종교하면 항상 거론되는 종교 단체중 하나라고만 기억한다. 특히 세상이 어지러운 말세에 미륵 부처가 출현하여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륵사상은 기독교의 종말론과 결을 같이 하는 사이비 신앙으로 대중은 오도하기에 좋았다.

도를 아느냐고 접근한 그들을 따라 나선 나는 그들의 성전에 들어갔다.

거기서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당시 내 수중에 3만원이 있어서 그걸 줬다.

없냐고 하길래, 없다고 하니, 집에 연락해 더 가져 올 수 있냐고 했지만, 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없이 돈으로 라도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도 된다고 하면서 그들이 주례를 하는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그들의 제사의 법도를 모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물론 당시 나는 이게 정통 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 반감은 없었다.

끝까지 제사를 마치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나를 가입을 시키려는 회유 공작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 제사를 마치고, 그들이 말하는 도가 바로 이런 거냐  되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당황을 하며 도는 공부를 통해서 얻는  이라고 했다.

나는 제사가 공부냐  다시 물었다. 그들은 조상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다.

나는 그들이 행하는 제사의 진지함을 알았지만 제사 그들이 하는 말은 사실인지는 알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거지는 도가 아님을 있었다.

 

우리 동양권 문화의 사람들은 부터 항상 라는 것을 추구했다.

단순히 도를 아느냐를 넘어선 일상에서 도를 혹은 깊은 산속에서 찾았다.

현대 중국어에서 안다  표현을 지도(知道:쯔다오, 모른다 부지도(不知道:뿌쯔다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도를 안다, 도를 모른다  바로 알고 모르고의 기준이 것이다.

도는 일상에 함께 하고 있었다.

도는 또한 어떠한 정신적 경지를 의미하는 바로, 이웃나라 일본은 어느 한 분야의 정점에는 항상 도를 붙였다.

차를 마시는 다도를 비롯하여 검도, 유도, 공수도 같은 무술의 도를 무도라고 이름 지었다.

불교에서도 깨달음이 바로 도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는데 그래서 도를 깨우친다는 표현을 쓴다.

                                           

 

노자가 남긴 도덕경에는 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덕경의 첫 구절에는, 도를 도라고 말하면 도가 아니다 라고 한다. 그리고 이 구절은 사람들 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 도라는 경지 말하다  행위가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추상어와 동사가 함께 사용되어져 모호함과 확실함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니 도는 무엇이면서 무엇이 아닌 것이 되어져 버린다.

현대 양자 물리학의, 입자인가 파동인가의 논쟁처럼, 도는 한마디로 규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생활에서 이미 도라는 말을 없이 쓰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이제 도가 무엇인지 아무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럼에도 노자는 도를 말했다. 그가 말한 도는 무엇일까?

도대체 도는 무엇인가?

 

해마다 시기가 되면 겨울 바람 탓인지 자꾸 정진이라는 단어가 마음 속에 맴돈다.

작년 이 맘 때에는 영가현각 선사의 <증도가>를 가지고 100일 정진을 이어간 적이 있다.

해에도 뭔 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이 생각을 쉽게 떨쳐 버리질 못할 것 같다.

 

스님들이 겨울철에 선방에서 정진하는 기간을 동안거(冬安居)라고 한다.

겨울 내내 토굴이나 선방에서 화두를 들고 깨우침을 목표로 정진하는 것이다.

물론 정진한다고 반드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은 나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 쯤은 안다. 그렇다고 어짜피 얻지도 못할,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을지 모를 깨달음을 왜 얻으려고 하는가? 

그건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차가운 언 바람을 맞게되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아궁이가 불을 지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내게는 아직 동안거가 필요한 가보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정진 하기로 결심했다.

오늘부터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여정을 하기로 했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물론 이 사유여정이 어디까지 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적당한 지도 한 장을 구했다. 이 지도는 내가 예전에 한번 사용해 봤던 지도이므로 이번에 한 번 더 본다면 눈에 더 익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바로 신심명(信心铭)이다.  


신심명은 선가의 어록이며 선종의 3조 승찬대사(僧瓚大師 ?~606) 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승찬대사, 문둥병에 걸려 2조 혜가를 찾아 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는 어떻게 도를 말 했을까?

신심명을 불쏘시게 삼아 앞으로 겨울, 내 안의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겠다.

 

도를 아십니까.

지금은 사이비 종교의 전도에 쓰이는 전매 특허 (?) 처럼 되어 버렸지만 정말 무엇일까?

도를 굳이 알아야 하나?

공기를 아십니까? 공기를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는 것과 다르지 않는가?

밥을 아십니까? 똥을 아십니까?

길을 아십니까?  아니, 도를 아는 것과 다른 것들을 아는 것이 차이가 있나?  

도를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왜 굳이 도를 알아야 할까?

옛 사람들이 추구했던 도가 이제는  이렇게 어렵게 되어 버렸을까?

 

: 신심명(信心铭: 믿을 신, 마음 심, 새길 명)믿음을 마음에 새긴다는 뜻.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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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2-2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도(道)를 몰라(不知道)감히 안다(知道)고 할 때는 밍바이(明白)를 사용합니다. ㅎㅎ

100일 동안의 좋은 정진 되시길 기원합니다.